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뭉게 피어 감도는 자연 방역, 계양산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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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뭉게 피어 감도는 자연 방역, 계양산성에서
  • 유광식
  • 승인 2021.04.26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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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53) 계양산성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계양산성에 서서(서울 방향), 2021ⓒ유광식
계양산성에 서서(서울 방향), 2021ⓒ유광식

 

주춤해진다 싶다가도 다시 타오르는 코로나 19의 맹위가 장난이 아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있지만 안심하고 지낼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와중에 정말 고맙게도 봄꽃은 어김없이 푸른 드로잉을 선사하고 있다. 한편,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방침을 확정(4.13)하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바다엔 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도 많다. 공동의 문제에 있어 한 나라의 결정만을 구경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미얀마 사회의 희생도 마찬가지의 괘다. 

 

산성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 2021ⓒ유광식
산성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 2021ⓒ유광식

 

인천의 등가로 여겨지는 계양산(395m). 그 중턱에 자리한 계양산성을 찾아가 보았다. 계양산 동쪽에 있는 계양산성은 작년 전국 최초로 계양산성박물관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3층 규모의 박물관은 산성 입구에 위치해 계양의 유래와 유물, 전시 등으로 주부토 계양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사실 계양산 등산로 자체가 성곽이었다. 평지가 아닌 이상 산성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조금의 각오는 해야 한다.   

 

계양산성 남측 치성, 2021ⓒ유광식
계양산성 남측 치성, 2021ⓒ유광식
계양산성 중앙에 서서, 2021ⓒ유광식
계양산성 중앙에 서서, 2021ⓒ유광식

 

박물관에서 곧장 올라가면 산성의 형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성은 고려까지 쓰임이 있다가 방치되었고 일제강점기에 공동묘지로 이용되면서 황폐해지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성곽보다는 묘역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군데군데 나뒹굴고 있는 분묘 알림판이나 깨진 비석 등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은 산책로 따라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게끔 정자와 벤치 등이 설치되어 있다. 경사지 주변에는 소풍 나온 듯 시민들이 거리를 유지한 채 산소 방역 중이었다. 한 무리의 양 떼들 같기도 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계양산성 북쪽 치성, 2021ⓒ유광식
계양산성 북쪽 치성, 2021ⓒ유광식

 

산성 높이까지 오르니 확실히 계양지역이 한눈에 들어와 방비에 최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쪽(정상) 지역만 빼고는 탁 트인 시야가 정말 좋았다. 반려동물과 함께 온 시민도 있었고 캠핑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두 친구의 모습은 이채로웠다. 아이 뒤를 졸졸 쫓는 아빠의 마음은 또 어떨까. 산 정상에 오르지 않았어도 내 영역을 지키는 마음을 축조한 느낌이다. 

 

계양산성박물관 입구(성에 오르듯), 2021ⓒ유광식
계양산성박물관 입구(성에 오르듯), 2021ⓒ유광식
1전시실의 포토존과 실제 산성에 오르는 길, 2021ⓒ유광식
1전시실의 포토존과 실제 산성에 오르는 길, 2021ⓒ유광식

 

산성박물관은 성인 1인 관람료가 1,000원이다. 차곡차곡 현대판 산성을 쌓는 돌값이라고 엉뚱한 판단을 해보았다. 지하 1층(유물이 지하와 어울려서 그런지 모르지만 1층으로 명명했어도 무방했을 것 같았다)은 상설전시실, 2층은 기획전시실, 3층은 카페로 이루어져 있었다. 상설전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계양산성은 고대산성치고는 규모가 큰 규모란다.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성으로, 각종 유물이 입체감을 더했다. 감열지를 이용해 수막새 탁본을 떠보기도 했다. 

 

2전시실의 출토 유물의 전시, 2021ⓒ유광식
2전시실의 출토 유물의 전시, 2021ⓒ유광식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 2021ⓒ김주혜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 2021ⓒ김주혜
탁본 체험, 2021ⓒ김주혜
탁본 체험, 2021ⓒ김주혜
관람을 마치고 남긴 어느 아이(추정)의 소감 메모, 2021ⓒ유광식
관람을 마치고 남긴 어느 아이(추정)의 소감 메모, 2021ⓒ유광식

 

2층은 계양의 역사를 조곤조곤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계양의 첫 이름이 ‘주부토’라는 사실에서부터 안남산, 징매이고개, 중심성에 대한 것까지 역사를 짚어볼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칠 때쯤 전시 안내 어르신께서 친절하게 부연해 주시기도 했다. 로비에 과거 계양구 사진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징매이고개, 계양산, 부평초 등 쉽게 볼 수 없는 옛 사진은 한결같이 계양을 말해주고 있었다.

 

1층 기획 전시실 입구(자료로 본 계양역사), 2021ⓒ유광식
1층 기획 전시실 입구(자료로 본 계양역사), 2021ⓒ유광식
1층 전시 안내를 맡고 계시는 어르신의 친절한 설명, 2021ⓒ김주혜
1층 전시 안내를 맡고 계시는 어르신의 친절한 설명, 2021ⓒ김주혜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는지 사람들은 열심히 산을 오르내린다. 주말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고대에는 보이는 적을 막으면 되었는데, 현대는 바이러스, 정보처럼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기술 문명이 발달했다고 해도 모르는 게 적이다. 아마도 오늘날 산성은 달라진 환경에서 현대적 방비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말해 주는지도 모른다. 계양지구대 앞 북카페(룩셈부르크)에서 우리 사회의 더욱더 철저한 방어는 무엇인지, 그 방책은 언제 도착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버스정류장 앞에 정차하는 버스를 유심히 지켜보다 내려왔다. 

 

계양산성에서 내려다본 계양 일대, 2021ⓒ유광식
계양산성에서 내려다본 계양 일대, 2021ⓒ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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