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소중한 순간들을 늘려가는 것
상태바
행복 - 소중한 순간들을 늘려가는 것
  • 최원영
  • 승인 2021.04.13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원영의 행복산책]
(113) 행복의 실체
지난해 8월31일 이후 112회로 중단했던 '최원영의 행복산책'을 이달 부터 재개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113회부터는 텍스트와 같은 내용으로 최원영 박사가 진행해온 3분 분량의 유튜브 방송('최원영의 헛기침' - 기사 하단 첨부)과 함께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적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행복의 실체가 무엇인지 몰라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실체를 모르니 행복을 손에 쥘 수 있는 방법 역시 모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시간에는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이 그동안의 삶을 후회하면서 깨달은 행복의 실체를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원자력 병원 호스피스 활동가인 안기순 님이 지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23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사례 중 하나를 전해드립니다.

행복은 정말 이상하다. 마치 신기루처럼 행복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더 멀리 달아난다. 어쩌다가 행복감을 느끼지만, 그 순간은 지극히 짧다. 만족한 이후에는 또 다른 갈증이 찾아온다.

내가 호스피스 일을 하면서 만난 분들도 그랬다.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행복을 위해 달려왔는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행복해지지 못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내가 거꾸로 살았다. 내가 인생을 거꾸로 살았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남들도 좀 돕고, 좋은 일도 하면서 살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임종을 눈앞에 둔 어느 환자분의 마지막 말씀에서 행복의 실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남들도 좀 돕고, 좋은 일도 하면서’ 살 때가 행복감을 느낀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남을 도울 수도 없고 좋은 일을 할 수도 없을 때입니다. 그래서 후회하고 있는 것이지요.

앨릭스 파머는 행복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행복은 불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여기는 순간을 늘려가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소중한 순간들을 늘려가는 것이 행복입니다. ‘소중한 순간’들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이런 언행을 ‘좋은 일’이라고도 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도 합니다. 나 자신에게 무언가가 채워져서 느끼는 기쁨이나 행복감은 일시적이지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채워줄 때 느끼는 기쁨이나 행복감은 오래 갑니다. 이것이 더 소중한 순간이고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은 “자기 안에 남을 살게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내 안에 살고 있다면 나는 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 또한 누군가의 마음속에 내가 들어가 살고 있다면 그 누군가도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주어 들어와 살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이것이 ‘소중한 순간’이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런 느낌이 바로 행복감입니다.

이제는 행복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독일 고전 철학의 출발점으로 인정받고 있는 철학자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합니다.

첫째, 해야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을 때.

칸트의 말씀처럼 세 가지 조건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에 따르면, 가장 기본적인 조건만 갖추고 있다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지금 겪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만 버리지 않는다면 행복하다는 것이니까요.

이런 칸트의 혜안과 똑같은 가르침을 멋지게 시로 표현한 나태주 시인의 <행복>이란 시가 있습니다.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

이 시를 거슬러 올라가면 묘하게도 칸트가 말하는 조건과 일치합니다. 시인이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은 칸트가 말하는 지금 ‘해야 할 일’이고,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칸트가 말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며,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칸트가 말한 ‘희망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제 조용히 철학자 칸트의 행복의 조건을 질문으로 바꿔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볼 차례입니다.

“지금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는가?”

“지금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지금 나는 어떤 희망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하시는 여러분은 이미 행복한 분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