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책방, 유묘책방 꾸려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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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책방, 유묘책방 꾸려가기
  • 청산별곡
  • 승인 2020.07.0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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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15) 10년 경력의 공동대표 냥이와 - 나비날다책방/청산별곡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책방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나비날다책방의 주인인 반달사장님은 책방냥 10년 만에 책을 팝니다. 가끔 손님들이 ‘사람보다 낫다’라는 말을 해줄 때는 사람주인은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어색하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조차 부끄러워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데 그런 주인을 대신하여 반달이는 책방주인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책방냥 10년이 되다 보니 책을 사러 온 손님인지, 놀러 온 손님인지도 압니다. 요즘은 반달사장님도 무심한 성격의 사람주인을 닮아가기는 합니다.

가끔 손님들이 묻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은 할퀼까 만지지도 못하는 데 성격이 좋다며 ‘만져도 되나요?’ 동물도 사람과 똑같아요. 자꾸 만지면 귀찮고, 짜증을 냅니다. 그러다 보면 성격이 거칠어집니다. 그냥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면 됩니다. 동물에게 한 행동을 나한테 했을 때 어떨까를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엔 좋았다가도 반복되면 귀찮다가 더 심하면 괴롭잖아요. 어느 날 우연히 내게 찾아온 생명이지만 이제는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가 되었습니다.

책방을 하면서 냥이를 앞세우는 모양새가 되어 고민도 들지만, 사람만이 전부가 아닌 동물과 함께 사는 공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상대에 대해서 두렵거나 하찮게 여겨지는 마음은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책방 안에선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옆 카페 마당에는 산책 나온 강아지가 쉬고 있고, 책쉼터에선 사람들이 도란도란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습니다.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 존중한다는 것이겠지요. 사람도 동물도. 사람과 동물과의 경계가 없어지다 보면 돌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돌보는 동네책방

책방지기보다 문화기획자로 더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책방을 지키는 시간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무인책방, 유묘책방으로 많이 알려지기도 하였고, 반달사장님이 책방을 독차지하여 사람주인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었답니다. 그래도 반달사장님이 못하는 일들이 책방 곳곳에는 널려있지요. 요즘은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아침 출근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늦은 출근을 하여보니 닫혀 있던 셔터가 올려져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책방 안에는 대여섯 명의 손님들이 책을 고르고 계시더군요. 책방 앞에 서성이는 손님들이 있어 옆 카페 사장님이 대신 책방 문을 열어주셨답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반달이를 집사보다 더 사랑해주는 옆 공방지기가 밥을 챙겨주고, 카페 사장님이 환기를 시켜주고, 책방에 놀러 온 손님이 화단에 물을 줍니다. 윗동네 지인이 책쉼터 꽃밭을 일궈주고, 외출하여 늦어 책방 문을 닫지 못하게 될 때는 밤늦게 퇴근하는 이웃이 대신 문을 닫아주기도 합니다. 무인이라 값을 치루는 것이 어색한 손님이 있을 때는 옆집 공방과 카페에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책방 손님들은 또 어떻까요? 근처에 직장이 있는 손님은 책을 사서 맡겨 놓고는 점심시간에 오셔서 조금씩 읽고 가신다고 합니다. 그렇게하고 계신지 오래됐다는데 정작 저는 몰랐습니다. 어느 단골손님은 주문한 책을 예약코너에 놓으면 알아서 찾아가시고, 주인과 손님만이 아는 곳에 돈을 놓고 가십니다. 그것도 꼭 현금으로 주고 가시지요. 멀리서 책방을 구경하러 오신 손님이 있었는데 문이 닫혀 있어 아쉽다고 하시며 문자가 왔길래 셔터를 열고 들어가시라 했더니 낌짝 놀라시더군요. “내 생에 셔터문 열고 들어간 책방은 처음이야”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고 가셨더군요.

나비날다책방은 든든합니다. 책방을 함께 돌봐주는 이웃이 있고, 책방이 꾸려가고자하는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즐겨주시는 손님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책방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이 함께 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제는 마을이 함께 운영하는 동네책방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책방의 사람주인은 이웃과 반달사장님께 책방을 맡기고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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