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아라뱃길, 주운 기능 폐기하고 시민 휴식처로 전환해야
상태바
실패한 아라뱃길, 주운 기능 폐기하고 시민 휴식처로 전환해야
  • 박옥희
  • 승인 2020.12.02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태칼럼] 박옥희 /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경인아라뱃길

 

지난 2018년 3월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세금 2조 7천억 원을 들여서 강행한 후 참담하게 실패한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경인운하의 6년 실적이 계획 대비 8.7%에 불과하다“고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 등 주요 시설의 기능을 전환하여 기존과는 달리 활성화할 필요가 있음을 「국토교통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을 통해 발표했다. 해당 위원회는 나아가 경인운하 정책 결정 및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합리적인 권고를 했다.

또, 지난 2018년 1월 수자원공사가 무단 파기하려던 기록물 역시 경인운하가 애초부터 실패가 예고된 사업이었음을 반증한다. 당시 문건 중 ‘경인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에는 ‘VIP 지시사항’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고지원 5천억 원을 전제해도 1조 원 이상 손실 발생함’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있다. 따라서, 경인운하는 객관성과 타당성이 부재한 채로 여야 정치권과 관료, 건설 및 토건 세력이 정치적 성과를 위해 만들어낸 실패작이 분명하다. 결국, 운하의 주목표 기능이었던 물류와 여객은 이미 실패했고, 아라천의 수질은 개선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이 사업은 최악의 사업 중 하나이다.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에서 아라뱃길의 기능 전환방안을 검토하라는 권고에 따라 환경부는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원회)를 2018년 9월 아라뱃길 주변 지역 주민 90명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와 함께 결성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과장되었던 경인운하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갈등을 해결하며 더 이상의 예산 낭비를 막고,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루어진 논의를 바탕으로 3차례 시민위원회와 대면 및 비대면 토론, 의견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안을 수렴할 수 있었다. 바로 운하의 기존 물류 기능을 ‘주운 축소, 여객터미널의 문화, 관광시설로의 전환, 김포화물 터미널 컨테이너부두를 친수(親水)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안이었다.

비록 절반이 넘는 시민들이 ‘야간 주운 허용하는 주운 축소’를 선택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더 비중 있게 고려한, ‘김포화물 터미널 컨테이너부두를 숙박 시설, 박물관과 같은 친수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김포·인천여객터미널을 해양환경 체험관과 같은 문화·관광시설로 기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운 수로의 물류 기능을 전면 폐기해야 할 것이다. 공론화위원회의 경인아라뱃길 지역 인식조사에서 지역 주민들은 ‘운하 화물선 이동(28.5%)’, ‘물류단지(김포ㆍ인천터미널)의 활용(20.5%)’, ‘여객선과 유람선 운행(17.5%)’을 불필요한 기능으로 답했고 물류 업계 관계자도 이전부터 터미널이 물류 기능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미루어볼 때, 아라뱃길 물류 기능의 전면 폐지는 운하 수질의 극적인 개선과 함께 주민들의 쾌적한 문화공간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 권고안을 확정하고 정부가 최종 기능 변경을 승인하면 터미널의 항만기능과 제도 전환에 들어가는 보상 비용, 그리고 수질 개선 사업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합리적인 논의를 도출하기 위해선 정부 기관뿐 아니라 시민들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인운하는 계획 초부터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실패를 예견했고, 실패한 사업이다. 비이성으로 점철된 졸속 정책과 행정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고, 그동안 시민의 공간으로 기능하며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경인운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초에 실패가 예견되었던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실패 후 국책사업이라는 변명의 그늘 뒤에 숨은 관계자들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경인운하와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기존 제도를 개선하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