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문화의 바로미터 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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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문화의 바로미터 부평
  • 박상희
  • 승인 2020.06.15 06: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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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6) 부평역, 부평지하상가, 부평 문화의거리

인천사람이라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평역에 대한 감상은 색다를 것이다. 전철이 웨딩홀 등 익숙한 빌딩들을 마주하며 부평역에 도착하면 드디어 미어지는 사람들이 물밀 듯이 빠지고 금방 자리가 나겠구나 하는 안심과 함께 집에 가까워짐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안도한다.

물론 부평역에서 집까지도 짧지 않은 여정이 남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부평은 인천의 시작인 셈이다. 또 한 가지 부평은 인천 사람들에게는 만남의 장소이자 노는 장소이다. 여기서 논다는 것이 여러 가지 뜻이 함축적인데 일단 사람들이 많고 교통이 편리하며 그 많은 사람을 즐겁게 접대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부평역 부근은 이 모든 조건을 매우 훌륭하게 충족시키는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서울과 인접해 있고 교통망이 편리해 유통과 산업, 다양한 상업이 번성해서 차고 넘치는 사람과 유행이 있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수가 없고 식당과 상점 그리고 유흥이 빠지지 않는 도시이다

 

부평로타리 밤_색연필과 오일 파스텔_2020
부평로타리 밤_색연필과 오일 파스텔_2020

 

재미있는 점은 다른 도시에서 즐기는 문화가 공연장이나 예술회관 혹은 서점이나 대형 실내 복합상업시설에서 벌어진다면, 부평역 주변의 문화의 거리는 길거리에 늘 음악이 흐르고 원하는 이들은 춤추며 노래하고 다양한 컨셉의 행사가 있어 그야말로 오픈된 노천 무대라는 것이다.

길거리 공연장에서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학생들을 보면 김홍도의 작품 <무동>에 나오는 소년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춤사위와 휘날리는 옷자락에 배인 신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김홍도는 <풍속 도첩>을 통해 조선 후기 백성들의 생활상을 매우 생생한 모습으로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부평 문화의 거리는 가장 정확하게 한국 대중들의 일상적 여가를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일부 상류층들이 벌이는 폐쇄된 놀이문화나 값비싼 티켓비로 자리를 가르는 허세가 아닌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시민 문화의 현장이니 말이다.

 

김홍도의 '무동', 종이에 담채, 18세기 후반,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의 '무동', 종이에 담채, 18세기 후반, 국립중앙박물관

 

마찬가지로 대피 시설 방공호로 지어진 지하시설들이 점포로 확장되면서 형성된 부평역 지하상가(모두 몰)도 빠른 유행과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시민들의 쇼핑과 문화의 명소가 되어 일일 방문객이 10만 명이 넘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하였다.

이렇게 이전 시대가 남긴 흉측한 건물들이 대중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된 예는 많다. 영국에서는 화력발전소가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바뀌고 부평에서는 지하 방공호가 거대 지하상가로 변모했지만 둘 다 시민 문화의 다양한 문화 소비 형태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두 곳 모두 자발적으로 시민들의 문화적 향유를 위해 존재하는 일상 속 열린 공간으로써 생활 가까운 쉼터이자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부평지하상가_종이 위에 수채_2020
부평지하상가_종이 위에 수채_2020

 

                                                                2020614일 글 그림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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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0-06-20 05:41:43
두그림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인지라 내걸음하는 한곳이라는 반가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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