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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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운영자
  • 장현정
  • 승인 2020.10.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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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가족의 세상살이]
성숙한 운영자가 되고 싶은 -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장

 

센터를 운영한지 13년째가 되었다. 처음에 센터를 시작했을 땐 이십대 후반이었다. 지금도 어리지만, 그땐 더 많이 어렸었고 경험도 없었다. 사업자가 뭔지 세금이 뭔지 운영이 뭔지... 좌충우돌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이다. 다시 돌아가 나 자신을 만난다면 말릴 것이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배우고 준비된 상태에서 기관을 열라고 조언할 것이다. 하지만 더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으면 운영자의 길로는 들어서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그동안 미술치료사이면서 교육강사로 활동했었는데 미술치료를 하는 것과 교육을 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충실히 준비하고 노력하면서 어느 정도 치료사로서, 교육강사로서 경험을 쌓아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운영자는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다. 나혼자 일을 하는 것과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일 하게끔 만드는 것, 일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일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고 그 일을 통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용하기 편리한 체계를 만들고 그것을 적응시키는 것이 운영자로서 해야 할 일들이었다.

나의 운영 방침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필요했고, 설사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떤 부분은 이해하고 어떤 부분은 부딪히며 앙상블을 만들어야 했다. 갈 길이 다른 사람은 아쉽더라도 보내주어야 했고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은 내보내야 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와닿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윤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관을 알리고 소개하고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야 했다. 특히 치료센터로서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했다. 치료센터나 상담센터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찾게 되기 때문에 날카롭고 예민한 상태로 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취약해져 있는 분들께는 섬세한 배려가 무척 중요했는데 이를 깨닫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센터에서 밤 새워 일하며 나 자신을 갈아넣었던 시절이 있었다. 개인적으론, 센터를 운영하며 학위과정도 마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냈다. 센터 덕분에 계속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해왔던 것 같다. 요즘처럼 고용이 불안정한 시기에 갈 곳이 있다는 것조차 얼마나 소중한 일이겠는가.

여러모로 갈등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고 고생도 많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워왔다. 운영자가 아니었으면 영영 배울 수 없었을 것들도 있었다. 새삼스럽게 요즘, 센터를 잘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신뢰할 만한 치료사와 상담사가 모여 일하고 있는 곳, 이용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했으니 이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해왔던 운영 경험이 어느 정도 쌓여 자신감이 조금 생겨났나 보다. 이제 어린 운영자에서 성숙한 운영자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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