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과 익숙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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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과 익숙한 것
  • 김선
  • 승인 2020.04.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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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과 고전읽기 도전하기]
(2)이방인-⑭이상한 여자와 살라마노 영감의 개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Jacob 김선(춤추는 철학자),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 소순길(목사), 이광남(칼럼니스트)’ 등이 원서와 함께 번역본을 읽어 내려가며 삶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고전읽기- 알베르 카뮈(김화영 역), 이방인 L’Etranger, 민음사.

: Jacob 김 선

 

Mais selon lui, sa vraie maladie, c’était la vieillesse, et la vieillesse ne se guérit pas.

그가 한 말에 따르면 그의 진짜 병은 노쇠병인데 노쇠병은 고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뫼르소와 마리는 시내를 거닌다. 뫼르소는 여자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며 마리에게 눈여겨 봤냐고 묻는다. 연인 사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은데 뫼르소에게 마리는 다른 의미의 대상인 것 같다. 마리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뫼르소의 기분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잠시 둘은 말이 없다. 당황스런 질문과 어색한 답이 만든 상황이다. 뫼르소는 그녀가 함께 있어 주었으면 해서 셀레스트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그녀는 그러고 싶지만 볼일이 있다고 답한다. 뫼르소는 집근처에서 잘 가라고 인사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묻는다. 뫼르소는 그것을 알고 싶었지만 물어볼 생각을 미처 못 했을 뿐인데 마리가 그것을 나무라는 눈치다. 그러고는 마리는 뫼르소의 어색한 표정을 보고 다시 웃더니 불쑥 온몸으로 달려들어 입술을 뫼르소에게 내밀었다. 마리가 정말 뫼르소를 좋아하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뫼르소는 셀레스트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키가 작은 이상한 여자가 그의 테이블에 앉아도 좋은지 묻는다. 뫼르소는 좋다고 답한다. 뫼르소는 경계심이 없는 것 같다. 그녀는 몸짓이 앙증스럽고 능금 같은 작은 얼굴에 눈이 빛났다. 뫼르소가 좋아할만한 스타일인가? 그녀는 재킷을 벗고 열심히 메뉴를 살핀 후 셀레스트를 불러 명확하고 빠른 목소리로 먹을 요리를 전부 주문한다. 그녀의 성격이 보인다. 그러고는 오르되브르(Hors-d'oeuvre-에피타이저)를 기다리는 동안 미리 합산을 해 보고는 팁까지 덧붙여 정확한 금액을 자기 앞에 내 놓는다. 오르되브르가 나오자 서둘러 먹고 다음 요리를 기다리며 일주일 동안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실린 잡지를 꺼내어 정성스럽게 모든 방송에 푸른 연필로 표시를 한다. 예전에 라디오가 한창 붐일 때 라디오 프로그램을 찾아 듣던 때가 생각난다. 시간을 맞추고,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고 또듣고, 돌려듣고, 지하상가 테이프상점에서 녹음된 테이프를 샀던 그때 그 시절의 라디오방송이 그립다.  

▲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의 과거 모습 ⓒ MBC
▲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의 과거 모습 ⓒ MBC

  

그녀는 여러 페이지 잡지를 식사를 하는 동안 세밀하게 살피면서 표시를 계속한다. 뫼르소가 식사를 끝마쳤을 때도 그녀는 여전히 열심히 표시하고 있다. 그러더니 일어서서 재킷을 입고 나가버린다. 아무 할 일이 없는 뫼르소는 그녀의 뒤를 잠시 따라간다. 그녀는 분명 뫼르소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길을 엄청난 속도와 정확한 걸음으로 걸어간다. 마침내 뫼르소는 시야에서 그녀를 놓치고 만다. 간절하지는 않았나 보다. 가던 길을 되돌아 온다. 포기도 빠르다. 이상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 여자를 잊어버리고 만다. 역시 뫼르소답다.

  뫼르소는 자신의 방 문간에서 살라마노 영감을 만난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게 하니 영감은 동물보호소에 개가 없어서 결국 잃어버리고 만 것이라고 알려 준다. 슬픔을 나눌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동물보호소 사무원들이 아마 차에 치여 버렸을 거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경찰서에 가서 물으면 알 수 있지 않냐고 동물보호소 사무원에게 물으니 매일처럼 있는 일이라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절망감이 서려 있는 힘없는 넋두리처럼 들린다. 위로한답시고 뫼르소는 영감에게 다른 개를 기르면 되지 않냐고 말했지만 영감은 그 개와 익히 사귀어 정이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다. 뫼르소는 정이 무엇인지는 아는 눈치다.

  뫼르소는 침대 위에서, 살라마노는 의자에 앉자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뫼르소는 같이 있기가 거북했으나 별로 할 일도 없고 졸리지도 않아서 무엇이든 말을 하려고 그의 개에 대해 묻는다. 영감은 개를 기른 것은 아내가 죽은 뒤부터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역사를 알려준다.

  자신은 꽤 늦게 결혼했으며 젊었을 때는 연극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철도국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약간의 연금을 탈 수 있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직업에 대한 만족감은 퇴직 후의 삶을 얼마나 보장하느냐가 중요한 요소임을 영감이 일깨워 준다. 그는 아내와의 관계는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으나 아내에게 길들여져서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매우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존재인지라 길들임을 느끼지 못한 상태는 참으로 공허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영감은 개 한 마리를 작업장 동료에게 부탁해서 어린 놈으로 얻어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젖병을 물려서 기르지 않으면 안됐지만 개의 수명은 사람보다 짧으므로 그들은 함께 늙고 만다. 같이 늙어가면서 또 다른 자신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그래서 영감은 자신의 개는 좋은 개였다고 말하며 피부병에 걸리기 전에는 아름다운 털을 가졌지만 피부병에 걸린 후에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포마드를 발라 주었다고 했다. 영감이 말하기를 개의 진짜 병은 노쇠병인데 고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왠지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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