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에서 ‘착한 구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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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에서 ‘착한 구매’를
  • 홍지연
  • 승인 2020.05.08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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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
(7) 코로나19 이후 동네책방은 - 홍지연 / ‘책방 산책’ 책방지기

이웃들이 와야 진짜 ‘봄’

책방 창으로 보이는 연둣빛과 초록빛 나무들을 보니 곧 초여름이 올 것 같다. 고요했던 놀이터에서도 ‘생활 속 거리두기’ 발표가 난 뒤로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가 제법 들린다. 예년 같으면 꼭 이즘 아이들이 ‘책방 나들이’를 왔다.

책방을 열고 1년 6개월 남짓 되었을 때 인근 학교 선생님께서 마을탐방 길에 아이들과 책방을 들러보고 싶다고 하셔서 초등학교 2학년 20명 정도 세 반이 시작이었다. 작은 마당에 테이블을 내어놓고 빅북, 점자책, 팝업북, 그림책, 동화책, 만화책, 손을 많이 타서 너덜너덜해진 책…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책을 고르고 골라둔다. 아이들이 자리에 앉으면 그림책이나 짧은 동화 한 편을 읽어주고 골라둔 책 소개를 간단히 한다. 그리고 어떤 책이든 살펴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살펴보고 사 가는 책이니 조심히 다루어 달라 하고 자유롭게 책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은 마당과 서가 곳곳을 두루 살피고 재미있어 보일만한 책을 각자 골라 읽거나 책방에 한 권 밖에 없는 책은 친구와 나란히 앉아 사이좋게 읽기도 한다. 자신이 고른 책보다 친구가 골라 읽는 책이 더 재밌어 보이면 기다렸다가 친구가 책을 내려놓으면 그 책을 얼른 집어 든다.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어떤 책을 고를까 속살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그렇게 고른 책은 학급문고가 되기도 하고 학교도서관에 들어가기도 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주는 어린이날 선물이 되기도 한다.

처음엔 저학년 아이들로 시작되었지만 그 뒤론 고학년 아이들, 중학교 독서동아리, 고등학교 도서부 등도 온다. 학교도서관에 어떤 책을 두면 좋을까 보러 오기도 학교 축제 때 도서부에서 어떤 책으로 어떤 행사를 기획할까 고민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오기도 한다. 때로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아이들 20명이면 꽉 차는 작은 책방을 딱 1~2시간만 넓히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책방 이용법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갈 줄 누가 알았을까. 아이들 출입이 잦은 곳이기도 하고 작은 공간이라 2미터 이상 거리두기가 쉽지 않아 처음 2주는 완전히 문을 닫았고, 더 이상 문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 뒤로 예약제 운영을 한다. (예약 방문을 하실 때는 인천e음 카드를 꼭 들고 오시길!)

예약손님이 가고 나면 30분 환기를 하고 청소와 소독을 한다. 책방지기가 하는 ‘동네 비대면 우편함 배달’,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꾸러미 배송’ 등도 하고 있다. 독서모임, 북토크, 작가와의 만남… 계획했던 모든 일들이 미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무엇보다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우당탕퉁탕 이곳을 드나들며 아이들을 마음껏 볼 수 없어 허전하기만 하다.

채소값이 500원만 올라도 당장 식탁에 반찬으로 올리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럼에도 정가로 책을 사며 책방으로 발걸음 하는 이웃들의 마음은 책방이 오래도록 동네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제는 안다. 책과 사람, 동네와 마을,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동네책방임을 코로나19로 다시금 깊이 느끼는 중이다. 만날 수 없으니 책사랑방이자 문화사랑방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하다 랜선 독서모임이나 온라인 북토크도 고민하고 있다.

비대면 동네 배달
비대면 동네 배달

 

동네책방에서 ‘착한 구매’를

2016년 ‘인천시 지역 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되고 2017년 ‘인천시교육청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지역 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된 뒤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서도 지역책방 구매가 활성화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도서정가제법에 명시된 10% 직접할인과 5% 간접할인을 받고 있다.

현재 공공도서관은 간접할인을 안 받는 곳이 많지만 학교도서관은 대부분 받는 상황이다. 학교도서관의 납품 수익률이 13%가 안 되는 상황에서 5% 간접할인은 동네책방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특수 상황에서 상생을 위해 올해만큼은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책방들이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도록 학교에서 5% 간접 할인이라도 받지 않아 주시기를, 공공도서관에서는 올해만이라도 통 크게 10% 직접 할인을 받지 않고 완전도서정가제 실현 검토를 부탁드린다. 경기도 등 다른 지역은 완전정가 구입을 결정하거나 논의 중인 곳이 상당하다.

‘동네책방에서의 착한 구매’는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 속에 학급별로 책방나들이를 다니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지역 소비에 대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다. 직접 책을 보고 선택해서 읽고, 독서토론까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책 문화와 독서 문화 교육이 될 것이다.

정가구입과 지역책방에서 도서구매, 지역책방으로 나들이활동 등 이런 활동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서로 배려를 한다면 동네책방지기들은 더욱 힘을 내 열심히 책방 운영과 문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등생 동아리
중등생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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