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의 원인: 나는 선(善), 너는 악(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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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의 원인: 나는 선(善), 너는 악(惡)
  • 최원영
  • 승인 2021.08.24 0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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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4화

 

이곳저곳에서 다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특히 요즘처럼 선거철이 되면 후보 진영들 사이의 다툼을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다툼의 원인’ 중 하나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 원인을 알고 받아들이면 다툼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인이 보내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버스를 탔던 사람이 목격한 일이라고 합니다.

“나는 출퇴근할 때 버스를 이용한다. 오늘 역시 힘겨운 일을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가끔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버스 기사와 승객이 말싸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50대쯤 보이는 버스 기사와 역시 그 또래쯤으로 보이는 승객 한 명이 무엇 때문인지 욕을 섞어가며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승객이 버스 기사에게 증오에 섞인 말을 했다.

‘넌 평생 버스 기사나 해라. ××야!’

승객들은 ‘아! 버스 기사가 패배했구나’라고 여기고 버스 기사를 주시했다.

순간 버스 기사가 이렇게 되받았다.

‘넌 평생 버스나 타고 다녀라. ××야!’”

이 싸움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논쟁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든 두 분 모두 과연 행복할까요?

삶은 이렇게 요지경입니다.

그런데 이게 삶입니다.

‘옳고 그름’으로 나누다 보면 늘 다툼만 있을 뿐입니다. 늘 편이 갈리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나’는 늘 ‘선’이고, ‘너’는 늘 ‘악’이 됩니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결국 갈라서게 됩니다. 그러므로 나는 ‘선’이면서 동시에 ‘악’이 됩니다.

내가 볼 때 나는 ‘선’이지만 네가 볼 때 나는 ‘악’이 되기 때문입니다.

‘너’도 같습니다. ‘너’는 선이고 ‘나’는 악입니다. 내가 볼 때 너는 ‘악’이고 네가 볼 때 너는 ‘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선’이면서 동시에 ‘악’입니다. 어느 쪽에 섰느냐에 따라 선과 악의 얼굴이 바뀔 뿐입니다.

그러니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선과 악의 대결에서는 선이 이겨야 합니다. 그런데 나도 선이고 너도 선이니 어떻게 정답이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한쪽이 제거되어야 해결이 될 겁니다.

그러나 그게 되겠습니까? 둘 다 옳은데 말입니다. 그러니 늘 다투고 싸우고 고함 질러야 할 겁니다. 불행입니다. 두 사람 모두요.

다툼을 끝내는 방법 중에는 반응하지 않는 것도 있을 겁니다.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반응이 없으면 그 다툼은 그것으로 그칠 겁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둘 일이 있습니다. 강자들은 약자들이 외치는 소리만큼은 경청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약자를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이 서로 다른 입장에 선 두 집단이 충돌과 갈등 없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입니다.

오늘 우리는 ‘다툼의 원인은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라는 제목으로 생각을 나누어보았습니다. 요즘은 대선 전초전이 여야를 막론하고 한창 뜨겁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얼마 전까지 같은 진영에서 웃음꽃을 피우던 사람들이 서로 원수가 되어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아야 하니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 듭니다. 이것 역시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나 그들만을 욕할 수는 없습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틀 속에 갇혀 있다면, 다툼의 늪에서 벗어날 재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늘 시끄럽고 전쟁과도 같은 소음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약자들의 목소리가 큰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길을 찾지 못해 마지막 수단으로 마이크를 들고 외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강자들이 들어야 합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해 절망에 빠진 그들의 절규를 듣고 물꼬를 터줄 길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강자들이 해야 할 의무입니다.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더 평화롭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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