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부쩍부쩍, 부개동에서
상태바
어느새 부쩍부쩍, 부개동에서
  • 유광식
  • 승인 2021.07.19 0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유람일기]
(59) 부개2, 3동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부개역 2번 출구 앞, 2020ⓒ유광식
부개역 2번 출구 앞, 2020ⓒ유광식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로, 한동안 등한시했던 방안 구석진 모서리의 에어컨에 감사를 표하며 살고 있다. 무언가에 의지하며 산다는 것에는 안도와 불안이 함께 깃드는 것 같다. 조금의 기대는 조금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적당히 조절한다면 효과적인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코로나 시국은 다시 방문을 걸어 잠그게 했다. 수도권 방역 4단계로 더없이 적정한 거리두기를 요하고 있다. 델타 바이러스가 극성인데, 과거 수학의 정석에서나 보았던 그리스 알파벳 문자가 다시 거론되는 걸 보면서 괜스레 안타깝다. 알파, 베타, 감마, 람다 등도 좋은 인상으로 남기엔 시간문제일 것 같다.  

 

부개주공7단지 놀이터 내 나무, 2021ⓒ유광식
부개주공7단지 놀이터 내 나무, 2021ⓒ유광식

 

인천의 지도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면 커다란 불곰 한 마리가 으르렁 서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곰의 중간 부분, 옆구리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부개동을 찾아가 보았다. 부천과 맞닿아 있고, 부개역과 북쪽의 삼산체육관역과의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부평구의 동쪽으로서 경인선의 첫 인천 관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부개역보다는 부평역을 인천의 첫 관문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아무래도 부개역은 완행 구간으로, 직통이나 특급열차가 서지 않고 지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공아파트가 많은 구역이다. 상업지구가 많은 부평역 일대에 비하면 집 밖 산등성이의 밭 같은 구역으로 비칠 수 있다. 

 

부개동은 남북 방향으로 한 블록씩 ‘부’자로 시작하는 학교가 있다. 초중고 시설이 많은 걸 보면 단번에 젊고 성장하는 구역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아파트처럼은 보이지 않아도 구조와 색, 배치 등으로 오래됨을 발견한다. 확실한 증빙은 나무들일 것이다. 주인은 아니지만, 일정 정도 익숙해지고 당당해진 나무들의 격식 없는 뻗음과 밀어내는 녹푸름, 우거짐 등이 뜨거운 온도감에 다소 묻히긴 하지만 따뜻했다. 다소 싱거워 보이는 놀이터는 아빠와 아이의 시소 놀이와 미끄럼 타기 등 사회화의 장이었고, 답답해 나오신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휴식의 시장터였다. 

 

단정한 부평여중 후문(부개주공7단지와 맞닿아 있다), 2021ⓒ유광식
단정한 부평여중 후문(부개주공7단지와 맞닿아 있다), 2021ⓒ유광식
부개주공7단지 놀이터(아빠와 아들의 시소 놀이가 정겹다), 2021ⓒ유광식
부개주공7단지 놀이터(아빠와 아들의 시소 놀이가 정겹다), 2021ⓒ유광식
부개주공2단지 신궁동놀이공원(비둘기 합창대회가 열렸다), 2021ⓒ유광식
부개주공2단지 신궁동놀이공원(비둘기 합창대회가 열렸다), 2021ⓒ유광식

 

누구나 그러하듯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무언가가 나의 기억과 경험에 링크되는 지점이 있다. 퍼뜩! 하고 생각나는 것 말이다. 부개여고에서 북으로 오르다 꺾어지는 십자 횡단보도 구역에서 부평기적의도서관을 보게 된다. 어린이도서관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난 2000년대 MBC 프로그램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코너와의 이력을 알고 있다. 아마도 이후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많이 생긴 것으로 안다. 이름처럼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부개동 대각선 횡단보도 옆 부평기적의도서관(새울놀이공원), 2021ⓒ김주혜
부개동 대각선 횡단보도 옆 부평기적의도서관(새울놀이공원), 2021ⓒ김주혜

 

부개주공2단지 옆 부개종합시장에 들렀다. 요즘의 시장 아케이드가 높이 있는 것과는 달리, 작은 규모였지만 말끔하고 아담하니 읍내시장에 온 느낌이 강했다. 구불구불 고불고불한 주변 단지 길을 걸으며 시장과 2단지 정문에 이르는 조금의 경사진 도로가 낯이 익었다. 모습이 그랬다기보다 느낌이 그랬단 것으로, 예전에 자주 와보았던 몸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 기억은 맞아떨어졌고 자주 오르던 부개뉴서울 1동 최고층을 멀리서 한동안 쳐다보게 되었다.

 

부개종합시장 입구, 2021ⓒ유광식
부개종합시장 입구, 2021ⓒ유광식
부개종합시장 통로, 2021ⓒ김주혜
부개종합시장 통로, 2021ⓒ김주혜
부개주공2단지와 3단지 사이 도로, 2021ⓒ김주혜
부개주공2단지와 3단지 사이 도로, 2021ⓒ김주혜
부개주공1단지 후문 가에서 바라본 부개뉴서울아파트, 2021ⓒ유광식
부개주공1단지 후문 가에서 바라본 부개뉴서울아파트, 2021ⓒ유광식

 

인천에서도 옆구리 안쪽에 숨어 있는 부개동 지역은 아이들의 보금자리로 일컬어지는 기름진 땅으로 보인다. 조금씩 현대식 아파트로 바뀌어 가고도 있다. 주공아파트의 분위기가 기존의 단독주택의 분위기만큼은 아니어도 이제부터는 중요하게 보인다. 이유라고 한다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아닐까. 부개주공7단지를 끼고 있는 부평여중과 부평동중 아이들에겐 7단지의 기억이 그래서 소중하다. 2000년대 초, 공사 관계로 한때 부평여중생들이 부평동중 운동장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공부했다는 옛 기억을 전해 준 이가 있다. 사춘기 시절 묘한 감정이 흐르고 넘쳤을 남녀 학생들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기다란 웃음이 지나간다. 

 

부평동중 뒤 대촌공원(설마 아르헨티나 메시가?), 2021ⓒ유광식
부평동중 뒤 대촌공원(설마 아르헨티나 메시가?), 2021ⓒ유광식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못생긴 에어컨이지만 시원한 바람을 시끄럽게 전해준다. 불쾌지수와 불편지수, 불행지수가 조금은 상승하는 여름이다. 인내하며 지켜가는 것만이 있을 것 같다. 보이진 않지만, 가을이 괜찮다며 조금만 참으라 하는 것도 같다. 봉쇄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 대선 행보의 난상으로 어수선하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며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일상을 그려나가야 하겠다. 그것이 묵묵히 청춘을 살찌우고 노년을 맛내는 부개동의 가르침이라면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부개3동 오성아파트 앞 사거리(오늘도 달린다), 2021ⓒ유광식
부개3동 오성아파트 앞 사거리(오늘도 달린다), 2021ⓒ유광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