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도 분(粉)바위와 스트로마톨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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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도 분(粉)바위와 스트로마톨라이트
  • 심형진
  • 승인 2020.06.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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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진의 자유여행]
(15) 시간의 퇴적과 생명의 기원

 

분바위에서 본 소청등대
분바위에서 본 소청등대

백령대청 지질공원에 포함된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구상의 생명체, 더 나아가 인간의 생존과 관련이 많다. 요즘 인간이 갖는 사회경제적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문명사적 전환을 생각하게 하는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습격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얼토당토 않는 말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습격이지만 지구의 나이 45억년을 생각하면 새 발의 피’, 바이러스의 역습이란 말이 제격이다.

지구가 탄생하고 약 10억년이 흐른 다음인 35억 년 전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했다. 바이러스의 일종인 남조류(또는 남세균)의 등장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 놓음으로 생명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들 남세균으로 이루어진 미생물 막에 의해 퇴적물 알갱이들이 붙잡혀 고정된 여러 층으로 구성된 화석이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

스트로마톨라이트
스트로마톨라이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은 호주에 있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은 소청도에 존재한다. 대략 10억 년 전까지 올라가는 이 화석에선 국내 최초로 박테리아 화석이 보고되어, 고생대 이전인 선캄브리아누대의 고환경과 생명의 탄생 기원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학술적 유적이자 교육적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바다나 하천에 가라앉은 미생물 등의 퇴적으로 형성되는 석회암의 일종이기도 한 스트로마톨라이트의 곁에는 석회암이 고열과 고압을 받아 변성된 대리석 암석층이 펼쳐진다. 얼굴을 희게 하는 화장품처럼 뽀얗게 빛나는 성질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이 바위를 분() 바위라고 하고, 깜깜한 밤 달빛을 튕겨내는 모습을 보고 월띠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분바위와 월띠로 불린 바위절벽
분바위와 월띠로 불린 바위절벽

칠흑같이 어두운 밤 달빛 별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월띠는 바다와 함께 살아야 하는 섬주민에게는 정말로 고마운 존재였으리라.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깜깜한 바다 생명의 동아줄처럼 드리워진 월띠, 생태계가 단지 생명체만의 세계가 아니고 바위나 돌 같은 무생물이 없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생명으로서 광합성을 통해 인간의 탄생을 예비하였다면, 이제는 돌이 되어서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시간의 유산 소청도의 분 바위와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은 여전히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다. 특히 공기 중 이산화탄소량의 미미한 변화가 생태계의 뭇 생명을 위협하는 제6의 멸종 시기인 지금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스트로마톨라이트와 함께 퇴적된 층리의 화려한 색채가 황홀하다
스트로마톨라이트와 함께 퇴적된 층리의 화려한 색채가 황홀하다

혹시라도 소청도를 들러 기회가 되어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보러 가신다면 숨은 그림 하나 더 찾아보시기 바란다. 분바위 끝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있는 그곳, 더 이상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곳을 넘어서면 새로운 풍경이 숨어있다. 내려서지 않아도 어렴풋이 보일 수도 있지만 풍경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감동을 준다. 오랜 시간에 걸쳐 퇴적이 된 토양은 그 시기에 어떠한 광물질이 많이 포함되었느냐에 따라 고유의 색을 띈다. 철이 많으면 붉은 색을, 구리 성분이 많으면 녹색을 이렇게 색으로 표현된 세월이 빚어낸 풍경에서, 중국 광동성의 단샤산과, 남아메리카 쿠스코 지역의 비니쿤카산의 휘황찬란한 퇴적층리의 장관과 수려한 산수의 축소판을 만나게 될 것이다.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보일 것이고, 볼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우주의 시간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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