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와 레몽, 사랑의 두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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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와 레몽, 사랑의 두 방식
  • 김선 시민기자
  • 승인 2020.03.03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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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과 고전읽기 도전하기
(2) 이방인 -⑪ 슬픈 두 여인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Jacob 김선(춤추는 철학자),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 소순길(목사), 이광남(명상활동가)’ 등이 원서와 함께 번역본을 읽어 내려가며 삶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고전읽기- 알베르 카뮈(김화영 역), 이방인 L’Etranger, 민음사.

: Jacob 김 선

 

 

Le soleil de 4 heures n'était pas trop chaud, mais l'eau était tiède, avec de petites vagues longues et paresseuses.

4시의 태양은 과히 뜨겁지는 않았으나 물은 따듯했고, 길게 퍼진 작은 물결이 나른하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뫼르소는 한 주일 동안 일을 많이 한다. 레몽이 부탁한 편지를 보내고 에마뉘엘과 영화를 두 번 보고 토요일에는 마리를 만난다. 많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단조로운 뫼르소에게는 분주한 시간들일 수도 있겠다. 분주한 시간들이 뫼르소를 흥분시킨 것인가? 뫼르소가 마리에게 정욕을 느낄만큼 마리는 아름다워 보였다.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갈대가 우거진 바닷가로 간다. 갈대밭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바다로 가는 심플한 우리의 뫼르소. 4시의 태양은 뜨겁지는 않았지만 물은 따뜻했고 물결은 나른하게 넘실거렸다.

   뫼르소는 마리가 가르쳐준 놀이를 한다. 물을 들이마시고 입안에서 거품을 가득 채운 다음 반듯이 누워서 하늘을 향해 그것을 내뿜는 것이다. 물거품 레이스가 만들어지면서 공중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보슬비처럼 얼굴 위로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멋진 그림이 연상되지만 쉽지 않은 놀이다. 그러니 잠시 후 입안은 짠 소금기 때문에 얼얼해 진다. 얼얼함을 무엇으로 달래야 할지 잠깐 고민할 찰나를 놓치지 않고 마리는 다가와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댄다. 잠시 동안 둘은 물결 속을 뒹군다. 얼얼함이 달달함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달달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증폭한다. 바닷가로 나와서 옷을 갈아입을 때 마리는 빛나는 눈길로 뫼르소를 바라본다. 눈길의 의미를 간파하는 본능적인 센스는 있는 모양이다. 뫼르소는 키스를 해 준다. 키스의 여운은 뭔가 아쉽다. 그래서 둘은 아무 말 없이 버스를 잡아타고 돌아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눈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한여름밤의 꿈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한여름밤의 꿈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오베론의 사랑의 묘약이 뫼르소와 마리에게 뿌려진 듯 여름밤이 두 사람의 몸 위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다.

   아침에 마리가 가지 않고 있어서 뫼르소는 점심을 같이 하자고 말한다. 뫼르소는 고기를 사러 갔다 올라 오면서 레몽의 방에서 여자 목소리를 듣는다. 조금 뒤에는 살라마노 영감이 개를 꾸짖는 소리가 들렸는데 마리에게 영감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그녀가 웃는다. 그녀의 웃음에 뫼르소는 정욕을 느낀다. 정욕의 타이밍은 개인차가 있다. 웃음은 분명 정욕제가 될 수 있다. 웃음 속에는 긍정의 메시지와 호감의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마리는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메시지의 해석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뫼르소는 의미없는 말이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는다고 대답한다. 자신에게 철저히 충실한 뫼르소는 솔직하다. 그 솔직함에 마리는 슬픈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마리도 쿨하다. 점심을 준비하면서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웃는다. 그런 그녀에게 뫼르소는 키스해 준다. 병주고 약주기에 달인이다.바로 그때 레몽의 방에서 말다툼 소리가 난다.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리더니 레몽의 욕설과 함께 퍽퍽 소리가 나고 여자의 비명이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레몽이 여자를 사랑하는 방식이 동물적이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여자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고 레몽은 여전히 때리고 있다. 레몽은 여자를 많이 사랑하나 보다. 사랑한 만큼 때리고 있는 것 같다. 그 광경을 본 마리는 순경을 불러오라고 말했지만 뫼르소는 순경이 싫다고 말한다. 뫼르소는 레몽의 사랑 방식을 인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세상은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삼층에 사는 납땜장이와 함께 순경 한 사람이 들어온다. 순경이 문을 두드렸으나 이젠 아무 소리도 없다. 더 크게 문을 두드리자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레몽이 문을 연다.

   레몽은 입에 담배를 물고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다. 여자가 문으로 뛰어나와 레몽이 자신을 때렸다고 말한다. 순경이 레몽에게 이름을 묻는다. 레몽이 대답한다. 순경은 말할 때는 입에서 담배를 빼라고 말한다.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한 레몽은 망설이다가 담배를 빨아들인다. 순경은 레몽의 면상에 따귀를 한 대 힘껏 올려붙인다. 담배가 날아간다. 레몽은 안색이 변했으나 당장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제야 분위기를 파악한다. 그러더니 공손한 목소리로 꽁초를 주워도 좋으냐고 물어본다. 순경은 그러라고 하면서 순경이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걸 알아 두라고 말한다. 순경들은 비슷하다. 자신들에게 공손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블공손한 대응을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강력하고 분명하게 질러댄다.

 

출처: 위키백과, 헤리트 반 혼트호르스트, 뚜쟁이. 1625년 작품.
출처: 위키백과, 헤리트 반 혼트호르스트, 뚜쟁이. 1625년 작품.

 

  여자는 계속 울면서 레몽이 뚜쟁이라고 말한다 대체로 뚜쟁이는 반 혼트호르스트의 그림 뚜쟁이처럼 여자의 몫이라 생각하는데 레몽의 여자는 레몽을 뚜쟁이라 말하니 레몽은 순경에게 남자에게 뚜쟁이라고 말을 해도 되는 법이 있냐고 묻는다. 법의 보호를 받고 싶은 요량인 듯 한데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순경은 레몽에게 닥치라고 호통치며 여자는 가도 좋지만 레몽은 경찰서에서 소환할 때까지 방에서 기다리라고 말한다. 순경은 레몽에게 몸이 떨리도록 술에 취했으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하자 레몽은 나리님 앞이라 떨리는 거라면서 자신은 취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는 방문을 닫아 버린다. 구경꾼들도 다 가 버린다.

  마리와 뫼르소는 점심 준비를 끝마쳤으나 마리는 생각이 없다고 해서 뫼르소 혼자서 거의 다 먹는다. 마리는 1시에 가고 뫼르소는 조금 잠을 잔다. 오후가 피로하다. 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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