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생활공동체 마을에서 만들다
상태바
발달장애인의 생활공동체 마을에서 만들다
  • 강영희
  • 승인 2021.07.20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 독지가가 내준 길가의 작은 독채, 자립의 희망터 돼
[우리동네 생활문화공간] (2)화수동 '안녕마을놀이터'
도시의 일상에서 쉼과 활력이 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생활 속 문화예술공간을 찾아갑니다. 작은 공간의 의미를 나누고 그 공간을 지켜나가기 위해 애쓰는 공간지기와 그 공간이 마을에서 잘 활용되어 서로 상생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하고자 합니다. 공간 계약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태도와 용기를 지지하며 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배다리 사진관 '다행' 강영희 작가가 집필합니다. 자주 가는 공간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연락바랍니다. (필자 010-7389-0857)

 

안녕! 마을놀이터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이인 성인발달장애인 놀이터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안녕마을놀이터>는 그 시작인거죠.’  아이들이 놀이터나 놀이공원을 좋아했다. 나이를 먹고 몸도 크면서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아직 놀이공원이 좋은 어린아이다. 어른이 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원은 현실적으로 많은 돈이 든다. 그런 꿈이 마을공동체를 생각하게 된 계기다.

<안녕마을놀이터>는 "안녕~, 놀이터에서 함께 놀아요"라며 마을사람들과 오가는 인사이자 모두가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

711일로 예정되었다가 다시 18일로 연기된 <안녕마을놀이터>의 개관식은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인터뷰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화수동 <안녕마을놀이터>를 찾았다. 종종 다녔던 동네였고, 익숙한 옛 건물도 보였다. 그 건물들 사이로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고, 그 옆으로 무지개색 대문이 3층 보습학원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화수동 61번길, <안녕마을놀이터> 전경. 무지개 대문과 대추나무가 있다.

 

지역의 교육과 발달장애인 자립에 관심을 가진 지역의 독지가가 길가의 작은 독채 하나를 제공하고, 이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달 가량의 리모델링을 거쳐 마련된 공간이다.

작은 마당이 있고, 마당은 작은 아케이드가 지붕대신 덮여있어 안락한 느낌을 주고 있다. 내부는 거실과 큰 방을 터서 마련된 활동공간, 작은 주방과 화장실, 쉴 수 있는 작은 방과 다락방, 상담실로 쓰는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마당은 부엌 창문과 이어져 카페처럼 쓸 예정이라고 한다.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역시 아케이드가 씌워져있다.
20여명 수용 가능한 공간은 거실과 안방을 터서 만들었다. 대여도 가능하다.
부엌 공간 옆으로 화장실과 보일러실을 겸한 창고공간도 있다.

 

26년째 발달장애인 쌍둥이 아들을 키우던 김태완 대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이 독립된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온전한 자립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김태완 대표는 아이들의 독립을 위해 공간을 알아보다가 동구 만석동에 살고 있는 지인이 마을 분위기나 환경조건이 장애인 친구들이 살기에 좋다는 의견을 듣게 되고, 마침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직업훈련도 하는 복지관이 개관되었다는 소식에 삶의 터전으로 만석동으로 옮겼다.

 

'안녕마을놀이터' 대표이자 발달장애인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김태완 대표
'안녕마을놀이터' 대표이자 발달장애인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김태완 대표

 

동일방직 인근의 작은 빌라로 이사하고, 복지관을 오가며 아이들이 복지관을 오가는 몇 년은 아이들을 새로운 공간에 적응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큰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 하는 아이와 자신을 위해 지역에 있는 성인기 장애인 심리치료나 심리지원활동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지역 자립생활센타에서 연결해준 마을 심리상담가를 만나 안정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때 도움을 준 하루에 기요꼬씨와 최주혜씨가 지속적인 도움과 지원을 해주었고, 이를 계기로 만난 김화순, 이상돈, 강현주씨가 함께하며 발달장애인들이 마을속에서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를 함께 꿈꾸게 된다.

