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별시' 배수진이 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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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특별시' 배수진이 통하려면
  • 박병상
  • 승인 2021.02.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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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작년 11월 12일, 인천시장은 인천시 생활쓰레기의 소각재를 매립할 ‘인천에코랜드’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인천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2025년까지 서구의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을 반드시 종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결기를 느끼게 한 배수진이었다. 이후 환경특별시 로고를 공모한 인천시는 청사 내에서 일회용품과 음식물쓰레기, 그리고 자원 낭비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3무청사'라는데, 환경특별시를 선포한 도시답게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를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천명한 것이리라.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청사 1층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확신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일회용품 소비가 크게 늘었어도 인천시청사는 다를 듯하다. 솔선수범하는 공무원은 잔을 들고 다닐 테고, 커피숍 직원은 잔 닦는 일이 늘었겠지. 귀찮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환경특별시 선포는 여론몰이가 아니다. 인천부터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중단한다면 서울과 경기도도 물러설 수밖에 없지 않나! 한데 불안하다. 신임 환경부장관이 사용연장을 시사했다는 소문이 돈다.

힘으로 또는 돈으로 주인집 쓰레기를 셋집에 내버리는 게 관행이라면 그 집 쓰레기는 줄어들 수 없다. 타성에 젖은 주인집은 셋집에 미안해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게 생각하는 셋집이라면 점점 참기 어려울 것이다. 주인집을 미안하게 만들거나 쓰레기 발생을 줄이게 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강력하게 반발해야 한다. 인천은 셋집 신세가 아니다. 과거 군사정권이 갯벌을 멋대로 매립할 때, 이후 그 매립지를 쓰레기매립지로 바꿀 때 싫은 소리도 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울과 경기도는 타성에 젖었을지 모르지만, 매립지로 고통받은 인천시는 그동안 계속 고통스러웠다. 반드시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고, 환경특별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인천은 환경특별시가 될까? 로고를 정하고 3무청사 기치를 높이 든다고 환경특별시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인천시가 모를 리 없다. 환경부에서 연장을 강요하더라도, 서울시와 경기도가 노골적으로 대책을 외면하더라도, 청와대마저 사용연장을 거칠게 밀어붙이더라도, 굳은 의지로 일체의 쓰레기를 받지 않는다면, 서구의 쓰레기매립장은 결국 폐쇄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인천시가 저절로 환경특별시가 되는 건 아니다. 시민이 환경특별시의 필요성을 물론, 가치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가능해진다.

세계적 환경수도, 그리고 ‘태양의 도시’로 상찬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폐기물 처리 정책으로 유명해진 게 아니다. 1970년대 핵발전소 저지하는 강력한 행동으로 막아낸 시민과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전기를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도시의 절반 이상을 녹지로 덮었을 뿐 아니라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최대한 억제했다. 시장의 혜안이 아니었다. 시민이 요구했고 시장이 호응했기에 가능했는데, 프라이부르크보다 10배 가까이 큰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시민 의견으로 정책을 만들고 실현해야 환경특별시를 지속시킬 수 있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게 만드는 행정은 무척 어렵다. 지역에 자신의 삶이 뿌리내린 시민을 감동하게 하는 정책이 제안되고, 그 과정에 참여가 투명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영흥도의 인천에코랜드는 시민의 의견을 얼마나 수렴한 결과일까? 영흥도의 시민으로 국한하면 안 된다. 쓰레기를 내놓는 인천시민 모두, 그리고 다음세대 인천시민의 권리를 대신할 수 있는 시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라고 표현하던데, 자원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하고 재활용해야 하는지를 환경뿐 아니라 문화, 역사까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영흥도로 정한 건 분명히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더라도 시민이 흔쾌해 할 정도로 참여하고 논의해 정책을 마련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히 논의했다면 시민들의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가 가능했을 것이다. 쓰레기 발생이 많은 지역으로 장소가 정해졌을지 모른다. 폐기물을 싣고 굳이 영흥도까지 가지 않겠지. 소각장도 마찬가지일 텐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그리고 플라스틱과 마이크로플라스틱 쓰레기의 발생도 시민들과 의논해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코 높이에서 더럽히는 자동차의 내연기관도 개선될 수 있고 항만과 공항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작은 어렵다. 끈기가 필요하지만, 참여한 시민 모두 받아들일 정도로 투명하고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사회에 신뢰가 쌓인다. 시민의 신뢰가 만든 정책은 단단하다.

기후변화는 심각한 위기로 가깝게 왔다. 이제 환경은 생존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환경특별시가 되기 위해 인천시가 해야 할 정책은 수두룩하다. 폐기물 정책은 그중 하나다. 프랑스 파리는 시민의 호응으로 내연기관을 확실하게 몰아내기 시작했다. 영흥화력발전소뿐 아니라 거대한 항만과 비행장이 있는 인천이 어떤 모습으로 개과천선해야 국제사회가 환경특별시라고 상찬할까? 초고층빌딩과 서울을 향하는 도로를 자랑한다면 자격 미달이다. 지구온난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갯벌을 매립한다면? 낙제다.

주민등록이 돼 있지만 정주하지 못하는 인천의 시민들은 직장과 생활권이 있는 서울을 빠르게 연결되기를 바란다. 진정성으로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으로 환경특별시는 가당치 않다. 인천에 직장과 생활 터전을 늘리지 못하면서 인구를 늘리는 정책은 환경특별시에 역행한다. 인천에 몸과 마음이 정착하게 이끌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일까? 폐기물에서 그칠 게 아니라 깊고 폭넓은 고민이 필요하다. 환경특별시가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절박해야 한다. 후손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걸 인식해야 의미 있는 정책을 비로소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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