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스티브 유) 입국금지와 형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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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스티브 유) 입국금지와 형평성
  • 전영우
  • 승인 2020.11.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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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50)가수 유승준의 괘씸죄
유승준(YTN 캡처)
유승준(YTN 캡처)

스티브 유, 한국에는 유승준으로 알려진 미국 국적의 재외동포 가수는 18년째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병역 의무를 마치겠다고 공언해놓고 미국 국적을 취득하여 병역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서이다. 사실 그가 무슨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미국 시민권자이기에 한국 군대를 갈 이유가 없다. 다만 그가 한국에서 가수로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군대를 가겠다고 공언해 놓고 그 약속을 어겼기에 입국을 금지시킨 것인데, 감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가수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미국 여권 소지자는 90일간의 무비자 단기 체류를 할 수 있기에 별도의 비자 신청 없이 입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당시 병무청장은 '병무청의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한 유승준의 입국 자체를 금지해달라'며 사실상 '괘씸죄'를 적용해달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병무청의 요청에 대해,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유승준을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제4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 해석해 '입국금지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법무부 내부 전산망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돼 2020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인 스티브 유는 무비자로 9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미국 여권 소지자이지만,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건 한국 입국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서 스티브 유는 한국 법원에 제소하였고, 법원은 최종적으로 그의 입국을 불허할 이유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한국 입국이 금지되었고, 최근 국회에서 병무청장은 그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물론 일련의 과정을 짚어 볼 때 유승준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기 어렵지만, 불법을 저지른 것도, 범죄자도 아닌데 형평성을 생각한다면 별다른 활동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아예 입국조차 금지하고 있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다. 연예인으로서 그의 생명력은 이미 한국에서 완전히 끊겼다고 볼 수 있으니 군 복무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대가는 이미 받았다고 보겠다.

대법원은 이미 파기환송을 결정한 판결문 마지막 페이지에서 "(재외동포체류자격 F-4 비자의 근거법인) 재외동포법에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봐도 재외동포(유승준)에 대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유승준에게만 '무기한 입국금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유승준은 단순히 약속을 어긴 것에 불과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권리를 행사하여 합법적으로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한국의 공인들 중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병역을 회피한 인물이 많다. 특히 그런 인물들은 특정 정당에 많이 몰려있는 특징이 있다. 담마진으로 면제를 받은 인물부터,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군 면제를 받은 인물은 사실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이런 인물들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한 대우를 해주면서 유독 유승준에게는 18년간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매우 어긋난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잣대로 판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특정 정치 성향의 공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한국에서 군대를 갈 이유가 없는 미국 시민에게는 단순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진 처사치고는 가혹하다.

우리 언론과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이중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잣대와 태도는 최근 법무장관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조국과 추미애는 가혹하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혹독한 검증과 무차별적인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에, 그 이전의 특정 정당 출신들에게는 훨씬 더 결격 사유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 곧 언론과 사회가 이중 잣대를 가지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승준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과 사회가 누구에게나 공정한 잣대로 검증하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언론의 태도를 보면 이들은 자본과 권력을 가진 특정 정치 성향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에게는 과도하게 가혹하다. 약자의 편에서 사회를 감시해야 할 언론이 항상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모양새이니 답답하고, 답이 없는 일이다. 언론개혁은 언제나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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