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이웃, 마을과 일상에서의 문화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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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웃, 마을과 일상에서의 문화를 고민하다
  • 강영희
  • 승인 2020.04.21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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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문화 오아시스 이야기](4)
'마을사진관 다행'의 오아시스 활동과 고민

 

<영희의 ‘문화 오아시스 이야기’>는 강영희 사진작가가 배다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마주하는 인천의 생활문화 현장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지역공동체 활동, 공동체 문화예술활동을 인천in에 ‘배다리 통신’으로 담아왔던 필자가 배다리를 넘어 다양한 인천의 생활문화 현장과 그 속의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격주로 싣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강조되고 있고, 2020년 오아시스 공간이 선정되지 않아 오아시스 공간을 찾아가기가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이에 필자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2년 간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느꼈던 고민과 활동의 의미, 앞으로의 전망등에 대한 생각을 2회에 걸쳐 싣고자 합니다.
 
2018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 다행, 메인 포스터@Design by 김수빈
2018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 다행, 메인 포스터@Image Design by 김수빈
 
마을사진관 다행, 문화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까?

마을 어디에나 예술가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지역생활에서 예술하기’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마을예술가들과 그 전부터 공간을 나눠 쓰고 있던 작가와 함께 ‘마을공동체 창작공간’으로 공동운영을 시작한 게 2010년이다. 마을예술가 협동조합을 목표로 다섯 명이 공동으로 임대해 두 공간으로 나눠 활용했는데 각자이 이유로 하나 둘 씩 떠나고 어쩌나보니 혼자 남게 되었다.

여럿이 쓸 때는 좀 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함께 했던 이들이 떠나고 ‘다인아트’가 ‘한점 갤러리’를 열고 3년여 사용하다가 이전하면서 면서 안그래도 거의 혼자 운영하던 공간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개인 창작활동과 배다리 마을의 다양한 공동체 문화활동을 하면서 지내다 월세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카페도 겸해서 운영했다.

십 수년 이상 재개발이 예정 되었던 지역이라 슬럼화 된 마을에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장사 요령도 없는 탓에 갖은 노력에도 사진관도 갤러리카페도 수익은 거의 없었다. 기본적인 운영과 생계를 위해 각종 수업과 다른 사업들의 보조활동을 했지만 점점 감당이 어려워졌다. 얼마 되지 않는 운영비도 감당이 안 되니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참에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 지원사업 프로젝트 소식을 들었고, 지원해 선정되었고 처음으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간은 거의 활용되지 않고, 계약기간은 남았으니 이를 활용해보자는 마음에 마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 얼마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공간에도 얼마간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드니 머뭇거리지 않고 지원했다.
 

 

<마을사진관 다행>의 2018년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활동

시민으로서의 내가 이웃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을과 사람에 대한 기록(나의 사진관)을 하며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만난 이들이 일상의 문화활동을 꾸려가는 것을 돕고, 이방인들과 만나(먼나라 이웃나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다양함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목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연구하고 시도해보고(시를 노래하다), 화가(그리는 즐거움, 다시 배우는 그림수업)는 아니어도 그림이나 미술작업을 편하고 자연스럽게 즐겨보는 과정을 가져본다는 다름의 틀을 정했다.

프로그램 전반을 관리해야하는 입장에서 개인 수업은 어려울 것 같았고, 외국인 이웃들과 함께 하려던 활동은 고민만 있고 그들과의 교류가 부족했던 탓에 진행이 어려웠고, 목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은 수업방식 자체를 고민하고 공부하는 과정이어서 생각했던 분들이 모두 부담스러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색, 도시를 물들이다(천연염색)>, <마을수업-마을을 그리다>, <배다리 마을 영화관>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강좌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그 전체를 관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없었다. 10% 자부담 부분을 임대료로 대치할 수 있다는 것이 어차피 공간 운영자가 부담할 부분만 부담하면 문화프로그램을 해볼 수 있다는 건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1인 대표가 운영하는 개인 공간에서의 프로그램 운영은 적지 않은 개인 비용이 들어갔다.

3년 연속 지원이라는 전제로 선정 첫 해에는 수업에 필요한 시설수리비가 사업비의 20%로 책정되어 진행되었지만, 운영자를 위한 기획비도 책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2019년에는 기획비 20%가 책정되었지만 대표자는 안된다고 해서 1인 운영공간인 다행으로서는 의미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다행(공간)의 입장에서는 (인천)시정부 대신 공간과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산을 하면서 경제적 지원이 없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의미를 스스로 다시 찾아봐야 했다.

천연섬유에 천연염료를 물들이는 즐거움을 누려본 것, 학창시절 미술수업처럼 다양한 미술분야를 가볍게라도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것, 좋아하는 영화를 이웃들과 볼 수 있었던 것이 위로고 즐거움이고 행복이었다. 공간을 지키고 운영하느라 일상에서 문화예술 경험을 따로 할 수 없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가능했고, 그것을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의미가 되었다.
 

2018 마을사진관 다행 세부 프로그램 홍보 이미지 @ Image Design by 김수빈

 

도시에서 시민에게 문화란, 예술이란 무엇인가?

선정을 위한 개별공간 인터뷰, 전체 인터뷰 선정 후 진행을 위한 5개 지구별 모임, 전체 모임 등 실행 전에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를 만들어가기 위한 다양한 층위의 논의와 의견이 오고 갔다. 의견은 분분했지만 활력이 느껴졌고,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다양한 이들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몰랐던 많은 단체들의 활동을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고민과 열정이 느껴지는 과정이었다. 이런 힘들을 잘 모으고 연결하면 서울의 다양한 문화를 찾아 떠도는 대신 인천에서 누릴 수 있는 날도 오겠다는 기대도 하게 됐다.

마을공동체 활동과 함께 했던 2018년의 오아시스 활동에서 일상의 문화와 그것을 누리기 위해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도 이어졌다. 시민과 예술가와 공간, 그것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의미와 관계성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깊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생활문화-공간으로서 자리를 잡는 것, 생활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시민 스스로 생활문화-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속되어야 하는 의미, 그것을 위해 시민의 태도와 시정부의 지원, 전문 생활문화예술인들의 역할 등을 고민하게 되었다. 거꾸로 그런 과정을 통해 한 도시의 문화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인 고민으로 다시 이어졌다.
 


*2019년 마을사진관 다행의 문화 오아시스 활동과 확대된 고민은 다음회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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