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발전소 인천광역시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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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발전소 인천광역시립박물관
  • 박상희
  • 승인 2021.05.17 06: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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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17) 우현마당 계단에 앉아
박상희_고유섭 동상_15x19cm_종이 위 수채_2021
박상희_고유섭 동상_15x19cm_종이 위 수채_2021

인천광역시는 국내 광역시를 포함하여 수도권 내에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는 대도시이다. 최근 시립미술관 설립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요구와 의지들이 모여 곧 인천에도 큰 규모의 미술관이 생길 계획이라고 하니 인천시를 대표하는 최초의 미술관이 사뭇 기대된다. 오랜 시립미술관의 부재와는 상반되게 1946년 개관한 인천시립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으로 인천시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시민들에게는 더 없는 휴식과 교육의 장으로 자리 잡아 왔다. 옥련동 방향의 청량산 등산로 중턱에 자리 잡은 인천시립 박물관은 송도의 터줏대감으로 소나무 숲과 초여름 풀 내음으로 둘러싸여 경사진 언덕길임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길이 꽤 상쾌하다.

인천시립박물관 앞마당은 인천과 수원을 연결하는 수인선 협궤 열차의 한 량이 앞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복원된 채로 전시되어 있었다.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 선생님을 기리는 우현 마당은 고유섭 선생님의 동상과 시비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마련된 앞뜰이다. 고유섭 선생님은 인천 용동 출신으로 1930년 개성부립박물관 관장으로 부임하시며 한국의 미술사뿐만 아니라 예술론과 미술비평을 다루신 미학자다. 또한 인천시립박물관의 초대 관장님이신 이경성(1919~2009) 선생님을 고고학과 미술사로 이끌어 주신 분이시다. 1992년 새얼문화재단에서 우현 고유섭 선생의 정신을 기리며 만든 동상은 여전히 자혜로운 모습으로 인천시립박물관을 향하고 있다.

 

박상희_인천광역시박물관_18x26cm_종이 위 수채, 펜_2021
박상희_인천광역시박물관_18x26cm_종이 위 수채, 펜_2021

 

박물관 마당에는 제물포해전에 사용된 러시아 함 포탄과 학익 고인돌 등이 전시되었고 무인석 문인석 등을 끼고 샛길로 돌아 박물관 뒤로 가니 사람 키만 한 큰 쇠 종 세 개가 눈에 띄었다. 왼쪽부터 원대철제범종, 명대철제도종, 송대철제범종이 사이좋게 서 있었다. 종의 외관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보이는데 어떻게 이곳까지 중국 여러 시대의 종들이 와 있는지 궁금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일본이 태평양 전쟁 시기에 무기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중국에서 부평의 조병창으로 들여온 것으로 1946년 인천시립박물관으로 옮겨왔으며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 77, 4호로 나란히 지정되었다고 한다. 일본이 패전에 가까워지면서 보여준 참상들을 이 어엿한 종들에게서 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종 상단에 새겨진 국태민안(國泰民安)’ 등의 글씨가 무색하게 인간을 살상하는 무기로 바뀔 종의 운명을 그 옛날 사원의 도사님들은 알았을까. 갑자기 숙연해졌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1층에 마련된 전시 <파주임풍, 간판의 비밀>(2021. 4. 27 ~ 7.4)이 발길을 끌었다. 박물관에 기증된 간판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편의 추리소설처럼 간판의 비밀을 관람객들이 알아가는 방식으로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찰나의 인천>  (2021. 4. 13 ~ 6.20)은 기자 박근원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대부분 1960~80년대 인천을 소재로 그 당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아내고 있다. 전시는 상설전시와 이처럼 매번 특별기획전을 열어 시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올봄 종료되었던 <뒷간, 화장실이 되다>2020<보조끼 데죠 1908: 헝가리 의사가 본 제물포> 사진전 등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을 인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끔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전시들이었다.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52년 인천생 곰표> 전시회도 요즘 핫한 곰표와의 콜레보레이션 전시이다. 인천의 대한제분 역사와 곰표 캐릭터의 탄생 이야기가 박물관에서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전시장을 나와 박물관 바로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포장마차에서는 옛날 토스트를 팔고 있었다. 유명 미술관에는 늘 맛집 레스토랑이 겸비되어 있기 마련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을 나서며 마시는 시원한 냉커피와 달달한 마가린 향 짙은 토스트는 박물관 투어의 참된 마무리임에 틀림없었다.

 

2021.05.16. 글 그림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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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1-05-23 20:41:35
마가린으로 구은 토스트에 양배추썬거, 계란후라이, 케찹..........
남동공단 입구 사거리 길가 트럭에서 우유랑 같이 팔았는데 그거면 한끼 식사가 됐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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