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히 제자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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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원히 제자로 살고 싶다
  • 허회숙
  • 승인 2021.05.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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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허회숙 / 전 인일여고 교장, 인천교육연수원장

 

오늘 오전 나는 감동스러운 스승의 날 행사를 경험했다. 인하대 교육심리 박사팀에서 줌으로 준비한 ‘제 40회 스승의 날’ 행사였다.

박영신 교수님의 제자 30여명이 모여 1시간 동안 진행된 스승의 날 행사는 그동안 줌 회의나 강의를 싫어하고 어려워하던 나에게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가시게 하고, 대면모임보다 더욱 애틋하고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행사가 진행되고 50대이신 김세용 장로님이 ‘마이웨이’를 부를 즈음에는 그동안 메말랐던 나의 감성의 샘이 분출되어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김세용 장로님은 엄밀히 말하면 박영신 교수님의 박사 제자도 아니다. 석사과정만 마치신 후 박사과정은 하지 않으셨으면서도 박영신 교수님을 존경하여 늘 우리 팀에 참여하시는 분이다. 그 분은 내가 인하대에서 강의할 때 한 학기 동안 강의도 들으셨고, 석사 논문 심사도 한 분이기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과 젊은 날들이 남들보다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김세용 장로님은 맑고 깨끗한 심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신 분이다. 그런 본바탕을 신앙의 힘으로 더욱 깊고 넓게 확장시키고 지혜롭게 다듬어 가셨다. 타고 나신 문학적인 재능도 탁월하셔서 유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력으로 읽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신다.

김세용 장로님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먼저 잃고 아버지가 어려운 살림을 꾸려 가시는 동안 추운 겨울 날 새벽 아버지가 끄는 리어카를 뒤에서 밀면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초등학생이었던 자신에게 왜 그 추운 새벽에 아버지께서는 리어카를 밀게 하시는지 알 수 없어 아버지를 많이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몸이 안 좋으셨던 아버지께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세상을 혼자 밀고 나가야 할 자신에게 그 준비를 시키신 거로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당장 먹을 쌀이 없어서 아버지의 몇 권 안 되는 책을 들고 나가 쌀과 바꾸어 와서 동생과 함께 눈물 젖은 밥을 먹으며 기술을 배우고 막 노동을 하며 어려운 세월을 헤쳐 오셨다고 한다.

드디어 생활이 안정되어 갈 즈음 방통대학 영문과에 진학하여 1등으로 총장상을 받으며 졸업 하면서 영어로 졸업생 대표자 연설을 하셨다. 신앙을 실생활에서 실천으로 행하시는 장로님이 되시고 한 회사를 운영하는 회장이 되셨다. 지금은 공장도 송도 신도시로 옮기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수출을 하시는 단단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분이 박영신 교수님을 존경하며 따르시어 박사 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에 참여하여 세미나에도, 스승의 날 기념식에도, 개강식이나 종강식 모임에도 함께 하신다. 긴 세월 동안 우리 팀을 몇 번이나 회사로 초대하여 그 곳에서 행사를 하고, 뷔페와 선물을 기증해 주시는 등 보통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훌륭한 모범을 보여 주셔서 많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다. 특히 김세용 장로님이 가끔 들려주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를 들으면 그 분의 인생 역정이 그 노래 속에 묻어 나와 나도 모르게 감동으로 목이 메이곤 했다.

오늘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회원들이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 김세용 회장님 모습이 보여 반갑게 인사를 했다. 김세용 회장님을 누구보다도 아끼시고 자랑스러워하시는 박영신 교수님께 김세용 회장님이 ‘마이웨이’를 불러 드리면 가장 큰 선물이 될 거라고 말씀드리자 준비는 미리 못 했어도 한번 불러드리겠다고 하신다. 미리 핸드폰에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 놓았던 것을 틀어 주시는 모습에서 ‘모든 것을 준비’하시고 사시는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 그 노래는 우리 팀 모두에게 감동을 선물해 주었다.

나도 제자로부터 스승의 날이라고 홍삼정 선물도 받고, 굴비 선물세트도 받고, 핸드폰으로 아이스크림 쿠폰도 받았으나, 내가 제자가 되어 마음을 모아 해드린 스승의 날 행사만큼 마음 뿌듯하고 감동스러운 것은 없다. 내 나이 망팔이 가까워 오지만 나는 영원히 스승에게 의지하고 사랑받는 제자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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