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쉼표는 있어도 마침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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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쉼표는 있어도 마침표는 없다"
  • 최향숙 객원기자
  • 승인 2021.05.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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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 용마루학교 만학도 7명의 '행복한 졸업식'
46년 이어온 용마루 야학... 인하대생 15명 교사로 봉사

 

늦깎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야학 `용마루학교`가 5월 21일 제25회 졸업식을 가졌다. 1974년 인하대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출발한 용마루학교는 올해로 46년째 이어오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배움의 장이다. 비록 비정규 교육기관이지만 학생들에게 정규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주안북초교 근처에서 주안동 시민공원 근처 남인천방송 맞은편으로 이사한 용마루학교는 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취득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교사 15명은 모두 동아리에서 철저한 트레이닝을 거쳐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이번 25회 졸업생은 총 7명. 대부분 중, 고교 과정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들은 졸업식 이후 다시 이곳에서 고교과정을 시작하거나 대학 진학을 목표로 흩어지게 된다.

졸업생 대표로 축사를 발표한 조임호 씨는 “놓쳤던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젊은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우리들 눈높이에서 가르쳐주셨다. 검정고시에 합격했는데 대학가서 스포츠 분야 전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동기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며 "나이를 불문하고 인생을 함께 걸어갈 친구를 얻은 것과 미래를 꿈 꿀수 있게 해준 용마루학교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성재 교장(인하대학교 4학년)은 축사에서 “함께했던 모든 시간들이 소중했다. 졸업은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선반(중학과정) 학생들은 진반(고교과정)으로, 진반 학생들은 사회로, 교사들은 더 나은 가치관을 위해 쉼없이 걸어가는 새로운 도약이 되기를 바란다.”며 졸업의 기쁨을 충분히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 교장은 또 "이곳을 정규 학교라고 생각하고 친구를 본다는 설레임, 학교에 온다는 행복, 학생이라는 자부심으로 세상에 나가서도 용마루 학생임을 잊지 않아달라"고 당부했다.

배성재 용마루학교 교장
배성재 용마루학교 교장

용마루학교는 일년과정으로 학사일정이 진행된다. 학생들은 중학교 과정, 고등학교 과정으로 나뉘어 검정고시를 대비하게 된다. 이날 졸업식에는 학생과 가족, 교사, 한필운 변호사, 인하대학교 학보사 기자 등이 참석해 졸업생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매월 1회 진행되는 무료법률 특강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필운 변호사가 직접 강단에 서고 있다. 배우자와 함께 졸업식에 참석한 한 변호사는 “6년전부터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스물두살 부터 야학을 시작했으니 어언 20여년을 야학 학생들과 함께 했다. 이곳에서는 한달에 한 번, 생활법률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다.”며 야학은 일방적으로 지식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상생하는 공간이며 자신도 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용마루 야학이 최근 좀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왔지만 그 동안 장소도 열악하고 후원이나 지원도 없어서 학생 교사들의 신념이 없으면 학교를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나 지자체 등에서는 평생교육 분야로 모든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기에 이렇게 열악한 야학 쪽으로 지원할 재원은 없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여 년 전 야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경제발전에 따라 이런 야학시설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야학은 존재하고 학생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에 학교밖 청소년이든 만학의 주민이든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런 곳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필운 변호사

이날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인 상장 수여는 이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꾸며졌다. 일곱명의 학생들 모두가 상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등상을 시작으로 미소상, 열정상, 패션상, 웃음상, 불꽃상, 나눔상 등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내용들로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도 즐겁고 유쾌한 웃음을 안겨줬다.

불꽃상을 수상한 방명자 씨는 “중학교 검정고시에 2과목이 탈락됐다. 영어 기초가 없어서 힘들었는데 오는 8월 다시 도전해서 통과되면 이곳에서 고교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부동산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데 대학에 가서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졸업식은 개회사를 시작으로 학사보고, 졸업장 수여, 상장 수여, 영상감상, 교장회고사, 학생회장 회고사, 하고싶은 이야기, 교가 제창에 이어 기념 사진촬영을 끝으로 코로나 방역을 위해 별다른 축하 자리 없이 마무리 됐다.

용마루학교는 일반교육과정과 달리 매년 4월 검정고시에 맞춰 학사일정을 진행, 학기는 6월부터 시작한다. 대상은 인천시 거주 성인이면 누구나 이곳에서 중학, 고교과정을 공부할 수 있다. 교육기간은 1년으로 전화상담이나 방문을 통해 4월부터 10월까지 언제든 입학이 가능하다. 교육비와 교재비는 전액 무료. 수업은 월~금요일 저녁 6시 50분부터 9시 40분까지 40분씩 4교시로 진행된다.

용마루학교는 코로나 시국이라해도 두 반으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되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업 차질은 없다. 교육청, 세스코, 구청 등에서 소독과 방역을 수시로 해주고 있고 학생들과 교사들도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어 안전하다. 향후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확산이 수그러들면 수업뿐만 아니라 CA활동, 학생 자치활동, 여름캠프, 개교기념일 행사, 졸업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용마루학교 032-884-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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