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가 진짜 주민자치를 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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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가 진짜 주민자치를 하기 위하여
  • 민혁기
  • 승인 2021.03.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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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책, 듣다] -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방향
민혁기 / 인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

 

현대사회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에 도달했다. 높은 경제지표가 곧 풍요로운 삶을 의미하는게 아니며, 성장 위주의 평균적 경제평가가 되려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IMF의 연구 결과도 있다. OECD에서는 지난해 대한민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를 10위 또는 9위라고 예측하고 있으나, UN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에서는 2021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의 2020년 행복순위가 95개국 중 50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사용된 지표는 기대수명, 1인당 GDP, 관용, 부정부패, 사회적지원, 삶에대한 선택의 자유 등 6가지다. 이러한 것들은 거시적 관점의 성장주의와 중앙집권적인 정치체계가 더이상 고도화, 다원화된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국민의 행복은 더 작은 단위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경제적 순환체계 역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다 작은 단위에서 더 다양한 순환고리들을 생성해내야 한다. 그래서 평균적 지표에서 놓쳐왔던 세밀한 분배의 문제, 삶의 문제,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질적 권한의 분배와 보충성의 원칙으로 해결하려는 제도가 결국 자치분권이다. 그리고 이를 행할 민간주체로서 주민자치회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자치와 협치의 방식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고, 협치할 수 있는 대응체계가 있어야 한다. 숙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때론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주민 주체의 결정이 최고단계 결정으로서 위상을 갖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그런 주민주체의 대표성이 충분히 제고될 수 있도록 개방성, 투명성, 수평적 민주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할수 있는 문화적, 공간적, 재정적 기반도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 권한의 문제

권한에 대하여는 결정과 집행으로 나눠 이야기 해본다. 흔히 선택과정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는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과 이를 위한 사업 시행 여부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때의 권한은 공공의제를 선정, 선택할 수 있는 권한으로, 주민자치 조직에서 내세우는 현안을 행정에서 어떻게 받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현재 주민참여예산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제시되는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업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또는 시와 군·구 등 행정의 정책과 관련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주민자치 조직에서 공공의제로 선정하여 총회까지 통과된 현안과 사업에 대해 행정은 어떤 절차와 위상으로 맞이할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동등한 위상으로 주민자치조직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업 또는 정책에 대한 거부권까지도 장기적으로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공공의제 선택의 권한이 없다면 주민자치는 결국 단체자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릴수 있다.

또한 집행의 경우,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방식은 경쟁식 공모사업이나 참여예산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 실행하는 방식으로 민간경상보조로 집행되다보니 결과적으로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원하는 방식으로 하기 어렵다. 다르게 표현하면 실제적인 재정운영 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최소 주민세 등을 환원하는 방식의 지속적 예산확보와 자율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금화를 통해 실질적 재정운영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주민자치 기반 사업들은 행정의 말단조직으로 일을 대신하는 것처럼 여기질 수도 있다.

 

- 협치할 수 있는 대응체계

지역사회에서의 협치는 대부분 행정동 내에서 이루어 진다. 특히 지역의 대표적 자치플랫폼인 주민자치회 외에도 주민자치 기반 다양한 단체, 공동체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역시 행정적, 재정적 연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민간단위의 협치과정과 체계가 준비되어야 한다. 예로 지역사회 각종 단체장(자생단체, 봉사단체, 마을공동체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주민자치회의 분과를 민민협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를 실현하려면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확장성, 지역사회 내 수평적 네트워크에 대한 자치적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동 단위에서의 민관협치는 동장의 역할에 의해 좌우된다. 그래서 동장에 대한 전문교육, 동장을 전문지원관으로 위촉, 또는 동장추천제/직선제 등의 정책을 통해 동 단위 민관협치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리고 더욱 원활히 민관협치가 이루어 지도록 전담 공무원이 주민자치 업무를 맡거나, 민간인 동자치지원관을 임용, 또는 순환보직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문직제 운영 등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인천시의 경우 주민자치 기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융합적 지원과 원할한 협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치인권담당관실에 협치기획담당, 주민자치담당, 공동체지원담당, 시민인권담당 등 4개팀이 설치되어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주민자치 현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한 부서 설치는 전국 단위에서도 드문 사례로, 인천시가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좀 더 혁신적인 권력과 권한의 이양을 통해 주민자치가 더욱 활성화 되도록, 협치과정이 더욱 왕성하게 운영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 정보의 순환과 생산

