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확진자 발생하면 치료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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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확진자 발생하면 치료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올수도"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0.12.18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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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조승연 인천시의료원 원장
"병상 부족 해결 시급, 대형·중소병원 협업체계 구축해야...
중증환자 병상 확충·치료에 지역내 대학병원 도움 절실해"
"코로나19 위기, 부실한 공공의료 개선 기회로 삼아야"
조승연 인천시의료원 원장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크게 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어요. 지금처럼 확진자가 발생하면 인천도 경기도처럼 병상 배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대형병원들이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중소병원들은 일반환자를 치료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 원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공공의료 전문가로 꼽힌다. 가천대길병원에서 외과의로 시작한 그는 2001년 인천적십자병원으로 옮기며 공공의료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인천의료원과 성남의료원을 오가며 약 20여 년 동안 공공병원에서 몸을 담았다. 지역 공공의료기관 35곳의 협의체인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당시에는 인천의료원장으로 확산 저지에 나섰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현재까지 방역의 최일선에서 진두지휘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기록된 중국인 환자를 완치시켜 본국으로 돌려보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천은 메르스 사태로 감염병 관리 경험을 축적한 상태였어요.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메르스 때의 경험을 살려 다른 지자체에 비해 비교적 잘 선방한 편이었죠. 인천시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지난 2월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과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이 중국 국적의 국내 첫 확진자가 전달한 감사 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과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이 국내 첫 확진자인 중국인 여성이 완치 후 귀국하면서 전달한 감사 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겨울철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화되며 1~2차 유행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17일 전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62명으로 사흘 연속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 역시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확산하며 연일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5일 역대 최다수인 77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16일에는 71명, 17일에는 6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며 병상 부족 사태도 현실화하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중증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전국에 총 41개뿐이다.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경우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전날 기준으로 수도권 중증 환자 치료병상은 단 4개(인천 1개, 서울 1개, 경기 2개)에 불과하다.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경증 환자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데, 인천의료원이 갖춘 시설과 인력으로 경증환자를 돌보는 것도 빠듯해요. 여기에 경증 환자가 중증 환자로 악화되면 더욱 부담이 커요. 지역 대형병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에요"

인천의료원 중증 환자 치료 병상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
인천의료원 중증 환자 치료 병상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

인천의료원은 코로나19가 첫 확산된 지난 2월 감염병전담 진료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대부분의 지역 확진자를 치료해왔다.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경우 보통 지방의료원이 최일선에서 치료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을 포함해 전국에 몇 개 안 되는 지방의료원이 이를 전담으로 맡다 보니 의료시스템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나마 경기도의 경우 경기의료원 산하에 6개 병원이 있으나 인천은 인천의료원 단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천이 경기도처럼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정말 난리가 났을지도 몰라요. 그나마 확진자가 적은 편이라서 다행이었죠. 하지만 지금처럼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어요. 만약 병상이 부족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집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이 시작된다면 그땐 정말 겉잡을 수 없는 것이에요“

지금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인천의료원뿐만 아니라 중소병원과 대형병원 등 모든 지역 병원이 코로나19에 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조 원장의 조언이다. 중소병원에서 일반환자 위주로 보고, 대형병원에서 중증환자를 치료하면서 환자가 정체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천의료원 1층 로비에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가득 붙어있다.

그는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개발 중인 백신, 치료제와 관련해서도 우려와 기대 섞인 목소리를 냈다. 백신 개발은 3년에서 10년까지 걸릴 정도로 과학적이고 신중한 작업인데 이를 몇 개월 만에 개발하는 만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백신은 해외 수입, 치료제는 국내 생산·보급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CT-P59)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 9월 2·3상 임상승인을 동시에 받았으며, 현재 임상 2상이 마무리돼 결과를 분석 중이다.

”현재 단계에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에서는 셀트리온 치료제가 가장 기대감이 높아요. 우리 병원도 임상 2상 참여 병원으로 많이 돕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 개발이에요. 근본적으로 항체가 생겨야 감염병이 종식되기 때문이죠.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생기기 전까지는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경우 같이 코로나19 치료제도 충분히 생산해야 해요“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천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의료원을 최소 인하대병원 수준으로 키워 지역의 병원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기에 제2·3의료원을 추가로 설립하고 추후에도 전염병이 발생하면 역할을 나눠 맡는 등 효율적인 진료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부실했던 인천 공공의료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공공병원을 대학병원 급으로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해야 합니다. 타지역은 공공의료 시설 확충에 목을 매고 있는데 인천만 조용한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감염병 전담병원도 마찬가지에요. 메르스와 코로나 1호 환자가 나온 곳에 감염병 전담병원을 안 짓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죠.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이 빨리 움직여야 해요.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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