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새책방 운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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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새책방 운영하기
  • 청산별곡
  • 승인 2020.08.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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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배다리엔 헌책방 4곳, 새책방도 4곳 - 청산별곡 / '나비날다' 책방지기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새 책을 판매하며 동네책방을 꾸리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습니다. 헌책방에서 판매되는 책들의 가격은 책방 주인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 다양한데 배다리 헌책방들 대부분은 정가의 50% 내외에서 책정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나비날다책방은 처음 책방 문을 열었을 때는 책을 판매하기보다 책을 보며 쉬는 ‘책쉼터’로 운영됐었지요. 개인 서재에서 보던 책들을 책방으로 가지고 나와 함께 보는 책으로 준비했는데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비치된 책들을 ‘팔아라, 안 판다’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헌책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답니다.

책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생명, 평화, 인권, 생태, 환경 관련 책들을 함께 읽으며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일상의 작은 변화를 통해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세상을 꿈꿔봤습니다. 지금은 5마리의 냥 집사로 고양이 관련 책들이 책방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답니다.

이웃 헌책방에서 세상을 밝히는 책들을 구입,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사 온 가격 그대로 판매하기도 했었는데, 좋은 책들을 쏙쏙 뽑아간다고 헌책방 사장님들한테 눈총 아닌 눈총도 받았었지요. 하하. 지금은 저희 책방에 없는 책이나, 헌책으로 구하는 손님이 있을 때 ‘그 책은 00책방에 있어요.“ 알려드리지요.

 

현재 나비날다책방은 새 책이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헌책방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가끔 책방에 들어선 손님들이 책들을 보고는 횡재한 듯 즐거워하며 한꺼번에 십여 권의 책을 고르시기도 합니다. 책방 고양이 반달이가 발 도장을 꾹꾹 찍어 놓아서 헌책인 줄 아셨을까요? 뒷면에 찍힌 정가라고 말씀드리면 아쉬워하며 우르르 내려놓습니다.

한때 제 마음도 우르르 무너져내렸었지요. 헌책방인 줄 알고 신간을 반값에 살 수 있겠다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는 고민 끝에 신중히 한 권의 책을 골라 사 가십니다. 처음엔 그런 모습에 많이 서운했는데 이젠 괜찮습니다. 꼭 필요한 책을 사 가신다 생각하니 책이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입니다. 책방 주인이 고르고 골라 책 한 권을 책방에 들여놓듯이 손님들도 그 책 중에서 내가 읽을 책을 또 고민하여 집어 드는 순간! 정말 책이 주인을 제대로 만난 기분입니다.

이젠 아셨죠! 나비날다책방은 헌책방거리에 있지만 새 책을 판매하는 동네책방이랍니다. 아직은 한 권, 한 권 단골손님들께 책을 추천하며 느린 걸음으로 가고 있지요. 요즘은 손님들께 큰소리도 칩니다. “단골 책방 하나 갖고 있어 행복하시겠어요!” 하하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있는 책방들을 함께 소개해봅니다.

헌책방으로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아벨서점, 한미서점, 모갈1호, 삼성서림이 있으며, 독립출판물을 주로 판매하는 커넥터닷츠, 그림책방 마쉬, 한창 새 단장 중인 집현, 고양이책방 나비날다책방이 함께 있습니다. 8곳의 책방들이 책으로, 프로그램으로, 관계로 마을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책방거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한때, 배다리에 책방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고 우려도 컸지만, 아벨서점, 한미서점을 비롯한 기존의 헌책방들이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고 책방거리를 지켜왔기에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이 용기를 내어 새롭게 문을 열고 있습니다. 마을에 책방 하나가 들어서는 것은 어마어마한 인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서는 것이겠지요. 책방을 품은 마을,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담긴 8곳의 책방을 품은 마을, 그런 마을에서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

단골 술집도 좋지만, 기왕이면 단골 책방 하나 곁에 두시는 건 어떠셔요? 퇴근길에 동네 입구에 불 밝히고 있는 책방에서 술 한잔 대신, 책 한 권 사 들고 퇴근한다면 피로가 더 쌓이려나요? 피로와 고민을 상담해주는 책처방사 반달쌤이 기다리고 있는 동네책방, 미리 예약만 하면 밤새도록 책방을 서재처럼 쓸 수 있는 동네책방, 책탑을 쌓아놓고 마냥 흐뭇해하는 동네책방, 손님의 취향을 살펴서 척척 읽을 책을 준비해주는 동네책방, 그런 단골 책방들 하나씩 갖고 계시지요?

내게 딱 맞는 단골 책방, 동네책방에 단골이 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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