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학대당하던 계양산 개농장 개들 "이젠 갈곳을 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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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학대당하던 계양산 개농장 개들 "이젠 갈곳을 잃었네요"
  • 서예림 기자
  • 승인 2020.09.16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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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구조는 됐으나, 치료와 입양 시간 필요"
계양구는 이제와 일사천리로 철거 촉구
어미 개를 밖으로 데려오자 어미가 있는 곳을 응시하는 뜬장의 새끼 개들(사진제공=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개장수와 싸우다 지쳤어요. 이제는 개 입양할 사람들을 수소문중인데 이번엔 지자체에서 철거하라고 재촉하네요. 이 많은 개들은 어디로 가야하나요?”

인천 계양산의 불법 식용 개 농장에 있는 개 250마리의 입양과 구조를 두고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후원자가 개 목숨은 살렸지만, 대규모 임시보호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인천 계양구 목상동의 계양산 자락에는 ‘식용 개 농장’이 있다. 이 땅은 롯데그룹 故신격호 명예회장의 소유이지만 민간인이 땅을 무단 점유한 채 불법으로 개 농장을 20여 년간 운영하고 있다. 이 농장의 이름이 ‘롯데목장’이라고 시민모임은 밝혔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계양구는 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폐기물 처리시설 미신고, 가축분뇨 배출시설 변경 신고 미이행 등으로 과태료 고지서를 농장주에게 발송했지만 농장주는 사육장 운영을 강행했다.

시민모임은 롯데목장의 개들이 우리에 갇혀 음식물쓰레기와 오물을 먹으며 도축될 날만을 기다린다며 개들의 실태를 외부에 알려왔다.

지난 7월에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상속자 4명이 계양산에 있는 불법 개농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개 230여 마리를 사들여 살리기로 했지만 불발됐다.

다행히 8월에 개들의 구조를 바라는 사람들의 도움과 함께 동물권 단체 ‘케어’의 한 해외 후원자가 농장주에게 개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위로금 약 3천300만원을 지급해 개들의 도살을 막았다.

그런데 이번엔 계양구가 개발제한구역의 개 농장은 불법 시설이라며 당장 철거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구는 개발제한구역에 멋대로 들어선 개 농장주에게 지난달까지 자진 철거 기간을 줬지만 정비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2018년에 경찰에 고발했고 계속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사람들을 경계하는, 출산한지 얼마 안된 어미개와 새끼개들(사진제공='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시민모임은 개들이 입양될 때까지 철거유예기간을 늘려주고 대체 장소를 찾아달라고 지자체에 부탁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각종 질병을 앓고 치료할 때까지 지낼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양구는 수차례나 불법이라는 고지서를 발송하고 충분히 경고했다는 입장이다.

'시민모임' 김영환 공동대표는 “계양산 개 농장이 관심을 받고 시민들이 모여 개 도축을 겨우 막았다”며 “수년간 관심 없던 지자체가 이제와서 철거조치를 촉구하는 게 이해되지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간 불법으로 식용 개 농장이 운영됐던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 계양구에서 대체 장소를 마련해주거나 개 농장을 동물보호센터로 지정해 학대당한 개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불법으로 사육되고 도축됐던 개들을 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배려해주길 바란다”며 "롯데 측에도 개들의 임시시설 건립과 사료 비용 등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며 "롯데소유의 땅에서 발생한 일이니 롯데에도 일부 책임이있다"고 꼬집었다.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은 오는 오는 19일 이와관련해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 앞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롯데상속인 4명은 개 농장주 4명에게 신 명예회장의 땅을 무단 점유했다며 인천지법에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2차 공판은 10월22일 진행된다.

도움의 손길과 개 입양 정보는 https://www.facebook.com/lotte250dogs 에서 확인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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