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쓰데이 - 정상하
해피 버쓰데이
- 정상하
막 태어난 아기가 힘차게 울었다
아기 뒤를 따라 엄마가 태어났다
멋쩍게 웃는 아빠가 태어났다
여름이 아기를 따라 태어났다
똥싸고 하품하고 쭉쭉 자랐다
침대와 기저귀와 우유병이 자랐다
엄마와 아빠가 자랐다
*
아침에 ‘인구재앙 고속도로에 올라탄 대한민국’이라는 인터넷 기사가 올라왔다. 젊은이들의 저출산으로 40년 후에는 5천만 우리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이야기였다. 출산율은 작년 12월말을 기준으로 하여 전년도 보다 2만명이 감소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고용문제가 심각해지자 만족스럽지 않은 환경에서 출산을 꺼리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과소 사회도 문제인데 아동학대 사건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으로 양엄마가 구속되는 일을 지켜보면서 황폐해지는 세상인심에 참으로 암담하고 슬픈 마음마저 들었다.
이렇게 어두운 사회의 일면은 우리를 한없이 우울하게 하지만 또 한편 올해도 어김없이 제야의 종소리가 끝나자 이 땅에서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희망의 전령처럼 섣달 그믐날 밤 12시 서울 보신각 종이 울리자 어김없이 등장하였다. 엄마 아빠의 환한 미소 속에서 축복을 받는 아이는 티비를 보는 시청자 모두를 기쁘게 했다.
“막 태어난 아기가 힘차게 울었다 /아기 뒤를 따라 엄마가 태어났다 /멋쩍게 웃는 아빠가 태어났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하고 그 첫 자신의 작품을 받아 안는 엄마와 아빠 역시 새롭게 태어난다.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되는 것. 봄에 새싹이 움트듯 꿈틀거리고, 살랑거리는 것.
인간의 역사는 성장의 역사였다. 똥싸고 하품하면서도 아기는 쭉쭉 자라고 “침대와 기저귀와 우유병이 자”라듯 “엄마와 아빠” 도 성장한다.
시인 정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