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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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삶
  • 안태엽
  • 승인 2021.07.0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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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 반

 

나는 금융위기 때 주방기구 도매업을 하던 중 어려움으로 사업을 접게 되었다. 다시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일 년이 지나 통신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본사로 문의 한 결과 지사 보증금과 통신장비 값이 있어야 했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지인이 “요즘 어렵다고 들었는데 전화라도 주시지 그랬어요.” 몰랐다며 지사 보증금 정도를 주고 갔다. 며칠 후 본사를 방문해 지사 계약을 하고 통신장비들을 구입을 해야 하는데 지불할 돈이 없어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며칠을 고민하다 절박한 마음으로 본사를 찾아가 영업 이사를 만나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사님! 어느 어머니가 오 형제를 키우는데 모두 잘 살고 건강한데 넷째 아들만 건강이 안 좋고 너무 약해서 어머니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항상 넷째 아들에게 갖다주고 걱정하며 안쓰럽게 생각하십니다. “전국에 지사 50개 지사 중 제가 넷째 아들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돈도 없고 컴퓨터도 잘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옆을 보지 않고, 돈 몇 푼 더 준다고 철새처럼 다른 곳으로 왔다 갔다 하거나 본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저의 마음을 믿어 주시고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절박하고 진실한 마음을 이사님께 보여주었다. 영업이사는 이야기를 다 듣고 무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내일 전화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다음날,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한 번 해 보세요. 다른 사람은 못 믿겠지만 선생님은 믿어 보겠습니다.”라며 통신장비 값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후, 먼저 장비를 보내주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영업할 곳까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내 입장이 아닌 본사 입장에서 생각하며 일을 했다. 영업을 하면서도 구매자가 원가 이하의 금액을 제시하면 나는 그 고객을 놓치지 않고 내가 몸담고 있는 지사는 못 할지라도 본사로 연결해 유익을 주며 일을 했다.

일 년 후 송년회 밤에 전국 50개 지사 중 실적 기준으로 1등에서 3등까지 상금이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기대는 안 했지만 전국 영업점 중 인천지사가 1등을 하게 되어 큰 상금까지 받아 본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 50개 지사 연락망 구축과 동시에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A/S 문제는 그 지역 지사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사장님들과 몇 차례 회의 끝에 결정을 하게 되었다. 수억 원을 들여서 해야 할 일을 지사들의 협력으로 돈 드리지 않고 본사는 해결하게 되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배려가 가장 빠르며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때는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흘휴시복(吃虧是福)은 사자성어로 ‘손해 보는 것이 곧 이익을 본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이 말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논리에 맞지 않는다. 버리고 비운다는 것은 손실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비웠을 때만이 채울 수 있고 축복으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서적들은 이기는 법에 대한 방법이나 가르침이 나와있다. 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삶에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어”라는 말을 나는 이해하지 못해 머리에서 가슴까지 35센티를 50년이 걸려 오게 되었다.

지는 법을 배우며 살다 보니 생각지 못 한 것들이 보이며 사랑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구한 사람이다. 그는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비우고 져 줄 때 ‘사람’을 얻는 큰 이득을 본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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