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의 일상 - 예술적 취향 발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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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의 일상 - 예술적 취향 발견하기
  • 강영희
  • 승인 2020.06.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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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문화 오아시스 이야기]
(8) 사루비아 공방(생활금속공예) - 오아시스를 시작하며
동인천 역 중앙시장 일부가 남아있다.@202006
동인천 역 중앙시장 일부가 남아있다.@202006

더위가 한 풀 꺾인 6월 하순, 생활금속공예 수업이 있다는 '사루비아' 금속공방을 찾아갔다.

포목점, 한복집이 늘어선 동인천 북광장 중앙시장길 뒤편에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사루비아 공방은 찾아가기가 좀 애매하긴 했다. 오래된 상점과 가게들 뒤편으로 덧대어진 집과 집들이 얽기 설기 기워진 것이 조각보같기도 하고 장난감 블록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지역이다.

오래된 다양한 색과 모양의 타일과 집들이 있고, 길이 있으려니 하고 들어선 오래된 벽돌집 골목을 세 번이나 돌아 나오고서야 반짝이는 대추나무가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들어선 골목에는 새들이 물을 먹다가 날아올랐고, 고양이는 걷는 듯 뛰는 듯 사라져다. 그들이 떠난 곳에는 물그릇과 고깃덩어리, 사료그릇이 있었다. 그 길 끝에 익숙한 문이 눈에 들어왔고, 손바닥만 한 간판이 맞이해줬다.

 

*사루비아 공방은 오래된 중앙시장 건물 뒤편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흑백필름을 이용한 기록사진>과 <생활금속공예>다. 공방이 여러 모습들.@202006 사루비아

사루비아 공방'2014년경 배다리 헌책방 거리 - 금곡길 옆에 있던 '이십세기약방' 건물에 세 들어 있을 때 찾아간 적이 있었다. 배다리 마을에 새 공간이 생기면 인사 겸 구경 겸 돌아다닐 때 잠시 들렀었고, 다행히 우락부락?한 작업자의 친절에 작업실 구경도 할 수 있었다. 금속작업보다는 천이나 금속에 사진을 전사해놓은 것이 기억에 남았고, 다양한 작업을 한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작가와 알아갈 기회가 생겼을 즈음 이십세기약방 건물주가 본인들이 쓰겠다며 재계약을 하지 않아 새 공간을 찾아야 한다며 속상해했던 기억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중앙시작 뒤편 건물에 마땅한 공간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고양이 다섯 마리가 있는 작업실을 생각하면 밤에는 이들이 모여 무슨 작업을 하는게 아닐까 싶다.@202006. 사루비아
고양이 다섯 마리가 있는 작업실을 생각하면 밤에는 이들이 모여 무슨 작업을 하는게 아닐까 싶다. 고양이 알러지가 있으면 출입이 어려울 듯하다.@202006. 사루비아
첫 수업- 왁스 카빙에 사용되는 도구들@202006 사루비아
첫 수업- 왁스 카빙에 사용되는 도구들@202006 사루비아

 

사루비아 공방<생활금속공예><흑백필름과 기록사진>을 주제로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지원 사업에 공모해 선정되었고, 두 가지 프로그램을 격주 금요일 오후 2시에 각 12-14회 가량 진행한다.

마을사진관 다행에서 3년째 천연염색을 가르치고 있기도 한 사루비아 대표 신대기씨는 '코로나19'로 수강생도 줄어들기도 했고, 심심하기도 해서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금속공예는 접근성이 어려운, 가볍게 체험할 수 없는 분야라서 걱정스러웠으나 희소성이 있는 만큼 의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의 경우도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로 흑백필름과 전사 등의 방법을 써서 100년을 갈 수 있는 사진 - 공예를 하듯이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사루비아공방 대표 신대기씨와 고양이 춘향@202006
사루비아공방 대표 신대기씨와 고양이 춘향@202006

 

 고양이 다섯 마리와 지내고 있는 신대기씨와 오아시스 사업과 인천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사업을 처음 진행하는 입장에서의 어려움이 있다면

-> 공예를 하는 사람으로서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업은 좀 곤란한 측면이 있다. 금속작업도 사진작업도 다 하는데 다른 사람을 데려와 진행을 해야 한다. 강사비며 기획비며 공간 운영자에게 지급할 수 없게 되어서다. 지원공간의 형태에 따라 운영형태가 다른데 단체를 운영하는 기준에 맞춰 사업예산을 짜고 운영해야 하니 이것은 이 공간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서는 긍정적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 사업진행자로서 사루비아의 강점을 이야기 한다면?

-> 코로나192년은 갈 텐데 이런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설탕커피 400-500번 휘젓는 일 말고 평소 시간이 오래 걸려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 보는 게 어떨까? 보통의 일상이었다면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사람들을 대면하던 일상에서 비대면의 일상시대에 해야 할 것을 생각해본다면 공예만한 일이 없다. 관심은 있었으나 해보지 못했던 일을 찾고, 지속적으로 배우고 공부하고 개인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면 훌륭한 취미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깊이 있게 공부하고, 지속적이 노력으로 실력을 키우면 이런 감염병 시대를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대항해의 시대 긴 항해 동안 남아도는 엄청난 시간에 코끼리 상아에 한땀 한땀 새기기 시작한 작업, 전쟁터에서 참호에서 시간을 보낼 때 라이터 등에 새겨 넣던 작업이 인그레이빙의 일종이라고 한다.

 

작업중인 인그레이빙 작품@202006 사루비아
작업중인 인그레이빙 작품@202006 사루비아

 

- 오아시스 지원사업은 생활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고, 올해로 3년차다. 여기에 참여하는 작가(예술가나 공예가), 시민, 공간운영자, 행정전반에 걸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선 참여하는 시민들이 깊이 생각하고 시간을 내고 결심을 하고 참여했으면 한다. 취미로 하더라도 생계를 보조하거나 하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진지하게 접근하고 지속해 나갈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쿡 찔러보는 체험학습이 아니라 자신이 교양을 넓히고 취향을 발견하고 안목을 높이는 귀한 기회가 아닌가. 작가의 오랜 경험과 재능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지원하는 행정은 공간의 성격과 상황에 맞는 섬세한 지원을 해야한다고 본다. 그 내용에 따라, 하고자 하는 사업에 따라 지원방향과 내용을 컨설팅해주면 좋으련만 좀 일방적이고 융통성이 부족하다. 혼자 운영하는 공간, 여럿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 다르고 작가의 작업실, 공예가의 공방이 다르다. 모든 기자재는 소모품인데 그런 이해도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무조건 싼 것만 찾고, 남들이 하는 걸 따라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싫어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취향이 없다. 작품이 뭐고 공예품이 뭐고 제품이 뭔지는 아는 교양교육이 필요하다. 안목을 높이는 시민적 지원이 있어야 생활문화든지 문화예술이든지 성숙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작업실을 자유로이 노니는 고양이는 두 마리, 낯가리는 고양이 두 마리, 예민한 고양이 한 마리. @202006.사루비아공방
2020 문화오아시스 - 사루비아 프로그램@202006
2020 문화오아시스 - 사루비아 프로그램@202006


생활금속공예 및 흑백필름 기록사진 강좌는 격주 금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2020년 오아시스 사업관련 문의는 010-6599-1871/ 금속공예는 개인적으로 유료 강습이 있다.

작품 판매 사이트 → https://smartstore.naver.com/vincent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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