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생활 2년 되돌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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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생활 2년 되돌아 보기
  • 문미정
  • 승인 2020.07.22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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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기] (24)
- 우리의 꿈은 얼마나 이루어 졌을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선착장 입구에서 찍은 장봉도가 시작되는 '길'
선착장 입구에서 찍은 장봉도가 시작되는 '길'

도시를 떠나 장봉도에 온지 2년이 넘었다.

좋은 선택이다라고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애들 교육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장애인들하고 생활하는 게 괜찮냐? 거기 병원은 있냐?” 등등 쏟아졌다.

밖에서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 안으로부터, 또 내 가족으로부터 나오는 질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수많은 질문을 잠재우기 위해 도시를 떠나기 2년 전 부터 우리 가족은 장봉도와 인천 근처 섬들을 자주 들여다보고 자주 방문했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들어온 곳이 이곳 장봉도이다.

그런데 벌써 2년이 지났다.

장봉도가 좋을 때? '잘 훈련된 갈매기를 실컷 볼 수 있을 때'
장봉도가 좋을 때, '잘 훈련된 갈매기를 실컷 볼 수 있을 때'

요즘 마음에 좀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지 나 자신에게 자꾸 묻게 된다.

여기 왜 들어왔니?”

나 자신에게도 묻고 가족에게도 물었다. 장봉에 들어오면서 어떤 꿈을 꾸며 왔을까를 서로에게 물었다.

일단 나는 자신감 있게 어디에서 일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직장에서 근무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자연에서 감수성을 키우며 자라기를 바랬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한가지,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얻는 비차별적인 성품을 배우기를 소망했다.

장봉도가 즐거울 때, '아이들이 즐거울 때'
장봉도가 즐거울 때, '아이들이 즐거울 때'

지인이 지유가 크면서 동화를 쓰고 시를 쓰는 모습을 보거나 장애인 이모, 삼촌들과 구멍가게에 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거의 완벽하게 그 소원을 이루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알차게 꿈을 이루어 가있어 보이는 지인이의 글
가장 알차게 꿈을 이루어가고 있어 보이는 지인이의 글

지인이 지유는 장봉에서의 꿈이 무엇일까? 그냥 부모 따라 들어온 지인이 지유는 지금 장봉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애들아 너는 장봉에 맨 처음 왔을 때, 뭐가 제일 하고 싶었어?”

아이들은 낯선 질문에 그냥 장난스럽게 떠들어 댄다.

당연히 놀려고 왔지

그럼, 매일 놀잖아!”

아이들이 장봉을 좋아할 때 '바닷가에서 놀 때'
아이들이 장봉을 좋아할 때, '바닷가에서 놀 때'

마지막 질문은 아빠에게 던졌다.

당신은 여기 장봉에 온 목적이 뭐야?”

마누라가 졸라서 따라온 남편에게도 목적이 있었을까?

? 난 안식년 지내러 왔는데!”

난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었지만 사실 남편이 제일 바쁘다.

개인차도 없이 대중교통으로 섬 밖을 일주일에 두 세 번 씩 다녀오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근데 안식 못하지 않아?”

, 그래서 내년엔 정말 안식하려고!”

남편이 장봉을 좋아할 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때'
남편이 장봉을 좋아할 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때'

진지하게 나눠보려던 대화는 이렇게 웃으며 끝이 났지만

우리 가족 모두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니 좋다. 물론 소소한 어려움들과 슬픔들이 있지만 그 어려움과 슬픔 따위는 가족이 주는 웃음으로 다 날아가 버리곤 한다.

이렇게 함께 웃으며 장봉의 여름밤은 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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