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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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사랑의 힘
  • 정민나
  • 승인 2020.12.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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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나의 시마을]
그리움의 진화 - 최병관

 

그리움의 진화

                                     - 최병관

내일 모래

새해인사 오겠다는

아들과 통화가 끝나자

전화기를

내려놓기 바쁘게

뒤 따라오는 손주들 생각

이번에는

얼마나 예쁜

재롱을 보게 될까

재놓고 간 키는

또 얼마나 자랐는지

초롱초롱한 손주들

모습에 대한 기대도 잠깐

경기가 안 좋아

모두들 어렵게 산다는데

제 식구

드러누울 구들장은

따뜻하기나 한 것인지

얼어붙은 경기에

새 일감 들이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데

>

오늘은 어디 가서 언 발 싸매고

통사정을 하였을까?

내가 보탤 수 있는

능력이라면 좋으련만

어쩌자고

창호에 차오른 달은

지난날 가난까지 차고 올라

가만가만 가슴 까지 물들어서

엎치락뒤치락

하얀 밤을 지새게 하나

 

 

코로나19 2.5단계가 이어지면서 추운 겨울이 더욱 얼어붙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 간의 사랑은 시린 마음을 달래주는 삶의 근간을 이룬다.

시가 형상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라 해서 시인은 평상시 초롱초롱한 손주들의 눈동자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면에 깔리는 그림자까지 끌어안는 것이다.

손주들의 재롱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얼어붙은 경기”가 걱정이 되고 이어서 “새 일감 들이기가 / 하늘의 별따기라는데 / 하고 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들의 팍팍한 삶을 떠올린다.

21세기 펜데믹의 시절에도 도시의 지척에 사는 아비의 자식 걱정은 옛날과 다름없이 깊고 애절하기만 한데 시인은 ‘지난날 가난’을 차고 오른 저 달을 그런 아비에 비유한다.

세상에는 무수한 변수가 많고 그에 따라 혼란과 어둠이 찾아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대처하는 사람의 힘과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근본적이고 영향력 있는 것이 사랑의 힘이 아닐까.

힘든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언 발 싸매고 새 일감 들이려고 통사정을 하는 아들을 온 마음으로 헤아리고 사랑하는 아비가 있다면 그것처럼 든든한 힘이 어디 있을까.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있다면 그만큼 사랑의 힘도 진화하고 있다.

 

 

시인 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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