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노동상담... 먹고 살기 힘든 2021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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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노동상담... 먹고 살기 힘든 2021년 여름
  • 김은복
  • 승인 2021.08.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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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김은복 / 노무사 , 민주노총인천본부노동법률상담소

- 그래도 돈 보다 사람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을 넘는 와중에도 노동상담이 끊이지 않는다. 서로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사람의 문제가 비용으로 취급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사람 취급 받기 참 어렵단 생각이 든다. 이 칼럼을 통해 몇 가지만 소개한다.

40대 중반의 남성 노동자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식물인간으로 여생을 보낼 것 같다. 발병하고 1시간 반이나 지나 발견됐다. 하마터면 사망할 뻔 했다. 5년 근속의 관리자이고 1년 전부터 2공장에서 영업과 관리 총괄 업무를 했다. 업무 자체의 정신적 긴장도 있거니와 업무 특성 상 급작스러운 경영(관리)환경 변화, 부하직원과의 갈등, 사업주와의 갈등, 발병 당일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를 확인하려면 업무 PC에 저장된 파일과 로그인 기록, 업무일지나 수첩 그리고 동료, 지인, 사업주의 진술이 필요하다. 재해자의 아내는 남편의 업무를 잘 모른다. 아내는 갑자기 가장이 됐다. 고액의 병원비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주를 면담했다. 사업주는 산재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아내는 보상을 거론했다가 파렴치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사업주는 그 뒤로 아내의 연락을 받지 않는다. 아무도 그가 쓰러진 날, 쓰러지기 전의 상황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그와 가까웠다고 알려진 어느 동료는 별 일 없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동료에게 물었다. 직원 중 사업주의 친인척이 있고 그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그러자 동료는 그걸 아느냐고 반문할 뿐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공공기관에서 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수천평 부지에 조경과 예초 업무를 하는 시설관리자가 별도로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노동자는 봄~가을철이면 본연의 미화업무를 하면서 조경과 예초 업무를 지원했다. 근로계약서에는 미화직으로 썼지만 업무범위에 기관장이 지시하는 업무라고도 적혀있다. 관리자는 너무나 당연히 조경과 예초 업무까지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노동자는 사람을 더 뽑던가 업무 추가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다. 업무 병행을 중단해 달라는 요구다. 필요하다면 다른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상시적으로 다른 업무를 병행시키는 건 다르다. 아무리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정했더라도 말이다. 업무에 관한 교육, 안전에 관한 교육 그리고 노동강도에 부합하는 노동조건, 급여조건을 거론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업주의 권한 남용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관리자는 사람을 뽑을 수 도 없고 임금을 올려줄 수도 없다고 한다. 예산 타령인 것이다.

도서 지역 전기·소방 설비 설치·보수 공사 현장의 노동자. 여건 상 월정 임금과 별도로 식대, 숙박비를 지급받기로 했다.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임금명세서는 단지 1~2번만 제공됐다. 입사 7개월 만에 해고됐다. 해고 5개월 전부터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적어졌다. 식대, 숙박비를 일방적으로 뺀 것 같다. 해고 2개월 전부터는 아예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없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후 당사자 간 합의로 해고 3개월 만에 복직했다. 해고기간에 대해 합의된 보상금은 지급됐다. 하지만 4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결국 계약 종료로 다시 해고됐다. 복직 후에도 여전히 임금명세서는 없었다. 이 노동자는 제대로 임금을 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사업주는 퇴직금이고 뭐고 다 지급했다고 버틴다.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고 통장 거래내역을 제출했다. 하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은 거래내역을 분석하지 않았다(또는 못했다.). 감독관은 사업주에게 연차수당을 줬는지 물어보고는 이 노동자에게 연차수당만 받으면 더 이상 체불이 없는 것처럼 말한다. 이 노동자가 상담 받고자 찾아왔다. 통장 거래내역을 따져보니 해고 전 3개월, 복직 후 1개월 분 임금체불이 추정됐다. 돈 들어온 날짜와 금액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퇴직금이 지급됐을 리 없다. 이 정도면 사업주를 조사하고 자료를 요구해서 체불기간과 퇴직금 지급 여부가 충분히 확인될 수 있다.

편의점 알바노동자.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을 뒀지만 면접 때 사장은 수습기간에도 임금을 깎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6개월을 일했는데 사장은 계속 시급 8,200원으로 계산한 임금만 지급했다. 최저임금도 위반했고 주휴수당도 안 준 것이다. 노동청에 진정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주휴수당 체불을 인정한다. 그런데 수습기간 3개월은 최저임금의 90%(2021년 최저임금 8,720원, 90%는 7,848원)로 산정하겠다고 말한다. 이런 상담을 한 알바노동자에게 수습기간 3개월까지는 최저임금의 90%가 수습기간 노동자의 최저임금이란 걸 알려줬다. 즉 수습 3개월까지는 8,200원이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수습기간 최저임금 7,848원보다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습기간에는 8,200원이 적법하다. 결국 8,200원으로 산정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감독관은 7,848원으로 산정하겠다고 고집한다.

입사하고 1년이 되기 전까지는 개근한 1개월 당 1일의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한다. 연차휴가는 출근의무(소정근로의무)를 면제 받는 것이기에 출근률, 즉 개근 여부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사업장에선 지난 달 연차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개근이 아니란다. 그러니 이번 달 연차휴가도 없다고 말한다.

회식 자리에서 팀장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했다. CCTV에 녹화됐고 관리자가 사업주에게도 보고했다. 조사가 진행됐다. 그런데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평소 팀장의 스킨십에 장난조로 대응했던 것을 문제 삼는다. 쌍방과실로 몰아간다. 피해자였지만 징계를 받았다.

10여개 병상이 있는 병원 수간호사.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 OFF일 때 출근시켜도 추가 수당을 주지 않는다. 입사 9개월이 되어가자 원장이 지속적으로 사직을 요구한다. 퇴직금을 주기 싫은 것 같다. 1년 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미 다른 수간호가를 채용해 놨다며 더 이상 수간호사가 아니라고 한다. 3교대 업무를 하라고 지시하고 거부하면 사직으로 알겠다고 한다.

두 번의 비극적인 세계전쟁을 거친 다음, 1948년 UN의 세계인권선언에선 전문을 통해 이렇게 밝힌다. “인권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만행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던가를 기억하라.” 참으로 먹고 살기 힘든 요즘, 더 끔찍한 세상이 되지 않도록, 돈 보다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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