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와 인천, 쓰레기매립지와 이부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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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와 인천, 쓰레기매립지와 이부망천
  • 전영우
  • 승인 2021.02.04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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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63) SK와이번즈 21년 지켰으나

 

삼미 슈퍼스타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구단 중 최약체였던 삼미 슈퍼스타즈는 최악의 성적으로 가뜩이나 서울의 변방으로 홀대받던 인천 사람들의 자존심을 긁어 아픈 상처를 주었다. 박민규는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에서 인천 사람들의 아픈 심정을 적절히 묘사했다.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한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SK 와이번스로 계속 바뀌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구단이 이렇게 자주 바뀐 도시는 인천이 유일하다. 현대 유니콘스는 아예 본거지를 수원으로 옮겨 서울 입성을 노리는 등 인천의 자존심을 아예 짓밟아버리기도 했다.

SK 와이번스는 구단 인수 이후 21년이라는 비교적 오랜 세월 동안 인천을 지키며 좋은 성적을 거둬서 그동안 짓밟혔던 인천 야구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듯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매각으로 다시 한번 인천 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프로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자선사업이 아니고 기업 입장에서 여러 가지 목적이 있을 테니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유독 인천은 계속 연고 팀이 바뀌고 있으니 인천 시민 입장에서는 섭섭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국 3대 도시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서울이라는 블랙홀의 지척에 위치한 관계로 인천은 그동안 많은 수모와 불이익을 당했다. 3대 도시라는 인구가 무색하게 인천의 열악한 교육과 문화 환경은 웬만한 중소도시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에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인천을 떠나 서울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입성을 위한 징검다리 도시라는 인식도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그러니 그런 맥락에서 이부망천이라는 어느 정치인의 망언도 나온 것이 아니던가. 

인천에 대한 이런 인식과 홀대, 좀 더 격하게 말하면 차별과 무시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야구팀이 매각된 것도 하나의 증거로 볼 수 있겠지만, 당장 수도권쓰레기매립지와 관련한 서울과 경기도의 태도만 봐도 인천의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인천은 그동안 수도권의 쓰레기를 서구 경서동의 쓰레기매립지에서 받아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인천 시민들은 많은 희생을 감수했다. 그런 희생을 뻔히 알면서 서울과 경기도는 2025년 종료가 예정된 쓰레기 매립지를 연장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인천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이런 억지 주장이 나올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계속 서울과 경기도의 쓰레기를 인천이 받으라는 말은, 이부망천 망언과 무엇이 다른가? 왜 인천이 이런 모욕을 계속 당해야 하는가?

2025년에 매립을 종료하기로 하였고, 인천시에서는 이제 더 이상 해당 지역 주민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기에 자체적으로 친환경적인 쓰레기 처리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응당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자체적으로 쓰레기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조항'을 악용하여 계속 인천 시민의 희생을 강요하겠다는 것은, 딱 이부망천의 인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무개념이고 인천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2025년까지는 준비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쓰레기 자체 처리 방법을 모색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분리수거를 더욱 철저히 시행하고,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쓰레기 줄이기에 적극 참여하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쓰레기 매립지를 연장 사용하겠다는 두 지자체의 태도는 인천 시민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비단 인천 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안고 있으며, 다 같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환경 문제 중에서 가장 먼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문제가 쓰레기이고, 그래서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당연히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적극 호응해줘야 할 일이 아니던가? 

SK는 인천을 떠났지만, 새로운 구단주인 신세계는 인천 야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신선하고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같은 희망을 쓰레기에서도 보고 싶다. 이제는 쓰레기 관련 주체들이 쓰레기 처리와 관련한 신선하고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서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시발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인천에 아픈 기억을 안겨줬지만, 쓰레기 문제는 인천이 선도적으로 해결하여 미래의 인천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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