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정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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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정부 결단이 필요하다
  • 전영우
  • 승인 2021.03.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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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의 미디어 읽기]
(65) 황망한 정부의 폐쇄 결정, 그후 5년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9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낼 공개서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차라리 청산해 달라"는 기업인들의 호소가 지난달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정기섭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개성공단 재개의 희망을 포기하기 전, 정부의 확고한 재개 의지를 여쭙고 싶다""이제는 희망을 접고 공단의 청산, 정당한 보상을 주장해야하는지 아니면 정부를 믿고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버텨야하는지 대통령님께서 가르쳐달라"고 호소했다.

개성공단의 상황에 관련하여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멀쩡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던 많은 개성공단 기업가들이 2016년 느닷없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방침으로 인해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일어났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황망하고 느닷없었던 것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었다.

남북관계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당장 개성공단에 입주해서 멀쩡하게 사업을 꾸려가던 국내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내 기업들은 '50년간의 자율적인 기업경영과 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고 전적인 책임을 정부가 지겠다'는 당시 정부의 약속만 믿고 개성공단에 공장을 세웠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리고는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다음날 폐쇄해버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렇게 황당하고 무책임한 일을 정부가 덜컥 결정해버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정부에서 나름대로 해당 기업의 피해를 구제할 여러 노력을 경주했겠지만, 기업 당사자들에게는 그동안 투자하고 노력한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피땀 흘려 노력해서 일군 성과가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것은 금전적 보상과는 별개의 일이다.

개성공단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할 사업이 아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중요한 사업이다. 일각에서 억지 논리로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개성공단이 남과 북 모두에게 있어서 단순한 경제적 가치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개성공단은 어떤 형태로건 조속히 마무리를 지어야 할 일이다.

지난 정부에서 어떤 배경으로 폐쇄 결정을 내렸는지 와 무관하게, 현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 바람직하기로는 개성공단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가동하여 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남북간의 상징적인 협력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만, 직접적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건 매듭을 지어야 할 시점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의 지나친 관여로 자주적으로 개성공단 재개 선언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개성공단의 청산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뼈아픈 호소인데, 미국 행정부도 바뀐 시점에서 정부가 전향적인 방향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에 투자하고 기업을 일구어온 기업가들 입장에서 지난 5년간은 황당하고 피말리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 재개를 정부가 선언해달라는 호소는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여러 사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가들 입장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렇게 결단을 못 내리고 질질 끌기만 한다면 향후 정부 정책을 누가 믿고 사업을 추진하겠는가? 남북관계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를 믿고 사업을 시작한 기업가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차원에서 하루 속히 정부가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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