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직매립 금지시대의 소비와 환경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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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직매립 금지시대의 소비와 환경윤리
  • 지영일
  • 승인 2021.07.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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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오는 2026년부터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쓰레기를 인천의 땅에 절대 묻지 않을 거란다. 특히나 서울시·경기도의 쓰레기반입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환경부는 수도권에서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쓰레기를 선별이나 소각하지 않고 직매립하는 행위를 2026년부터 전면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확정, 공포했다. 이제 배출 쓰레기의 양 자체를 줄이는 것, 폐기물 전처리에 의한 자원화와 소각량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 일환으로 배출자로서의 우리는 일상에서 쓰레기 덜 만들고 덜 버리기, 철저한 분리배출을 우선 실천토록 강력히 요구받을 터다. 더 나아가서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그러니까 환경친화적인 성분과 재질로 만든 제품이라든가, 재활용(재이용)이 좀 더 쉬운 제품, 사용 후나 폐기 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것, 아예 재활용 개념을 적용한 제품들을 사서 쓰도록 적극 권고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거기에 보완되어야 할 정부 정책과 더욱 엄격해진 친환경 가치기준을 부여해야할 ‘제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 상품 자체의 친환경성은 물론 제조사의 환경철학을 강조하는 마케팅 차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재질이다. 정부도 이와 관련한 제품들을 공식적으로 ‘녹색제품’으로 평가, 인증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란 흙이나 물 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폴리락타이드(PLA)가 대표적이다. 분해되는 성질 때문에 생분해 플라스틱을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체 포장재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분해 인증은 50℃의 온도에서 6개월 동안 두었을 때 90% 이상이 생분해 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로 결정된다. 이 조건을 맞추지 않고서는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우리의 폐기물 배출과 처리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보통은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일반쓰레기와 동일하게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게 된다. 그리고는 대부분 소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생분해 플라스틱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로 버리면 어떨까? 일부 재활용 물질로 분리배출이 될 경우 다른 재질의 폐기물과 혼합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전체적인 물성을 저하시켜 불량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일반적인 폐기물처리 계통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별도로 처리할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결국 이래저래 생분해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문제의 온전히 해결해 주지 않는다. 다만, 제조 과정에서의 자원 절감, 탄소배출 감소와 소각을 통해 유해물질이 상대적으로 소량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로, ‘친환경 종이컵’도 들여다보자. 무형광, 무방부, 무화학, 무표백 등등의 근거로 환경부에서 인증한 친환경 종이컵이 시중에서 널리 판매되고 있다. 기존 일회용 일반 종이컵이 유발하는 환경적 문제와 자원낭비의 심각성과 달리 친환경이니 확연한 차이를 갖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분명히 어느 면에서는 우수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종이컵은 플라스틱과 달리 재활용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재활용도 잘 되지 않고 컵 안을 감싼 플라스틱 필름은 썩지 않고 남는다. 그리고 여전히 삼림 벌채의 원인이 됨을 부정할 수 없다. 한순간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에 정부가 ‘친환경인증표지’를 주어 녹색제품으로 공인하는 제도가 적절한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또 다른 사례로 전기차의 이면을 들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는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유독한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기차가 '친환경차'로 분류되어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고 만들어지며 팔린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도 별수 없이 일반 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의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를 내뿜는다고 한다.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 등에 따른 영향으로 이를 학계에서는 '비(非)배기성 오염물질'로 부른다. 학계의 설명은 이러하다. 차량이 무거울수록 타이어에 실리는 하중이 크고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량도 많아진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약 24% 더 무겁다. 그러니 주행 과정에서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먼지를 더 많이 발생시키는 것이다. 한 면만 보고 생태적이다, 친환경이다 할 수 없음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방조하는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고 비판한다. 진정한 환경우선주의라면 폐기 과정에서 친환경적 처리체계와 시설을 별도로 갖추려는 노력, 제품의 온전한 환경적 가치를 평가하거나 자원화와 물질순환 개념을 실현한 제품에 공식 인증을 부여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 LCA)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제품 제조공정 및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즉 제품의 원료채취, 제조, 사용 및 폐기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소모되고 배출되는 물질과 에너지의 양을 정량화하여,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환경개선을 모색하는 절차다. 하지만 계속 수정, 보완이 필요한 체계이다. 기준의 강화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의 친환경성 여부를 시대적 조류와 여건 변화에 따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분명 정부와 관계기관의 과제이다.

한편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로서의 우리의 선택이 더욱 현명해지고 단호해 져야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칙적으로 절제와 소박한 소비다. 어느 경우에는 물건이나 상품을 사지 않고, 쓰지 않는 결단까지도 필요하다. 극단적일 수 있으나 지금의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분명한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환경윤리라 부른다. 나를 포함해 모두와 정부 그리고 정부가 운용하는 제도, 정책이 환경윤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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