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여성 혐오
상태바
교회와 여성 혐오
  • 박교연
  • 승인 2020.09.02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칼럼] 박교연 / '페이지터너' 활동가

<혐오를 혐오한다>의 저자 김용민은, 혐오는 교회의 비즈니스이며 구조적으로 혐오 없이 교회가 돌아갈 수 없다고 얘기한다. 목사는 신약과 구약 사이 등장하는 악마와 사탄을 설명하며 신도에게 늘 기도하며 악마에 맞서야한다고 설교한다. 그렇다면 악마는 어떤 형상이며, 우리는 어떻게 악마에 맞서야하는가? 설명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설교 끝에 적그리스도가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인지 지칭하는 것이다.

그럴 때 호명되는 건 역사적 숙적이었던 북한(공산당)이거나 사회에서 소수자이자 약자인 사람들이다. 공격해도 돌아올 후폭풍이 적은 대상들. 특히 동성애자나 페미니스트는 기존의 가부장제적 질서에 거스르기에 비난하기에 아주 좋다. 이렇게 외부의 분명한 적이 생기면, 교인 간의 갈등이 사라지고 적을 무찌르는데 집중할 수 있다. 신도 수도 유지되고 단합도 잘 된다. 교회의 생태계가 사랑이 아닌 혐오로 인해 안정화되는 역설이다.

코로나19 집담 감염을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은 여성을 비하하거나 여성을 사탄화하는 발언을 많이 한 목사로 악명 높다. 전 목사는 “여자의 말 중의 반은 사탄의 말이다”, “남편과 교회에 순종 안하면 사탄이다”, “빤스 내려라 해서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내 성도 아니다”라는 설교를 아주 거침없이 했다. 그렇다면 사랑제일교회에는 여자 신도가 한 명도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혐오가 교회의 비즈니스인 것처럼 여성의 노동력은 교회의 뼈대를 세우고 있다. 교회의 정규예배 이외 각종 모임인 식당 운영, 봉사 소모임, 찬양 연습 등은 대부분 여자 신도의 주도로 이뤄진다.

특히 그중에서도 주방 봉사는 여성 신도의 의무로 여겨진다. 교회 안에서 여성의 선택권이나 자율권은 별로 존중되지 않는다. 집사일 때는 어찌어찌하여 주방봉사를 빠져나갈 수 있더라도 권사라는 타이틀을 가지는 순간 여자는 반드시 밥하러 가야 한다. 또한, 권사는 목사와 함께 자기 지역 구역을 심방하는 의무를 갖는다.

맞벌이라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 못하게 되면 뒤에서 타락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많은 한국교회는 이 모든 성차별을 신의 섭리이자 질서라며 옹호한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게 구분되어 지어졌다고,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의 섭리 안에서 여자는 신의 어린양이기보단 성적 대상이자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의 저자 이동욱은, 자신의 저서에서 교회의 구조적 여성혐오를 많이 꼬집는다. 그는 “때때로 교회는 세상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여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척하면서 구조적인 폭력, 가부장제를 은폐하고 여성에게 희생을 요구한다. 나쁜 목회자, 성직자는 약한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해 그들을 조종하고 사익을 추구한다. 여성들은 물질적, 정신적, 성적으로 착취당한다.”고 말했다.

이는 몇몇 사례만 봐도 명백하다. 성 평등이 모두의 상식이 된지 오래인데도 보수교단은 여성안수를 성경적인 이유를 들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게 성경적이었다면 2015년에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릴 땐 침묵했으면 안 됐을 텐데 말이다. 간통죄에 침묵했던 교회는 2019년 ‘낙태죄 위헌’ 판결이 나자, 100만 반대서명을 받는다며 여성에게만 죄를 물어야한다고 강경하게 나서기까지 했다.

이는 명백히 남성 중심적 교회가 자기 입맛대로 성경을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교회는 목사의 권위를 남용하여 저지른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심판하신다.”, “교회를 위해 침묵하자” 등의 핑계와 음모론을 내세워 사건을 무마시키고 있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아무런 보호와 신원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남성 목사를 유혹한 꽃뱀이나 이단으로 몰려 내쫓긴다.

오늘날 “여자를 혐오하고 차별하자”라고 말하는 교회는 없다. 하지만 말만 안할 뿐이지, 교회 속 여성혐오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전과 전통이 여성을 구조적으로 차별하고 억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회는 이를 신의 이름을 빌어 정당화하고 있다. 여성 성직자가 거의 없는 교회에 여성 신자들이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것은 결코 남성 성직자의 우수한 지도력 때문이 아니다. 교회에 대한 애정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러니 교회는 명심해야한다. 여자들이 말도 안 되는 성차별을 경험하며 언제까지 교회에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