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각(by 覺), 전통과 '정통'을 바느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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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각(by 覺), 전통과 '정통'을 바느질하다
  • 정혜진 시민기자
  • 승인 2020.05.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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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마을 탐험기]
(15)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은 아니다 - 정혜진 / 마을교육 공동체‘파랑새’대표

우리가 살아가다보면 오래된 것을 마치 낡은 것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 도시도 언제부터인가 오래된 도시를 구도시로 부르고 새로 생겨나는 도시를 신도시라 불리며 구분하며, 너도 나도 신도시에 들어가려는 현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오래된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 중 한 곳이 바이각(by )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옷을 만들고 있는 by 覺
전통적인 방법으로 옷을 만들고 있는 by 覺

인천에서 유일하게 수제 양복을 하고 있는 테일러샵 '김주현 바이각(by )'.

'올바른 옷 입기가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한다'란 슬로건으로 인천에서 40년 넘게 양복을 하셨던 장인 7명의 지혜를 모아 인천의 마지막 남은 수제 전통 슈트를 만드는 곳이다.

이곳은 사라져 가는 인천의 바느질을 지키고 또한 발전시켜 세계로 뻗어 나가려 한다. 과거 동인천, 경동에 몰려있던 양복점이 점점 쇠하고 인천에서 이렇다할 양복점이 거의 없었던 2014년 김주현 대표가 직접 경동 양복점을 찾아다니며 삼고초려 해 양복장인 7분을 모시고 시작하였다.

바이각(by )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생겼다. 상호를 지을 때 꼭 한자로 이름을 짓고 싶어 고민하다가 김 대표가 좋아하는 '깨달을 각'자를 넣었다. 깨달을 覺자는 배울 학자에 볼견자로 구성되어 있어 배우기 위해선 많이 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영어 by를 더해 'by 覺'으로 이름을 완성했다. 동서양이 조화를 이루게 한 것이다. 양복이 서양에서 동양(제물포 구락부)으로 들어와 유행하기 시작하였고 개항기부터 지금까지 남자가 정성스레 갖추어 입는 옷 정장으로서 ‘by 이란 이름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인천 토박이로 서울에서 양장과 원단 공부를 한 김 대표는 인천에서 인천만의 옷을 만들고 싶었다. 제물포에 터를 잡고 1층에는 양복점을 두고 지하층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손님들이 양복을 입은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by 覺 매장앞 김주현대표의사진과 신 제물포 구락부 내부
by 覺 매장 앞 김주현 대표(좌)와 신 제물포구락부 내부

by 지하에 위치한 스튜디오 이름은 '신 제물포구락부'이다. 과거에 있던 제물포구락부의 터에 구 제물포구락부라 되어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스튜디오를 신 제물포구락부라 이름 붙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위치해 있는 곳이 현재의 제물포역에서 가깝고 구락부의 뜻이 일본식 표기법으로 클럽을 지칭하기에 스튜디오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으면 하는 마음과 이런 문화적 장소가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름 지어 부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1년에 한번 파티를 열기도 한다. 성황리에 종료된 사랑의 불시착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입소문을 타 많은 연예인들의 양복을 맞춰 입은 곳이기도 하다. 최민수, 유재석, 가수 비등 많은 이들이 by 의 정장을 맞춰 입었다.

김주현 대표가 고집스럽게 전통 바느질을 지켜 가고 있는 것은 현재 이렇게 양복을 만드는 곳이 인천에는 얼마 없고 그 마저도 사라져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수제 양복이라고 되어있는 곳들도 손수 바느질을 하는 곳은 거의 없었어요. 맞춤 양복점에 가더라도 대부분 기성 양복을 몸에 맞게 줄여주는 정도이지 직접 재단부터 가봉, 완성까지 만 번 이상의 바느질로 만드는 것은 힘들기 때문인데, 우리는 그것을 지켜가려고 해요. 하다못해 단추 구멍 까지 손수 만들고 있어요. 슈트 한 벌 만드는 데 52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쉽지 않은 공정을 거치는 것이라 옷을 만드는데 정성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by 의 슈트는 '정성'이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라며 수제 양복을 소개한다.

다른 사람들은 신도시에 가게를 내지 못해 안달일 때 과감하게 구도시에 정장 집을 낸 김주현대표다. 그는 이에대해 "어떤 좋은 서비스나 양질의 무엇을 얻고자 하면 서울이나 신도시로 가야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인천에도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내가 사는 곳에 이런 슈트를 소개하고 싶어서 인천에서 시작 하게 되었어요.” 라고 이야기를 한다.

사라져 가는 인천의 바느질을 지켜가고, 세계의 정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많은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분들이나 시에서 유형의 것들만이 아니라 무형의 것에도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해요. 인천에 문화재가 많고, 사라져 가는 것들도 많지만 현대인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워요. 그런 부분이 아쉬워서 전 인천을 대표하는 슈트를 만들려합니다. 안감에 인천대교와 비행기 같은 인천을 대표하는 것으로 디자인해 넣으려고 기획하고 있어요.”라고 얘기를 이어간다.

왼)장인이 직접 디자인하고있는 사진  우)신제물포 부락부에서 촬영된 ‘사랑의 불시착’7회 중
왼)장인이 직접 디자인하고있는 사진 우)신제물포 부락부에서 촬영된 ‘사랑의 불시착’7회 중

by 은 사회적 기업은 아니지만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청년 일자리 정책, 노인 일자리 정책 등과 관련해 대학과 산업협력을 다양하게 맺고 있으며, 사라져 가는 인천의 바느질을 지키기 위해 아카데미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의 의미있는 사연들을 받아 한 달에 2사람씩 선정하여 무료로 양복을 맞춰 주는 '아름다운 양복'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인천에는 다양한 분야에 아름다운 이야기와 의미있는 역사가 있지만 무관심하거나 저평가되고 있다. 또는 새 것, 개발 등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의 역사나 전해져오는 '이야기'들을 얼마나 알 고 있을까. 잠만 자고 나가는 마을이 아니라 내가 사는 마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만 찾는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남아있지 않게 된다.

신도시라 불리는 곳이 교통과 주거 등 일상의 생활에 편리하게 설계됐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의 '아름다운 생활 전통'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을 '문화'로 발전시켜 후손에게 잘 물려주어야 하는 것도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의 규범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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