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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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 노영민
  • 승인 2021.02.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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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노영민 / 노무사, 민주노총인천본부 노동법률상담소 상담실장
ⓒ민주노총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있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노동자들에게 이번 설은 더 스산하다. 자칭 ‘촛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차곡차곡 무너진 쓰라림이 크기 때문일 게다.

노동존중 사회,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칼퇴근법’ 제정, 공공부문 정규직 정규직으로 전환과 처우개선, 1년 미만 근속자에게 퇴직급여 보장,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제도 도입, 원하청 공동사용자책임 법제화, 청소·경비 등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 및 근로조건승계 의무화, 위험의 외주화 방지, 산재발생 사업장에 대한 책임 강화, 산재 사망자 절반으로 감축,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실직자, 구직자 등의 노동3권 보장, ILO핵심협약 비준, 부당한 찍퇴, 강퇴를 막는 ‘희망퇴직남용방지법‘ 제정, 65세 이상의 노인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도 고용보험 적용 …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것들이다. 촛불 항쟁으로 박근혜를 쫓아낸 시민들은 적폐 청산과 개혁을 내건 문재인 정부에게 꽤나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의 기록은 노동자들과 촛불의 기대와 희망을 차례차례 배신한 목록으로 가득하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130원 오른 8,720원이다. 인상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1.5퍼센트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7퍼센트다. 박근혜 정부(7.4퍼센트)와 별 차이가 없다.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는 비혼 1인 가구 실질 생계비가 월 218만원이라고 했는데 올해 월급으로 환산한 최저임금은 182만원(209시간 기준)밖에 안 된다. 거기에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법을 개악해 사용자들이 10원 한 푼 안 올리고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게 했다.

2월 8일 인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천공기 내부에 끼어 사망했다. 앞서 1월 29에는 인천 서구의 폐기물처리업체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지난 2월 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크레인 작업 중 흘러내린 철판에 끼여 현장에서 숨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만 원․하청 노동자 5명이 숨진 곳이다. 2월 8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역시 하청업체 소속인 노동자가 기계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불과 두 달 전에도 비슷한 사망 사고가 있었다. 포스코는 작년에 9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죽음의 공장’이다. 캄보디아 출신 이주 노동자 속행 씨는 영하 16도의 한파가 닥친 날 비닐하우스 조립식패널 기숙사에서 숨졌다. 2020년에만 택배 노동자 16명이 과로로 사망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어떨까? 작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부터 3년 동안 196,71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꽤 많은 것 같지만 실태를 보면 곳곳이 허수다. 공공부문 중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정규직 전환 대상 80,766명 중 71,731명이 전환됐다고 한다. 그런데 직접고용은 23,328명(32.5%)에 불과하다. 규모가 조금 큰 용역회사에 불과한 자회사 전환이 46,960명(65.5%)으로 압도적이다.

정부는 ‘자회사도 정규직’이라며 우긴다. 하지만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은 처우개선은커녕 대부분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에 묶여 있다. 코레일네트웤스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 후 용역회사 때보다 정년이 줄어 206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기까지 했다.

이조차 배제된 이들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건강검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하여 4대 사회보험 징수 관련 업무 등 총 1,060여개의 업무를 수행하고 연간 총 3,500만 건 이상의 상담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정부도, 공단도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외면하고 있다.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은 용역업체 변경을 핑계로 지난해 말 해고됐다. 지난 해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회사의 무기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강요를 거부해 정리해고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고용유지지원금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모두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에서 6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되는 등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잘려나갔다.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과 근로조건을 승계토록 하겠다, 일자리를 확대하고 보호하겠다던 정부는 해고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36년 전 군사독재 정권 시절 노조 활동으로 경찰에게 고문당하고 해고된 김진숙은 여전히 해고 노동자다. 그가 암 투병 중에도 34일을 걸어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행진을 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아마도 대통령의 눈에는 이들이 안 보일 것이다. 올해 대통령 신년사에서 ‘노동존중 사회’는 언급되지도 않았다는데 보일 리가 없다.

자칭 ‘촛불 정부’가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촛불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싸워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김진숙의 말처럼 “웃으면서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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