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문을 닫은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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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문을 닫은 한 달
  • 위원석
  • 승인 2020.09.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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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
(24) 다시 문을 열며 - 위원석 / '딸기책방' 책방지기

 

어려운 시절, 모두 잘 지내시지요? 딸기책방은 9월 19일부터 다시 문을 엽니다. 8월 18일부터 9월 18일까지 한 달을 쉬었거든요.

딸기책방은 지난 8월 17일 1주일 동안 쉬어가겠다고 공지했습니다. 8월 15일 광복절 집회 이후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었고 강화도에도 관련 확진자가 복수로 발생하는 시기였습니다. 혹시 상황이 더 나빠질까 두려워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한 주일이나 두 주일 정도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지금껏 코로나 청정지역에 가까웠던 인구 7만의 강화도에 며칠 사이 열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군청은 이분들의 이동 경로를 공개했습니다. 작은 지역사회니만큼 그 경로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곳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막연하던 전염병의 공포가 아주 가까이에 느껴지기도 했고, 혹 우리 가게에서 나쁜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책방 문을 열 수 없었어요.

다시 한 주를 미루고, 다시 한 주를 미루고… 그렇게 한 달을 보냈습니다.

휴업 공지

그동안 책방 1. 섭순 북 콘서트 라이브

책방이 쉰다고 책방지기도 쉬는 건 아니랍니다. 책방지기들은 매일 책방에 출근해 그날그날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하루를 살다 퇴근했지요. 어찌 보면 문을 열었을 때보다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계획했던 모든 행사 일정이 엉켜버렸으니까요. 미룰 수 있는 행사는 미루며 일정을 조정해야 했고, 꼭 진행해야 하는 행사는 온라인 비대면 행사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딸기책방은 지금껏 한 번도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없었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8월 26일에는 고진이 작가와 함께 하는 《섭순》 북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행사는 인천광역시 교육청과 동네책방 네 곳이 함께 준비한 “산책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고, 여러 책방의 프로그램 중 첫 번째 행사가 딸기책방의 북 콘서트였습니다. SNS 라이브를 마련한 적 없고, 심지어 지켜본 적도 없던 터라 어찌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이 책의 작가 고진이, 싱어송라이터 고진현, 매력 만점 두 분 자매의 적극적인 준비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섭순” 북콘서트 라이브 1부

https://youtu.be/R9qeDgoCez8

“섭순” 북콘서트 라이브 2부

https://youtu.be/WF5imDb6EYw

독자 없는 자리에서 나눈 책 이야기지만 스무 분의 독자들이 온라인으로 끝까지 지켜봐 주셨고, 많은 질문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후에도 인스타 라이브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500명 이상이 지나쳐 주셨으니 처음으로 SNS 라이브의 위력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나눌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얻었으니 꼭 손해라고만 할 수는 없겠습니다. 물론 독자와 함께 하는 자리를 라이브로 중계해 많은 분과 공유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네요.

 

그동안 책방 2. 딸기책방에서 노래 읽기

“딸기책방에서 노래 읽기”는 우리로서는 새로운 시도이고 그만큼 기대되는 이벤트입니다. 10년 동안 홍대입구역 앞에서 만화인과 뮤지션에게 마음의 거처가 되었던 “한잔의 룰루랄라”와 함께 기획한 행사로 홍대 뮤지션들과 딸기책방 독자들이 노래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준비되었습니다. 8월에서 11월까지 매달 한 번씩 공연을 하기로 계획했는데, 아쉽게도 8월 28일 행사를 치를 수 없었습니다. 9월 25일 예정된 행사도 미룰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절의 음악 공연인 만큼 반드시 한자리에 모여 눈 맞추며 공감할 수 있는 행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온라인 공연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심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려고 해요. 10월과 11월 다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날이 오면 미루어 두었던 씨 없는 수박 김대중, 하현진, 천용성님의 공연도 함께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책방 3. 오프라인 워크숍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지금까지 8회를 진행해온 “그림책 작가 다이어리 워크숍” 역시 그 장소를 온라인으로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더러 온라인 강의를 기술적으로 버거워하는 분이 있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모두 문제없이 강의에 참여하고 과제까지 성실하게 제출해 주었어요. 정기적으로 보던 얼굴들을 볼 수 없으니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립다고 해야 하나? 사람이 그리워지는 건 비대면 워크숍의 부수적 효과입니다. 10월부터는 대면 수업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하철은 달려온다> 신동준 작가의 온라인 강의

그동안책방 4. 멋진 책들의 출간 준비

책방 문을 열 수 없었던 한 달, 물론 안타까운 시간이지만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출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강화에 함께 사는 좋은 이웃 작가님들의 책이어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풀>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김금숙 작가님의 역사 만화 <기다림>과 인천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김희정 작가님의 첫 번째 그림책 <풀이 나다>, 두 권 모두 멋지고 자랑스러운 책입니다. 이제 막 제작을 마치고 다음 주 중에 책방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코로나 이후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네요. 원치 않는 변화지만 적응해야만 하겠죠. 그 변화 중엔 합리적이고 유용한 변화도 한둘 섞여 반짝이는 것 같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가을 맞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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