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이웃의 건강 샘터, 계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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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이웃의 건강 샘터, 계산시장
  • 유광식
  • 승인 2020.12.2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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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45) 계산시장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전설의 계산시장 주 출입구, 2020ⓒ유광식
전설의 계산시장 주 출입구, 2020ⓒ유광식

 

연말의 일상이 초조하다.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 개개인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계산이 맴돌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지지만, 아직은 다중이용시설 방문과 대면 접촉을 최대한 자제할 때이다. 자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히 변하는 가운데 생활 반경의 제한으로 인한 갑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차갑기만 하다. 모두가 봉착한 걱정스러운 연말연시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사 온 배추들(망 때문인지 더욱 싱싱해 보인다.), 2020ⓒ김주혜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사 온 배추들(망 때문인지 더욱 싱싱해 보인다.), 2020ⓒ김주혜

 

세상은 위기에 빠졌지만 배꼽시계의 알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하다. 힘들수록 밥을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 끼의 밥상은 쌀 한 톨처럼 소박하고 위대한 근본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 끼의 시장함을 채우기 위해 계산시장으로 향했다. 경인교대역 1번 출구에서 복개 하천을 따라 내려가니 금방이다.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나오니 쾌청한 겨울 날씨와 마주했다. 시장이 위치한 계산동은 예로부터 부평도호부 관아와 부평향교가 있던 곳으로, 지금도 인천 동북의 중앙으로 통하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계양산 아래로는 주택들이 다붓다붓 자리 잡고 있다. 주택가 거리를 걸으며 영업 중인 노포들을 눈여겨보고, 간판들의 얼굴을 살펴가며 시장통으로 진입하였다. 

 

계양산에서 내려다본 계산동 일대, 2017ⓒ유광식
계양산에서 내려다본 계산동 일대, 2017ⓒ유광식
복개천 공영주차장 남측(다시 파티를 열 수 있을까?), 2020ⓒ김주혜
복개천 공영주차장 남측(다시 파티를 열 수 있을까?), 2020ⓒ김주혜
코로나로 점점 얼음이 되어 가는 우리 삶, 2020ⓒ김주혜
코로나로 점점 얼음이 되어 가는 우리 삶, 2020ⓒ김주혜

 

시장 주변으로 눈에 자주 띄는 글자가 있었으니, ‘샘’과 ‘건강원‘이었다. 인근 계양산 자락의 하천이라는 환경적 배경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안은 현대화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밝은 조명과 함께 점포의 구획이 가지런하다. 특히 시장 중앙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어, 다가올 성탄절의 기분을 북돋기도 했다. 가족의 건강과 꿈을 응원하며 따뜻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는 요즘이다. 트리의 나뭇가지에는 계산전통시장을 그린 인근 어린이들의 수상작들이 알록달록하게 걸려 있었다. 

 

시장 중앙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 2020ⓒ김주혜
시장 중앙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 2020ⓒ김주혜
계산시장을 그린 그림을 보며, 2020ⓒ김주혜
계산시장을 그린 그림을 보며, 2020ⓒ김주혜

 

추석이 지나면 코끝을 건드리는 달곰한 옥수수 향이 그리워진다. 겨울이 되니 어묵과 붕어빵 등이 눈에 들어왔고, 한쪽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뻥튀기 가게를 지나니 이 시절을 어떻게 하면 고소하게 튀길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된다. 겨울 양식을 채워 두고자 아이, 부모 할 것 없이 나선 사람들의 모습에서 시장의 기억과 변화, 현장의 움직임 속에 건강해지는 느낌으로 속이 든든해진다. 

 

오래된 점포와 간판(빈 점포도 꽤 많다.), 2020ⓒ유광식
오래된 점포와 간판(빈 점포도 꽤 많다.), 2020ⓒ유광식
맛있는 모양으로 지나는 사람을 꾀는 채소들, 2020ⓒ김주혜
맛있는 모양으로 지나는 사람을 꾀는 채소들, 2020ⓒ김주혜
올해도 붕어빵의 계절이(아이~ 신나라), 2020ⓒ김주혜
올해도 붕어빵의 계절이(아이~ 신나라), 2020ⓒ김주혜

 

지금의 생활은 조금씩 압축되고 있다. 거쳐야 할 시즌이 사계절 플러스 코로나로 하나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기능은 압축은커녕 팽창되기 마련이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한 주에 한 번은 장을 봐야 하는 본인에게도 시장은 더욱 가까워진 이웃이다. 생각날 때 찾아갈 수 있는 시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너무 소중하다. 또한 함께 얼굴을 맞대고 차 한 잔 나눌 수 있었던 예전의 시간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안타까움만 자꾸 토해낼 따름이다. 그만큼 코로나 이전의 우리의 삶은 의식하지 못할 만큼 서로 밀접했다. 

 

시장과 인접한 주택가 생활도로, 2020ⓒ유광식
시장과 인접한 주택가 생활도로, 2020ⓒ유광식

 

진열된 시장 내 야채들을 보며 전국 곳곳의 온기를 체감한다. 곧 가격이 산정되고 되팔려 각 가정으로 흩어질 것이다. 가정에서는 좀 더 복잡한 공식에 대입되어 딱 떨어진 요리로 탄생할 것이고 말이다. 가정의 건강을 지키는 샘이 있는 시장, 계산시장은 그 적격이다. 기분이 그런지 잠시 삶의 공식을 얻은 것도 같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문제를 푸는 중이다. 공식이 있다면 마스크는 반드시 미지수 아닌 상수로 넣어 둘 작정이다. 계산시장을 거닐며 연말 정산만큼 머리 싸매는 많은 계산이 오갔다. 소띠 해 2021년, 또 한 번의 이사를 준비한다. 

 

올해의 마무리, 2020ⓒ김주혜
올해의 마무리, 2020ⓒ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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