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간의 가치를 재생산하는 동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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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의 가치를 재생산하는 동네책방
  • 이수인
  • 승인 2021.03.19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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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47) 경력단절 엄마, 만수시장 상인과 함께 - 이수인 / '동네책방시방' 책방지기
2020년 3월 5명의 책방지기로 매주 금요일 연재를 시작한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은 10월에 필진을 교대했습니다. 이제 2기 필진의 연재도 이번 47회로 종료하고 48회부터는 3기 작은책방 필진을 새로 구성해 시작합니다. 그 동안 연재에 참여해 주신 2기 작은책방 필진, 부평구 부평동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김한솔이 대표, 동구 창영동 ‘책방마쉬’ 김미영 대표, 남동구 만수동 ‘책방시방’ 이수인 대표, 서구 가정동 ‘서점안착’ 김미정 대표, 미추홀구 주안동 ‘딴뚬꽌뚬’ 윤영식 대표에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봄을 맞이하여 겨우내 웅그린 책방이 서서히 기지개를 켭니다.

 

봄이 바짝 다가왔습니다. 대지의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는 봄은 새로움과 희망을 상징하는 계절이기도 하죠. 봄을 맞이하여 책방도 분주해졌습니다. 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공모사업에 지원하고, 대청소하며 시방, 서서히 기지개를 켭니다.

 

꿈을 틔우는 모두의 공간

모두의 공간이 되기 위해 느리더라도 그 방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현실성과 쓸모를 고려하고 참가자들에게 역량을 심어주기 위한 선한 기획에 방점을 찍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올해 선보일 첫 번째 프로그램은 ‘디딤 프로젝트-마을문화교육활동가 양성가 과정’입니다. 작년에 시방의 자체 프로젝트로 진행하고자 실행할 시기를 엿보다가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보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올 2월 초 인천광역시교육청 중앙도서관 마을교육과에서 본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의 뜻을 밝혀왔고, 도움을 계기로 규모를 키워 진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본 프로젝트는 결혼·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능력 있는 엄마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 소정의 강사비, 재료비, 교육 등을 지원하여 사회와 연결되는 ‘디딤’ 역할을 할 계획이에요. 강사로 나선 엄마들에게는 마을문화교육 활동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참여 기회를, 참가자들에게는 무료로 유용한 배움과 서로를 다독여주는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에요. 3월 19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을 예정인데, 자세한 내용은 시방 블로그에서 확인 바랍니다.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sibangbookstore)

올해는 ‘시방’의 한 의미인 ‘시장에 있는 책방’의 의미를 부각시켜 만수시장 상인들이 강사로 나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올해는 ‘시방’의 한 의미인 ‘시장에 있는 책방’의 의미를 부각시켜 만수시장 상인들이 강사로 나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시방’의 해석 가운데 한 가지인 ‘시장에 있는 책방’의 의미를 부각시켜 책방 또는 해당 상점(공방)에서 상인들이 강사로 나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예부터 장터(시장)는 상품 거래의 기능을 넘어 소통과 문화교류가 이루어지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곧, 인문학의 공간이라 할 수 있었죠. 이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만수시장을 줄기 삼아 뻗은 상점들을 둘러보니 의외로 체험과 배움이 가능한 곳이 많았어요. 상인 강사와 주민들이 함께 만수시장의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한다면 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게 되리라 믿어요.

이 외에도 작년에 펼쳤던 ‘시 쓰는 엄마들의 모임, 시(詩)엄마’ 2기 모임, 그림책 만들기, 독서모임, 일일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니 시방 블로그 및 인스타그램에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책방시방- 책과 사람으로 풍요로워지는, 작지만 실속 있는 공간을 조성합니다.
책방시방- 책과 사람으로 풍요로워지는, 작지만 실속 있는 공간을 조성합니다.

 

문화·여가 거점 공간 ‘동네 책방’의 가치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 2기 책방지기들의 연재가 이 글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글이다 보니 책방을 운영하며 근래 부딪혔던 행정 문제에 대해 한마디 하려 합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지난 12월 지역 서점 활성화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뜻을 표명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올 2월에 이 프로그램의 남동구 담당 공무원이 책방에 방문하여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듣더니 남동구에서 시방과 타 서점 두 곳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났으며 남동구는 담당자 부재로 지원사업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공무원의 발령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담당자 부재로 한 행정구역이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은 허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한편, 책방을 주제로 쓴 기사 가운데 공모사업 심사의 투명성에 대해 견해를 밝힌 한 책방지기의 글을 읽었습니다. 저 역시 작년부터 여러 공모사업에 지원하였지만 몇 군데 지원사업에서는 이유도 모른 채 고배를 마셔야만 했어요. 당연히 떨어질 수 있지만 문제는 공모사업의 취지와 프로그램 기획 등을 중심으로 선정된 책방들을 살펴보면 의문이 남더라고요. 사업 담당자는 떨어진 이유에 관해 묻자 회피하기만 하고요. 심사위원과 떨어진 이유를 간략하게라도 공개한다면 해당 기관은 논란에서 벗어나고, 떨어진 책방은 참고하여 추후 더 나은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대부분 지원사업이 정작 공간과 일품을 제공하는 책방지기에 대한 활동비를 책정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비단 책방 지원사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기획자에게 활동비를 책정할 수 있는 사업이 드뭅니다. 일부 사업은 정산이 까다로워 지원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현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한 지침을 적용한다면 많은 동네 책방이 문화·여가 거점 공간을 자처하며 지역민에게 양질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역 서점 활성화 취지의 지원사업들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실적을 위한 지원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을 펼쳐 동네 책방들이 주민들에게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합니다.

 

결혼·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능력 있는 엄마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딤'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로 3월 19일부터 신청을 받습니다.
결혼·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능력 있는 엄마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딤'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로 3월 19일부터 신청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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