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는 책방, '꿈공작소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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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는 책방, '꿈공작소 모모'
  • 서상희
  • 승인 2021.03.26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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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48) 세상의 거리를 좁히는 곳 - 서상희 / '꿈공작소 모모' 책방지기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이 이번 48회 부터 3기 필진으로 교대했습니다. 이번에 참여하는 책방지기들은 강화군 강화읍 '꿈공작소 모모' 서상희 대표, 부평구 갈산동 '연꽃빌라' 김보름 대표, 강화 불은면 '책방바람숲 신안나 대표, 동구 화수동 '책방모도' 문서희 대표, 계양구 작전동 '그런대책방' 김미성 대표 등 5명입니다. 

 

모모
꿈공작소 모모

 

마음을 나누고 나를 찾아가는 작은책방, 꿈공작소 모모입니다.

책을 통해 소통을 배우고 책 모임으로 나누는 법을 배워가는 곳. 마음을 나누며 나를 찾아가는 공간. 동네마다 생겨난 작은 책방들이야말로 자그마한 곳이지만 우리의 삶을 극대화시키고 가능성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꿈만 꾸어오던 책방을 작년 7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시작했어요. 오히려 이럴수록 힘을 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꿈공작소 모모’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모이자 모여라, 꿈공작소로’라는 의미를 담아.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여성에게 세상은 요란하게 웃어대며 “네가 글을 써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라고 말한다고. 그럼에도 글쓰기를 하라고. 자신의 힘으로 여행하며 세계의 미래나 과거를 사색하고 책을 상상하며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요. 글쓰기를 통해 실재를 마주하는 활기찬 삶을, 활기차 보이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요.

뜬금없이 왜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냐고요?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시절은 여성이 도서관을 가려고 해도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이 필요했던 시절이예요. 가난, 출산, 육아, 가사로 지적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울프는 ‘자기만의 방’과 ‘돈(경제적 자립)’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스스로 주체적 삶을 살기 위해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코로나19는 태어나 처음 겪는 낯선 경험이었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되었지요. 늘 아무렇지 않게 보냈던 일상에서 벗어나 보니 관계와 거리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고 소통의 힘이, 공간의 역할이 얼마나 더 소중한지를 느끼게 됩니다. 힘든 상황에서 견디는 것이 전부인 듯이 보이는 지금. 주어진 대로가 아닌 생각한 대로 사는 주체적 삶이야말로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 여성, 남성을 떠나 오늘을 사는 과제라 생각되거든요.

책방이 단지 책을 사고 파는 곳만이 아니라 그렇게 책을 통해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의 거리를 좁히는 곳이라고. 모여서 감동 구절도 필사하고 뜨개질이나 수제맥주, 천연비누 만들기 같은 재능 나눔, 취미 나눔 활동도 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함께 찾아가자고, 응원하자고요.

‘모모’란 미하엘 엔데의 ‘모모’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사는 삶. 모모는 세상의 시계와 거꾸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야말로 시간에 쫒겨 막상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채우며 사는 모모를 재발견해야겠다 싶었답니다.

물론 이미 많은 동네책방들이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문화의 공간으로서 자리를 만들고 있지요. 하지만 막상 현실은 생각보다 어렵긴 합니다. 작년엔 코로나19 못지않게 도서정가제 개정 논의가 동네 책방을 흔들기도 했는데요. 도서정가제 개악을 반대한다는 기사에 “비디오 가게처럼 사라질 텐데 우리가 왜 그 대가를 치르냐”는 댓글이 보이더라고요.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도 사라진다.’라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왜 동네 책방 먹여 살리려고 돈을 더 내냐는 논리.

이렇게 대놓고 비난하지 않아도 가까운 지인들조차도 책방 창업을 한다고 할 때 다들 말렸지요. 요즘 누가 책을 읽냐고, 오디오가 대세라고들 말하고요. 정말 동네 책방은 시대착오요, 사라질 구시대 유물인가 곰곰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동네 책방도 사라지면 우리는 더 효율적이고 행복한 시대를 살게 될까도요.