주민자치 관련 주요정보는 행정에서 제도, 정책, 사업 등의 이름으로 생산한다. 이는 기초, 광역, 중앙정부 모두 포함되며, 주민자치회에 대한 직접 사업 뿐 아니라 주민자치 기반 활동을 대상으로 생산하는 모든 정책, 제도, 사업들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는 행정의 정보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관련 정책이나 사업을 생산할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

주민자치가 더욱 활성화 되기 위해선 행정에 집중되어 있는 정보의 집적과 생산이 수평적으로 순환되어야 한다. 주민자치회 또는 주민자치 기반 다양한 활동단위에서도 보다 쉽게 정보를 접하고 순환시킬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행정은 적극적인 홍보방법을 고려, 실행해야 한다. 또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학습과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 각종 정책, 제도, 방향에 대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회 역시 정보를 수평적으로 확장, 순환시키기 위해 각종 방법들을 자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협의회 등을 통해 기초단체와 대등한 위상으로 주민자치 관련 정책, 제도 생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 대표성과 총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위상 인정

주민자치회가 지역사회에서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자치조직으로 구심점, 그리고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선 우선 대표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갖는 상징적 대표성을 통계적 표본으로서의 대표성, 공개성으로부터 기인된 대표성, 그리고 위임받은 권력의 제도적 이양으로서의 대표성 세종류로 본다면 주민자치회의 구성방식에 따라 대표성을 인정하는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그러한 대표성 인정을 법령이나 조례 등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위상도 제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총회의 위상 또한 보완되어야 한다. 실제 주민총회에서 의결된 사업이 행정의 예산편성과정에 편입된 경우, 의회의 예산결정권한과 충돌한다. 물론 의회 역시 대의 민주주의 체계에서 위임받은 역할이지만, 결과적으로 주민총회의 지역사회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위상이 의회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한 인식의 보완 및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 자치활동을 위한 문화/공간/재정의 준비

마지막으로 자치활동을 위한 문화, 공간, 재정의 준비다. 문화적 준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기반 네트워크 조성, 다름에 대한 인정과 포용, 서로에 대한 관심과 지원, 수평적 권한분배와 집단동조현상 견제를 통한 소수의견 존중 등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준비다.

공간의 준비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활동을 위한 준비입니다. 주민자치 기반 활동들은 소수 주민들 간의 모임일수도 있고, 주민자치회 같은 대표적 기구일수도 있다. 지역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처럼 다채로운 주민자치 기반 활동들의 연결과 연대다. 그렇게 서로 연결될 때, 지역사회 내에서는 그 다양성을 담기 위한 공간들이 필요하게 된다. 비단 주민자치센터에 있는 공간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공간들이 지역사회에 만들어지고, 연결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과 제도가 필요하다. 공간지원사업이나 시민자산화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재정의 준비다. 현재 주민자치회의 운영비는 행정의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쓰임의 형태가 이미 정해져 있어 업무추진비 등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제약사항도 많아 필요한 경우에 맞춰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주민자치회가 쉽게 운용할 수 있는, 쓰임이 다채로운 운영예산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현장에는 소수의 권력화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나, 주민들의 다양한 자치활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각종 사회적 인정/보상제도, 주민자치회의 법인격 인정, 조례청구권이나 주민소환제 등 주민주권의 실제적 실현을 위한 각종 장치들이 요구되기도 한다.

 

현재 국회에 주민자치회 근거조항 복구와 관련된 3가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과 각각 특색있는 4가지 주민자치회 개별법안이 접수되어 있다. 이 법안들에는 주민들의 자치권한과 직접적인 참정권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표적 자치조직으로서 지역사회의 현안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치의 과정에 참여할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물론 주민자치회에 일방적인 협력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회가 결정, 선택,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으로 참여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대표성을 갖고 행정의 다양한 지원을 지역사회로 순환시키는 매개체,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조직 바깥에 독자적으로 있기 보다, 대표적 공적 기구로서 각종 법령의 연결과 재원의 확보, 자산화의 가능성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일어날 수 있는 소수의 권력화 현상도 명문화된 조항을 통해 견제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내용들이 담기게 되면 주민자치는 비로소 단체자치와 수평적 관계로 협치하며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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