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책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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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책 사세요
  • 위원석
  • 승인 2020.05.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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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9) 위원석 / 딸기책방 책방지기
 그림책 작가 다이어리 만들기 워크숍

책방인가요? 서점인가요?

집 가까이 책 파는 곳이 있는 건 분명 행운입니다.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이웃에 있는 그곳에 들러 보세요. 서가에 꽂힌 형형색색 표지와 책 등의 제목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그들을 유심히 살피다가 마음에 맞는 책 한 권 골라 주말을 함께 보내는 건 정말 멋진 일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방금 책을 산 그곳, 그곳은 책방인가요? 서점인가요? 언제부턴지 책 파는 곳(bookshop, bookstore)을 부르는 이름이 참 다양해졌습니다. 온라인 서점, 오프라인 서점, 대형서점, 지역서점, 소형서점, 독립서점, 동네책방, 독립책방, 작은 책방….

어떤 용어들은 분류 기준이 명확합니다만 어떤 용어들은 중복되기도 하고 차이가 미묘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역서점과 동네책방의 차이를 묻는 손님들도 있어서 나름 생각나는 대로 설명해 드리기도 합니다.

‘지역(local)’에서 ‘책을 파는 곳’이라는 점에서 지역서점과 동네책방은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책을 팔거나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의 지점이 아닌 책방들은 모두 ‘지역서점’입니다. 이들 지역 서점 중 비교적 최근 주택가나 일상 공간 깊숙한 곳에 차려진 작은 서점들이 ‘동네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지역서점과 동네책방은 개념이 다르다기보다는 어감의 차이가 크다고 보아야겠습니다. 최근 시작하는 책방들이 ’동네‘와 ’책방‘이라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건, 자신들이 마련한 공간을 독자들이 좀 더 만만하고 친숙하게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거예요.

그 이름이 무엇이든 10%의 가치는 있지 않을까?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뚝딱 책을 주문하면 10퍼센트를 할인해 줍니다. 빠르면 오늘, 늦어도 모레까지는 내 집 앞에 책을 배달해 줍니다. 지역서점이나 동네책방에서 책을 주문하자면 10% 할인을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애써 책방에 들러 책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불이익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오늘도 딸기책방에 책을 주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웃에 있는 책방의 가치가 10%의 할인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며 동네책방을 지지해 주는 분들입니다. 참 멋진 분들이에요~^^ 이분들이 계셔 동네책방에 희망이 있는 거겠지요.

지역서점이든 동네책방이든, 이름이 무엇이건 책을 파는 사람들은 우리가 자리잡은 마을이 책방이 생겨 더 좋은 곳으로 변화하길 바랍니다.

책방이 들어서 좀 더 밝은 골목이 되고, 마을에 생기가 돌고, 드나드는 얼굴들이 밝아진다면 좋겠습니다. 이웃의 경기가 좋아 우리 영업이 잘되고, 책방이 활기차게 운영되어 주민들도 기분 좋게 찾아오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책방을 통해 한 사람의 독자라도 새로 태어난다면, 우리가 운영하는 책방이 있기에 독자들이 한 권이라도 더 책을 볼 수 있다면 큰 보람이지요.

동네를 위해 10%의 가치 투자해 주세요. 책방지기들도 그 가치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딸기책방을 방문한 유치원 어린이들
딸기책방을 방문한 유치원 어린이들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노력

딸기책방은 문을 연 지 3년 차 되는 동네책방입니다. 우리는 네 번의 그림책 워크숍을 진행하며 40여 명의 지역 독자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그림을 나누었습니다. 그림책 문화를 함께 나눈 과정도 뜻깊었지만, 평균 네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참가들이 서로에게 귀기울여주는 과정은 책방지기에게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동네 학교 어린이들과 그림책 만들기 워크숍을 하기도 하고 유치원 어린이들이 견학을 오기도 합니다. 올해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그림책을 함께 읽고 그림을 그려보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강화도 양도면 책방 국자와주걱은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다양한 문화행사로 유명합니다. 시골 마을에서 유명 작가와 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수년째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운영하는 내가면 우공책방은 시는 물론이고 나무, 목공이라는 콘텐츠로 강화도 주민들과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길상면 책방 시점은 시골에서 만나기 어려운 굵직굵직한 인문학, 문학 강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갑니다. 오랜 기간 팟캐스트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책방시점은 앞으로 마을 주민들과 만들어가는 팟캐스트 방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계양구의 책방 산책은 지역 주민들과 내실 있고 결집력 있는 동네책방입니다. 놀이터 아이들의 친구이기도 하구요.

동구의 책방 나비날다는 끊임없이 다양한 문화적 시도로 주민들과 책을 이어줍니다. 무엇보다 고양이들의 낙원이에요.

동네책방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여러분도 동네책방에 좋은 이웃이 돼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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