어쩌면 동네책방이 정말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코로나 19로 사회적 격리기간이 늘어지면서 책이 좋아서, 책을 나누고 싶다던 동네책방의 폐업이 이미 시작되고 있답니다. 물론 한편에는 온라인 판매나 온라인 독서모임, 책방 대관 서비스 등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하며 생존을 모색하는 책방들도 생겨나고 있지요. 여전히 어렵기는 하겠지만 희망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내게 됩니다.

저희는 더구나 신생 책방이다보니 각오는 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네요. 그래도 사회적 격리가 심화되기 전까지는 도서반 동아리활동, 강화 청년모임 ‘ 청촌내일’의 독서모임, ‘한강하구와 유엔사’를 주제로 이시우 작가님의 저자특강 같은 활동을 통해 충분히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책방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막상 5인 이상 집합금지 이후로 독서모임이나 취미 나눔 같은 행사가 쉽지 않아서 ‘모이자 모여라’ 라는 구호가 민망하기도 합니다. 모여서 하는 활동은 올해부터 고전명작 읽기모임인 ‘모모N클럽’ 정도만 소수정예로 진행하고 있어요. 천천히 가는 책방이지요.

이렇게 생각한 대로 아직 못하는 게 더 많지만, ‘꿈공작소 모모’에 오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제법 있답니다. 우리 평범한 이웃의 추천 편지글이 담긴 감동책이자 비밀책인 ‘블라인드북’도 있고요. 감동 구절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요. 또 책방지기가 매주 2권씩 올리는 책리뷰인 ‘낙비의 책수다’도 만나고요, 연필 부심에 취해서, 시심(詩心)에 취해서 적어보는 ‘릴레이 시필사’도 해볼 수 있고요. ‘나도 북큐레이터’에 나만의 책 추천도 참여해 볼 수 있답니다.

 

책방 내부
책방 내부

 

그래도 아마 많은 분들이 저희 책방에 와서 예상치 못해 놀라기도 하고 좋아하는 건 바로 다양한 공간이예요. 좁고 길게 있는 책방 공간이 있고요. 이건 예상 가능한 곳인데요. 안쪽으로 다시 조금 더 넓은 ‘모모의 서재’가 있어요. 밖에서는 안 보여서 더 재미있는 공간이랍니다. 책방지기 애장서와 요즘 인기 있는 그래픽 노블을 공유서재로 구성해두었어요. 편안하게 골라 읽어 볼 수 있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으로 감동 구절 필사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가 끝이 아니고요. 다시 밖으로 이어지는 작은 독서공간을 나오면 ‘모모의 정원’이라고, 자그마한 야외 힐링공간이 있답니다. 담벼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들과 오래된 허름한 담벼락이 옛날 감성을 소환하는 곳, 특히 비 오는 날 빗소리가 토닥토닥 내리 꽃힐 때, 그때가 정말 감성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아무래도 꿈공작소 모모의 특색 중 하나인데요. 백문이 불여일견. 구경하러 오세요.

꿈공작소 모모로 오시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으로 된 강화읍 성공회 강화성당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가는 길목에 초보 장인이 직접 만든 수제 간판 ‘책’ 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곳인데요. 사실 간판도, 입구도 작다보니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눈 크게 뜨고 찾아 봐야 한답니다. 강화읍은 강화성당 외에 철종이 머물렀던 용흥궁도, 고려궁지도 근처에 있어서 강화 역사여행도 좋고요. 딸기책방, 소금빛서점도 가까이 있어서 책방여행도 좋고요. 요즘 가장 핫하다는 조양방직도, 강화도만의 특색 소창체험박물관도 다 걸어갈 수 있어 일석 삼조랍니다. 오시기 전에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려둔 글, 사진 보시고 오시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나를 찾는 힐링여행,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곳 강화로 책방여행 오시겨. 꿈공작소 모모로 오시겨.

인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10

0507.1329.4362

http://instagram.com/momo_ggum

blog.naver.com/momo_ggum

 

공유서재, 모모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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