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우리 먹거리는 지속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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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우리 먹거리는 지속가능할까?
  • 권순실
  • 승인 2020.04.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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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건강한 먹거리 모두에게 보장할 수 있어야 - 권순실 / 로컬푸드실천협의회 대표

사무실 근처인 주안 남부역 광장에는 매 주 수요일 밥차가 들어온다. 11시 경이면 벌써 언뜻 보기에도 이백 명은 넘을 정도로 많은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찾아오신다. 아니 오셨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후부터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간단한 도시락을 차에서 나눠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줄을 선 어르신을 보긴 어려웠다. 비가 올 때에도 천막을 쳐놓아선지 방문하시는 어르신 수가 크게 줄지는 않았었다. 언젠가 부부로 보이는 두 어르신께 무료급식이 없는 다른 날에는 어떻게 드시냐고 여쭤본 적이 있는데 그런 건 왜 묻냐고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셨다.

생전에 친정어머니는 인근 복지관에서 무료급식을 제공해 점심 때 시간 맞춰 가시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다. 당신 혼자를 위한 요리도 버거워질 노년기에 그나마 균형 잡힌 식사를, 말벗할 분들과 함께 드시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있고 노인 빈곤율이 47.2%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대 오승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중부지역 2개 도시 노인들의 식사형태를 분석한 결과 밥+국(찌개)+김치+반찬 1종류로 식사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오 교수는 연령층이 높을수록 총 열량 섭취량의 대부분을 밥과 같은 탄수화물로 섭취하는 것은 문제이며 당뇨, 고혈압, 고지혈 등 만성질환자들은 육류, 생선 등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그릇된 식생활·영양 정보로 노인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다 해도 건강문제로 삶의 질이 높지 않거나 의료비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면 노년의 생활은 축복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달 TV에서 본 영국 간호사의 눈물과 먹거리 문제

환자들을 돌보는 48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장보러 슈퍼에 간 영국 간호사가 식품이 동난 진열대를 보면서 제발 사재기를 멈춰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는 사재기를 하지 않을 정도의 품격을 갖춘 국민이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밥상의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먹거리 상황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제2, 제3의 코로나가 온다면 국제농식품체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코로나 이후의 우리 밥상은 어떻게 차릴까?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 될 것이고 그 이후를 준비해야한다고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상황이 좋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 해서 우리의 일상이 예전과 똑같이 돌아가게 두어야 할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홀로 고립되어 삶의 질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는데 우리 자신과 이웃을 어떻게 돌볼지, 또 다시 비상상황이 올 경우를 대비하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그 누구도 다른 누구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도출된 사회적 합의라면 적어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권 만큼은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인천 지역사회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아닐까?

무료급식소에서 만났던 두 어르신께 드렸던 질문, 수요일 말고 다른 날엔 어떻게 식사하세요? 혹시 매일 함께 말벗하며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댁 가까운데 있다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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