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작가가 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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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작가가 된 아이들
  • 이정숙
  • 승인 2021.07.0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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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속 동그라미들]
(7) 배추흰나비 날다② - 이정숙 / 인천구산초교 교사, 인천교육연구소,

아이들은 교실에 오자마자 비치된 배추 흰나비 샤육장에 매달린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를 찾아보려고 나뭇잎 사이사이를 샅샅이 훑은 다음 한 마리 두 마리 세어 본다. 누가 많이 발견하는지 내기라도 할 것 같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드디어 배추흰나비가 되는 과정을 지켜 보며 아이들은 한 동안 배추흰나비에 빠져있었다.

나비가 되어 몇몇이 날아간 뒤에도 뒤늦게 남아 있는 애벌레들과 번데기들을 세며 애지중지 바라봤다. 며칠 후 배추흰나비로 탈바꿈한 몇 마리가 다시 사육장 망사 안을 날아다닌다. 아이들은 등교하지 않은 날이었다. 김샘은 등교한 날에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날려주려고 사육장 안에 날아다니는 나비를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다음날 등교해보니 나비가 죽어있는 게 아닌가.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날아다니는데 한 마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한 마리는 날개가 찢겨 있었다.

 

윤영: 나비가 죽었나 봐요. 꼼짝도 안 해요.

희재: 그런가 봐 건드려봐.

은결: 어떡해?

용희: 움직이지 않아.

윤영: 아, 불쌍해

창민: 쟤네끼리 싸운 거 아냐?

 

 

아이들은 미동도 않는 나비를 바라보며 제각기 추측을 해보곤 애도를 표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샘도 궁금하면서도 짐짓 모른 척 ‘이제 날려보낼까“ 하며 남은 나비들을 아이들과 함께 날려 보냈다.

 

윤진: 나비야 잘 가.

가은: 얘는 왜 안 날라?

용희: 날개가 찢어져서 그런가 봐

윤영: 아냐 걔는 아까 날아갔어.

창민: 아냐, 얘가 날개가 찢어진 애야. 봐, 저기 찢어졌잖아.

아이들: 어? 어? 난다. 난다.(왁자지껄)

 

다행히 날개가 찢긴 나비도 잠시 머뭇거리더니 훨훨 날아갔다. 내심 날개가 찢겨 못 날면 어쩌나 하는 마음은 김샘도 아이들도 모두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비가 힘차게 날자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를 보내며 멀리 안 보일 때까지 응원을 보냈다. 날개가 찢긴 나비마저 힘차게 날려보낸 후 미동도 없는 나비를 보자 아이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진서: 그런데 죽은 나비는 어떻게 하지?

연우: 선생님 어떻게 해요?

김샘: 글쎄, 어떻게 할까?

신재: 묻어줘요.

용희: 야, 어디다가 묻냐?

주연: 여기 교실에다 묻어?

유리: 여기다? 어디다가 묻어? 선생님, 그냥 쓰레기 통에 버려요. 교실 지저분해요.

신재: 야,야, 땅에 묻어야지.

주연: 땅이 어딨는데?

윤잔: 밭에 묻으면 되는데.

신재: 우리 할머니 집에 있는데...... 땅이...... . 선생님 어디다 묻어요?

 

아이들은 나름 아이디어를 내며 이리저리 궁리를 해 본다..

 

김샘: 그래 묻어줘야겠네. 윤우야 과학실가서 모종삽 두 개만 빌려와. 자, 이제 마지막 나비도 다 날아갔으니까 화분도 철수하자.

 

김샘은 아이들을 학교 꽃밭에서 조금 한적한 곳으로 모이게 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니면서도 이내 꽃밭 구석에 땅을 파고 작은 구덩이를 내자 쪼르르 달려왔다.

 

김샘: 자, 이제 죽은 나비를 묻어주자. 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제 나비가 되었었는데 오늘 아침에 우리들을 기다리지 못하고 죽었네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교실 안이 너무 답답했었는지도 ....

윤진: 히잉, 하루만 참으면 될텐데...

신재: 슬퍼요.

용희: 싸웠나 봐.

윤영: 교실에서 숨이 막혀서 죽었나 봐요.

창민: 교실에 왜 숨이 막혀?

은결: 닫아놓으면 숨이 막히지.

가은: 아냐 먹을 게 없어서 그래. 이젠 먹이가 없잖아. 꽃도 없고.

연우: 꽃을 넣어줄 껄 그랬나?

유리: 나비가 꽃을 먹어?

아이들: .......

 

김샘은 나비를 구덩이에 넣고 흙으로 덮어주고는 아이들에게 나뭇가지를 주워와 표시를 해 주자고 했다. 아이들마다 손에 작은 나뭇가지를 주워 무덤 주위를 뺑 돌아 꽂았다.

 

 

김샘: 흠, 뭐가 더 필요한데...

윤진: 아, 꽃도 꽂아요.

김샘: 아 그렇구나 꽃도 .그런데 꺾지는 말아요..

 

김샘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냅다 뛰어가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이들은 이내 주변을 뛰어다니더니 나름 나뭇가지도 줍고 꽃도 주워 나비 무덤을 만들어 나비를 애도했다. 이때, 갑자기 주변에 배추흰나비가 날아다녔다.

 

신재: 와아, 저 나비 봐.

용희: 우리 반에서 본 애들이다

유리: 그래 나비야. 우리가 날려 보낸 나비같애.

윤진: 맞아 저 나비야. 우리가 날려 보낸 나비.(확신함)

아이들: 나비야 안녕.

아이들: 반갑다. 나비야.

윤잔: 우리를 잊지 못해 다시 날아 온 거야. 저 봐. 저 까만 무늬가 있잖아.

주연; 어? 정말 그렇네.

아이들: 어디 어디?

아이들: 와, 그런가 봐. 진짠데? 쟤 우리가 날려 보낸 나비야.

윤진: 맞아, 친구가 죽어서 찾아왔나 봐.

 

아이들은 이제 세상 모든 나비들이 자기가 날려 보낸 나비라고 우길 태세다. 며칠 전 날려보낸 나비가 죽은 친구나비를 찾아 왔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예쁜 동화를 써 나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점점 시인이 되고 동화작가가 되어 이야기들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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