동구청에서 지원하는 마을만들기 기초반 마을수다에 함께하며 마을공동체 공부를 했고, 올해는 동구에서 지원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마을교육 공개강좌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이든 해보자고 시작해 지난 해 인천교육청이 지원하는 '마을학습공동체'사업에도 선정되어 교육활동도 펼쳤다.
무엇이든 해보자고 시작해 지난 해 인천교육청이 지원하는 '마을학습공동체'사업에도 선정되어 교육활동도 펼쳤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장애인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였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의 부모들은 온전히 삶을 갈아 넣어서 아이들을 키워왔다.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태어났음에도 '장애인인 자녀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장애를 가진 자녀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탓이다.

'대구안심마을 지역공동체김포 파파스윌 협동조합’, ‘강화 큰나무캠프힐 생활공동체는 주민들의 자발적 협력을 바탕으로 마을에서 보육, 교육, 먹거리, 문화 등을 공동체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마을공동체 중 김태완 대표가 모델로 삼는 곳이다. 이 공동체들은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이 어린이집부터 빵집이나 카페 등과 같은 일상의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고, 놀고, 일하며 만난다. 장애인들이 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결과다.

김태완 대표는 이들을 모델로 하여 장애, 비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공동체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소소한 보통의 삶,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함께 쉬고, 이야기 나누고, 위로와 배려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생각한다.
그냥 소소한 보통의 삶,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함께 쉬고, 이야기 나누고, 위로와 배려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생각한다.@사진제공_김태완

 

처음 만석동에 자리잡았을 때 살다보면 자연스레 마을사람들과 어울려 친해질 수 있으려니 했는데 복지관과 집을 오가는 생활은 그런 기획를 마련하지 못했다. 마을의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하려 했지만 장애인과 활동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활동프로그램을 만들고 거기에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이를 위한 모임이나 활동을 가져가기로 했고, 심리상담을 해주는 이들이 아동, 독거노인들을 지원하는 활동과 학교 특수학급 친구들과 경계급 친구들을 만나오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증장애인과 그들이 성인이 되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또 장애인 부모들에 대한 공감의 폭도 넓어서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고민을 나눠왔다.

아이들의 생활공간이 있는 만석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기로 했는데 공간을 찾다보니 만석동 안에서는 장애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오가던 <도르리><모도책방>이 있는 화수동에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공동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지역 독지가가 화수동 집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동구지역 공동체 <안녕마을놀이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안녕마을놀이터>에 참여하는 구성원들 각자의 생각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26살 발달장애인 청년이 물론 복지관 직업훈련, 자기공간에서의 생활도 하게 되었지만 코로나19를 맞닥뜨리면서 완전히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이들이 나와서 사람을 만나고 뭔가 할 수 있는 공간이 간절했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복지관과 집만 오가는 생활에서 또 하나 갈 수 있는 공간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우리 아이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힘든 일 있을 때 울면 달래줄 사람도 있고, 그 공간 어디에서 쉴 수도 있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 작은 공간이 마련됐지만 마을 분들도 학습, 독서, 요리, 목공 등 작은 활동을 하고 싶을 때 이 공간을 활용해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나 올 수 있고 이용할 수 있고 시간이 겹칠 때 서로 배려하고 공유하는 고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필요에 작은 공동체들이 여러 곳에 다양하게 만들어질 테고 이들이 연대해서 서로에게 필요한 활동을 함께 펼쳐나갔으면 좋겠다.

이제 가족주의 시대는 지났다. 내 가족 내 가정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는 시기가 도래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정말로 필요한 시절이 되었고, 물질이 없는 가난의 시대가 아니라 마음의 교류, 인간적인 교류가 단절된 시대다. 이런 사회에서 숨통이 터질 수 있는 공동체가 더욱 간절한 시대다. 우리 공간도 그렇게 숨통을 터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같이 살아가는 힘, 재미, 가치를 알아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상담실 공간 창문으로 바라본 놀이터 공간 내부 모습
부엌창밖으로 보이는 공간은 마을카페로 운영될 예정이다.
개관을 하기도 전에 이미 공간을 대여했다. 개인과 단체, 모임등의 활동공간으로 대여하고 있다.
무지개빛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꾸는 꿈은 이루워지리라. <안녕마을놀이터> 무지개빛 대문이 활짝 열리고,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섬세한 배려와 이해로,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동구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공간 대여가 가능하다. 문의는 010-2700-1701 로 하면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