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가장 많은 작가를 배출하는 도시로"
상태바
"인천을 가장 많은 작가를 배출하는 도시로"
  • 김한솔이
  • 승인 2020.10.08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26)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 김한솔이 / '쓰는하루' 출판스튜디오 대표

지난 3월에 시작한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연재가 이번부터 필진을 바꿔 새롭게 시작합니다. '시즌2' 연재에 참여한 필진은 부평구 부평동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김한솔이 대표, 동구 창영동 ‘책방마쉬’ 김미영 대표, 남동구 만수동 ‘책방시방’ 이수인 대표, 서구 가정동‘서점안착’ 김미정 대표, 미추홀구 주안동 ‘딴뚬꽌뚬’ 윤영식 대표 등 5분입니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전경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전경

 

2019년 11월 1일. 부평구청역 근처 공영주차장과 맞닿아 있는 주택가의 어느 상가. 사람 발길보다 차들의 길목이었던 생뚱맞은 골목이 조금 소란스러워졌습니다. 한 달여간 셀프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미스테리했던 가게의 간판 불이 켜졌거든요. ‘도대체 누가 이런 곳에 가게를 오픈하지?’라는 호기심 속에서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가 오픈했습니다. 책방이라고 부르기엔 거창하고, 커피숍으로 이용하기엔 조금은 낯선 명칭에 사람들이 묻습니다. “도대체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는 ‘누구나 작가가 되는 곳’입니다. 독립출판물과 큐레이션 도서를 판매하는 책방이기도 하고, 글쓰기 수업과 출간 수업을 운영하는 출판사이기도 합니다. 또 두 달에 한 번씩 재능 넘치는 작가님들을 모시고 단독 전시회와 여행 토크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며 동네 문화 공간을 자처하고 있죠. 혼자서 책을 읽는 손님, 와인을 마시며 글을 쓰는 손님, 다정한 수다를 떠는 손님들을 위해 평소에는 커피숍으로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작은 책방치곤 할 일이 참 많은 곳입니다. 절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죠.

 

글쓰기 및 출간 수업 중
글쓰기 및 출간 수업 중

 

<쓰는하루>는 출간 작가인 아내와 편집 디자이너인 남편이 함께 운영하는 곳입니다. 사실 저희는 1년 전만 해도 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등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 부부였습니다. 책 출간 작업하며 디지털 노마드 생활도 했고, 조지아 트빌리시에 작업실 겸 셰어하우스를 만들며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멋진 사람들은 많이 만났는데, 대화의 마지막은 언제나 비슷한 말로 끝이 났습니다. '저도 언젠가 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고 싶어요.'라고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퍽 들었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 시대에 왜 책 출간은 어려울까? 누구나 고유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보자!" 한 번 피어난 생각은 저희의 여행도 멈추게 했어요. 여행보다 더하고 싶은 일이 생겨버린 거죠. 그렇게 곧바로 여행을 접고 한국으로 귀국했고, 6개월 만에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오자마자 기획서를 만들었어요. 우리의 생각에 뼈대를 심고, 필요한 것들을 부지런히 배워나갔어요. 발품을 팔며 가게를 구하고, 페인트부터 타일, 조명, 싱크대, 가구까지 모두 손수 만들었죠. <쓰는하루>에 찾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점차 채워가 보자! 그런 마음으로 덩그러니 간판만 있던 공간을 과감히 오픈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책방지기들이 선별한 책들과 독립출판물들이 자리를 메꿨고, 작가님들의 소중한 작품들이 공간을 빛내주었습니다. 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작가가 되기 위해 조금씩 모여들었습니다. 직접 만든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글쓰기 기초부터 출간용 원고부터 천천히 쌓아 올렸습니다. 인천시를 가장 많은 작가를 배출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품은 씨앗이 순조롭게 심어지고 있던 그때. 코로나 시대가 휘몰아쳤습니다.

다음 달이면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가 오픈한 지 정확히 일 년이 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은 자리에서 부지런히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책이 단 한 권도, 커피가 단 한잔도 팔리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책방 운영 비용도 못 건지는 달이 수두룩합니다. 코로나 대 확산으로 힘들었던 지난달에는 무려 모든 수업을 자체 휴강까지 했습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도 책방 운영은 녹록지 않습니다.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쓰리잡까지 뛰는 책방지기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을 열어두고, 불을 켜두는 이유는 단 하나. 일 년간 <쓰는하루>에 찾아와주신 분들의 세상이 넓어졌음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일 년간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를 통해 함께 글을 쓴 이들이 무려 100여 명에 다다릅니다. 실제로 글만 쓰면 책이 되는 출간 수업 ‘책쓰게’를 통해 17명의 작가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문화 불모지라 불리는 인천에서 글을 쓰러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글쓰기란 사치가 아닐까. 출판하고 싶은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그런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100여 명이 넘는 이들과 함께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면서 깨달았습니다. 글쓰기란 참고 있던 숨을 뱉어내는 것과 같다는 것.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행위로 인해 우리가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세계가 조금은 넓어진다는 것.

종이 위에 용기 내어 적어주신 마음, 이제는 극복하고 싶다고 절절히 외치고 있는 글들, 나의 행복에 가까워지고 싶다는 말들. 자신도 몰랐던 마음에 놀라 눈물을 훔치던 얼굴들. 그 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글을 쓰면서 조금씩 가벼워졌습니다. 처음과 달리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감사함을 느낍니다. 한 뼘의 작은 변화가 불러오는 기적을 압니다. 그러기에 저희 부부는 오늘도 <쓰는하루>의 문을 엽니다. 힘닿는 데까지 오래도록 이 작은 책방의 문을 열어두고 싶습니다.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고, 부평동 엉뚱한 골목길에 위치한 <쓰는하루>가 동네 터줏대감이 되는 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활짝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립니다.

 

글쓰는 사람들
글쓰는 사람들
책쓰게 수업을 통해 출간된 도서
책쓰게 수업을 통해 출간된 도서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내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