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다준 아름다운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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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져다준 아름다운 꽃밭
  • 문미정
  • 승인 2020.06.16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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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기](23)
- 반성하게되는 '지구 관리'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한 달씩 섬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아 졌다. 육지로 가서 계절옷을 바꿔야 하거나 병원을 가야하는 일이 아니면 좀처럼 나가지를 않는다. 혹시라도 모를 감염 가능성에 두려운 마음에서다.

이곳 장봉도의 삶을 좋아하는 우리들은 그리 답답한 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아니 오히려 자유롭게 지낸다는 말이 더 잘 들어맞는다.

적어도 내 집 안에서는 내 집 마당 앞에서는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자유롭고,

일주일에 두 세 번 갈까 말까한 바닷가 앞 슈퍼에 가는 길에도 사람들 만나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주말에 관광객이 많이 들어와 마스크도 안하고 가게를 들락거리는 통에 우린 아예 주말엔 더 마당 밖으로 안 나간다.

심지어 남편은 누가 길을 물어보면 입을 꼭 다물고 고개만 내젓는다고 하니 사람 관계가 참 쓸쓸해지는 요즘이다.

올 봄 황사 한번 없이 새파란 하늘을 보면서 원래 한국의 봄 하늘이 이랬구나 싶었다.
올 봄 황사 한번 없이 새파란 하늘을 보면서 원래 한국의 봄 하늘이 이랬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것과 대비되게 아름다워 진 지구 곳곳의 소식들이 들려올 때면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지구를 관리하지 않고 살아왔나 반성하게 된다. 장봉도도 그 코로나 '덕분'에 봄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새파랬다.

장봉도 하늘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워진 지구의 한 귀퉁이가 또 있으니 바로 우리집 올라오는 오솔길과 집 뒷 마당이다. 맨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엔 모두 풀만 무성하고 쑥만 엄청나게 크게 자라는 모습에 놀라기 까지 했다.

‘수 년 안에 이 길을 꽃길로 만들리라다짐했던 게 2년 전인데,

코로나가 그 시기를 앞당겨 주었다.

지금은 집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양 옆은 꽃으로 가득하다.

집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꽃길이 되었다.
집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꽃길이 되었다.

 

이른 봄엔 튜울립, 히아신스, 수선화와 꽃잔디, 그리고 삼색제비꽃이 봄을 알린다. 죽은 땅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제일 기쁘다.

구근들의 꽃이 지기 시작하면 미스김 라일락 향기가 온 동네 진동하고, 곧바로 패랭이, 돌나물, 수레국화가 피어난다. 올 봄은 날이 추워서 꽃들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넝쿨장미, 송엽국, 범의귀, 낮달맞이꽃, 우단동자, 수국과 백합이 맘껏 뽐을 내는 시기이다.

 

소라껍데기로 테두리를 장식한 꽃밭
소라껍데기로 테두리를 장식한 꽃밭

 

이렇게 꽃길만 만들어 둔 것이 아니라, 나물 밭도 완성이 되었다. 산마늘, 방풍나물, 참나물, 당귀, 더덕 ... 몸에 좋은 건 다 심었지 싶다.

이렇게 다 꾸미고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우리는 뒷 뜰도 꾸몄다.

큰 화분을 구해 허브를 한 종류씩 옮겨 심고, 그 아래로는 염소똥과 닭똥을 섞어 땅을 일구어 달맞이꽃과 분홍달맞이꽃, 우단동자를 가득 심었다. 우단동자 꽃은 올해 옮겨 심어 당장은 꽃을 볼 수는 없지만 내년이면 뒤뜰 가득 자주 꽃이 가득찰 것이다. 그래도 낮달맞이꽃들과 분홍달맞이 꽃들은 벌써 만개하여 낮이고 밤이고 어두웠던 뒤뜰을 밝혀준다.

달맞이꽃으로 가득한 뒷뜰
달맞이꽃으로 가득한 뒷뜰

 

코로나 19가 삶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고들 한다. 집에서만 지내다보니 살이 확찐자가 되었다는 유행어가 돌 정도다.

여기 장봉댁의 삶도 바꾸어 놓았으니 이곳의 삶에 더 집중하게 해주는 듯하다빠지는 날 없이 새 먹이와 물을 잘 주어서 그런지 닭들도 알을 안정적으로 낳아주고 있고 아기 염소도 한 번도 아프지 않고 별 탈 없이 잘 자라주고 있다.

동네 아이들도 주말마다 도시로 나가지 않으니 같이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더 자주 같이 놀게 되었다. 요 네 녀석은 타협하고 양보하는 법을 터득했는지 이제는 확실히 덜 싸우게 되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이제는 코로나가 정말이지 멈추었으면 좋겠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마스크 없이 맘 편히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먹고 나올 수 있었던 작년이 너무나 그립다. 4주째 그 냉면 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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