"호떡 값은 웃음만 내면 됩니다"
상태바
"호떡 값은 웃음만 내면 됩니다"
  • 김지숙 객원기자
  • 승인 2011.02.13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난 사람 된 이웃]호떡 구워 봉사하는 김영욱 · 김용자 부부


지난해 가을. 인천 부평의 한 장애인종합복지관 앞마당이 소란스러웠다.
 
"자, 여기 있습니다. 꼬마손님 뜨거우니까 조심해요."
 
한 부부가 올망졸망 늘어선 유치원생들과 호떡으로 씨름을 하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즉석에서 호떡을 구워 공짜로 나누어 준다. 아이들뿐만 아니다.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어른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호떡을 받아들고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김영욱(63)·김용자(61)씨 부부가 이끄는 '사랑의 호떡집'은 그야말로 넉넉하고 정겨운 이웃들의 미소로 행복의 물결이 넘쳐난다.


지난 2월 1일. 설 명절을 이틀 앞두고 부개2동 호떡집에서 부부를 다시 만났다. 여전히 부부는 호떡을 굽고 있었다. 손님은 별로 없지만 간간이 오는 손님들에겐 호떡을 6개나 구워주고 단돈 천원만 받는다.

너무 밑지는 장사가 아니냐고 물었다.

김영욱씨는 "이렇게 줘도 여기선 장사가 잘 안 돼요. 그나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손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요."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김영욱·김용자씨 부부는 3년 전부터 호떡을 구워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여건상 겨울 한철을 빼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랑의 호떡집'이란 용달차를 끌며 시설이나 어려운 이웃이 모인 곳을 찾아다닌다. 생활공간이자 영업장이기도 한 가게에서는 주말 이틀만 장사를 하고 있다.   


겨울이어서, 다시 찾은 가게는 한가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부는 여전히 바쁘다고 했다.

"밖으로 나갈 때보단 줄었지만 날마다 200여 개가 넘는 호떡을 구워 택배로 발송하고 있어요. 보육원, 노인요양시설 등 열악하고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김씨는 "예천, 문경, 상주, 춘천 등 각지로 배달되는 호떡을 굽고 택배로 발송하다 보면 한 달이 빠듯하다"면서 "오라는 데가 아주 많지만 다 찾아갈 수 없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못 줘서 안타깝다는 부부. 이들은 물질직인 풍요를 누리며 살지 않는다. 1일 평균 6만-8만 원 정도 올린 매상으론 재료비도 빠듯하다. 거기다 가게 한 켠에 마련한 숙식공간엔 샤워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손님으로 온 한 아주머니가 "쓸 건 쓰면서 봉사도 해야죠"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자 김용자씨의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쓸 거 다 쓰고 돈 많이 벌릴 때까지 기다리다간 봉사 못해요."
 
그는 명절을 앞두고 감사의 인사를 대신해 여러 곳에서 보내온 쌀과 떡, 생선, 생활용품 등이 한 짐이라며 오히려 감사할 일이 많다고 했다.  


곁에 있던 김용욱씨도 한마디 거든다.
 
"한 번 맺은 인연도 끊을 수 없습니다. 4개월 만에 찾아간 어느 시설에선 할아버지 한 분이 눈물바람으로 맞아 주시더라구요. 호떡 하나씩 나누어 먹고, 서로 정도 나누고, 그게 보람이죠. 호떡을 먹은 사람들이 하나 둘 보내주는 감사의 편지와 글들은 보너스이자 커다란 선물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부부에게 전해준 감사의 글이 담긴 노트 표지 글이 부부의 삶을 말해주는 듯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불행은 욕망에서 움트고 사랑은 믿음에서 싹트며 행복은 나눔에서 빛난다."

'사랑의 호떡집' : 032) 514-888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