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 위기가 눈앞인데 인천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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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위기가 눈앞인데 인천은 어디에?
  • 박병상
  • 승인 2020.01.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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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까지 조선을 4차례 방문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마주치는 백성에게 따뜻하면서 측은한 시선을 보냈다. 탐관오리에 수탈돼 남루해도 이웃을 배려하는 모습에 반했고 탐관오리가 없는 북간도로 삶터를 옮긴 백성들의 넉넉해진 살림살이에 탄복했다. 그이는 제물포에서 하선해 조랑말을 타고 한양으로 이동했다고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에 썼다.

비숍 여사가 다시 인천을 찾는다면 얼마나 놀랄까? 발전된 모습에 경탄할까? 휘황찬란한 건축물에 묻힌 예전의 경관을 그리워할까? 알 수 없는데, 사업차 인천을 방문한 어떤 외국인이 며칠을 머물고 떠나면서 성심껏 안내한 기업인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천은 어디인가요?” 당시 김포공항에 내려 서울과 부천을 지나 방문했지만 어디서부터 인천인지 도대체 분간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시 온다면 인천공항에 내릴 테니 인천을 바로 느낄까?

요즘 많은 시청자에게 회자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프로그램에 출현하는 외국인들은 인천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서울로 직행해 머물 곳을 정하고 간혹 지방을 방문하더라도 인천을 찾는 건 아니다. 그저 공항을 이용할 따름인데, 거대한 외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매우 편리한 국제공항이 있는 곳이 인천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크고 화려하며 이용이 편리한 건축물은 장소를 각인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일까?

재벌가의 사랑이나 갈등을 담아내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대개 송도신도시다. 분명히 인천이지만 드라마는 서울로 연기한다. 201510월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개최한 프레지던트컵 대회는 세계 골프인의 주목을 받았을 텐데, 거기가 인천이라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자랑스런 시설의 골프장이지만 그저 골프장일 뿐, 지역을 상징할 리 없기 때문이겠지.

인천은 어디에 있을까? 경인전철처럼 GTX노선이 완공되면 그 끝자락이 있나? 그 끝자락에 집을 마련한 시민은 서울 직장을 왕복하기 바쁘다. 집에 오면 곯아떨어져 어서 돈 벌어 이사하고 싶다. 주말에 모처럼 시간여유가 생기면 고속도로에 몸을 맡겨 산과 바다로 떠나지만 인천은 아니다. 20여 년 전 인천의 문인들이 인천에는 바다가 없다는 무크지를 발행했다. 갯벌이 대부분 매립된 지금은 더욱 강렬하게 없다.

매립된 갯벌은 공업단지와 공항, 그리고 높은 건물을 거푸 허용하면서 인천의 소득을 한껏 높였지만 인천다움은 사라졌다. 일부 섬 지역이 아니라면 인천다운 경관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기 어렵다. 오랜 세월 자연이 만들어놓은 리아스식 해안이 철저하게 파괴돼 재해에 대한 안정성마저 없어졌다. 지구온난화로 더욱 심각해지는 지진이나 해일, 그리고 쓰나미가 닥치면 속수무책인데 인천 해안을 시방 휘황찬란하다. 하지만 인천답지 않다.

매립해도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인천에 갯벌은 다시 생긴다. 개펄이 항로에 쌓이면 커다란 배가 다닐 수 없으니 준설을 하는데 하필 그 개펄을 갯벌 매립하는 데 쓴다. 지하철로 영종대교를 넘는 외국인들 경탄하게 만들던 갯벌이 사라져간다. 세계 어디에서 볼 수 없는 바다의 원형질이 골프장과 도박장으로 아롱질 한상아일랜드로 바뀐단다. 인천은 희미해진다.

항로준설로 퍼내는 개펄을 인천답게 활용할 수 있다. 휘황찬란한 초고층빌딩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도모하려면 준설한 개펄로 리아스식 해안을 흉내하는 거다. 송도신도시 앞에 작은 섬들을 겹치도록 만들면 해일과 쓰나미를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다. 겨우 남은 갯벌마저 매립하지 않는다면 인천의 냄새는 가녀리게 보전될 수 있다. 공유수면이라 임자가 따로 없지만 갯벌도 엄연한 인천의 영토다. 갯벌에서 지역의 수많은 문화와 역사, 그리고 이야기들이 인천사람에게 전해져왔다.

21세기가 20년 지났다. 찬란한 내일을 꿈꿔야 할 시간이 20년 지난 걸까? 아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IPCC)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획기적으로 삶을 바꾸지 않는다면 100년 이내에 생태계는 괴멸될 것이라 경고한다. 10년 남았다. 그 시간을 더 위축시키지 않으려면 늦기 전에 해안만이라도 인천답게 만들어보자. 만석부두와 화수부두에 가서 인천을 흠뻑 느낀다면 다소 안심하고 숨을 쉴 거 같다. 그렇다면 우선 당장 북성포구의 매립은 중단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옳지 않을까?

 

북성포구
북성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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