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지금은 새를 볼 때, 이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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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지금은 새를 볼 때, 이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 심형진
  • 승인 2020.04.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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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진의 자유여행]
(14) 백령도, 4월의 바다와 새

4월18일 저녁 한 시간과 19일 아침 두 시간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하러 간 백령도에서 짬을 내어 새를 즐기다.

 

백령도 괭이갈매기의 장관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 남과 북의 해상 경계를 가르는 NLL 바로 아래 위치한 섬이다. 인천에서 쾌속선을 타고 가도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삼각형의 이등변을 이용한 항로를 이용하여 200킬로미터 멀고도 먼 곳이다. 배를 타고 가다 소청도 가까이 다가가면 해류의 교차로 인해 물결이 거세진다. 멀쩡한 날씨에도 멀미를 일으킬 만큼 배가 흔들리니 어떤 사람은 이곳이 심청이 탄 배를 한치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하게 한 임당수라고 하기도 한다.

백령도를 가야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여럿, 저마다의 매력을 꼽느라 어느 것이 앞이고 어느 것이 뒤라고 다툼이 있겠지만, 최근에 찾은 이유는 생태와 관련되어 있다. 물론 처음 백령도를 찾았던 이유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경관인 두무진 때문이었지만.

백령도는 서해 끝 섬이기도 하고 남북의 중간 지점에 놓인 섬이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계절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에게는 정말 귀한 섬이다. 중국을 떠나 한반도를 향해 날아오는 새에게는 바다를 건너 처음 만나는 육지이며, 멀리 오스트레일리아나 대만 등 남쪽에서 북으로 가는 새에게는 중간 기착지이다. 한마디로 동서와 남북을 잇는 새들의 고속도로의 교차점에 있는 휴게소가 바로 백령도이다.

제철을 만난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르면 정차해 놓을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붐빈다. 4월에서 5월, 9월에서 10월의 백령이 바로 그렇다. 어딜 가나 지저귀는 새소리가 드높고 떼를 지어 나르는 텃새와 철새는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고 많다.

남한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답게 산과 논, 간척지와 폐 염전, 길게 펼쳐진 해안선은 저마다의 특색으로 뭇 생명을 품는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 해안마다 설치된 철책은 섬이 갖는 고립에 더해 인간의 접근을 이중으로 차단한다. 인간이 없는 자리에 인간 보다 앞선 지구 원주민의 유유자적함을 코로나19사태가 보여주었듯 하늘과 바다 해안을 점령한 일만 오륙천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장관을 이룬다. 그 곁 언덕에 자리한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의 공존은 인간이 사는 섬에서는 유일한 풍경이다.

한때 염전이었던 화옹습지. 지나는 길에 잠깐 살펴봐도 부러질 듯 가늘고 긴 빨간 다리가 인상적인 장다리물떼새에 더해 멸종위기종 1종인 저어새, 멸종위기종 2종인 노랑부리저어새, 중대백로와 중백로, 쇠백로, 황로에 더해 백할미새, 알락도요도 인간의 침입에 무심한 듯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백령의 가장 번화한 마을이 백령의 관문 용기포에서 가까운 진촌이다. 면사무소가 있고, 군인 관사와 주택이 밀집한 이곳에서도 아침 해뜨기 전 잠깐의 산책에도 몇 십종의 새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들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만이 느끼는 행복이지만. 함께 한 ‘새와 생명의 터’ 나일 무어스 박사가 불러주고 필드스코프로 확인시켜주는 행운이 따라 나도 그 행복을 맛보았다. 나일 무어스 박사는 백령도의 생태 자연이 좋아 이맘때 즈음에는 매년 2주 정도를 머물면서 구석구석 탐조를 한다. 이렇게 이십년 가까이 탐조를 한 결과 백령도에서 발견한 새가 375종이다. 한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의 종류가 550여종이니 백령도의 풍부함을 알 수가 있다.

지금 백령도를 가야하는 이유는 ‘새를 즐기기’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민물가마우지
날아가는 황로
장다리물떼새
장다리물떼새
저어새
저어새(앞 왼쪽 두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앞 오른쪽), 뒤쪽으로 중대백로, 중백로, 황로. 
알락도요새
백할미새

 

백령 진촌

 

아침 해뜨기 전

일찍 일어난 새 만나러

부산을 떤다

진촌은 온갖 새소리로

깨어나고

정신을 차리고

하루의 힘을 얻는다

왕새매

북녘으로 날아가고

붉은부리찌르레기 , 호랑지빠귀, 찌르레기

항등새, 검은이마직박구리, 붉은빰멧새, 검은머리방울새

작은동박새, 뱁새 촉새 콩새 개똥지빠귀

흰배지빠귀 노랑눈썹솔새

유리딱새 되지빠귀

흰머리멧새 노랑배박새, 흰배멧새 노랑턱멧새

솔개, 말똥가리,

꿩 

붉은가슴밭종다리 검은머리멧새

떼까마귀 큰부리까마귀

황로 귀제비

저마다의 소리로

응원한다

너희에겐 작은 새 큰 새

우리에겐 작은 사람 큰 사람

네 이름 나는 모르고

내 이름 너도 모르지만

너와 나의 세계는

하나

                                       - 심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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