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와 주민총회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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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와 주민총회 이대로 괜찮은가?
  • 정혜진
  • 승인 2021.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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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마을 탐험기]
(30)주민자치회 전환에 따른 주민총회 실태- 정혜진 / 마을교육 공동체 ‘파랑새’ 대표, 인천시 주민자치회 강사

인천시 5개 군·구의 주민자치회는 연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한 첫해 새로운 세칙과 조례들이 제정되었고 스위스 글라루수주 란츠게마를 벤치마킹하여 년1회 주민총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처음해보는 주민총회가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얽혀있어 온라인 주민총회라는 생소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SBS에서 방영한 스위스 란츠게마(주민총회) 현장
SBS에서 방영한 스위스 란츠게마(주민총회) 현장

 

인천의 주민자치회는 2020년 시범 동으로 운영되다 20215개 군구 130여개동이 전환되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주민자치회와 주민 참여예산이 결합한 형태로 진행되다보니 고려해야 할 것이 더 많다.

주민자치회의 회기는 1월부터 12월까지로 결산 및 정산을 12월에 보고 해오던 형식을 그대로 세칙에 반영하였는데, 주민참여예산제의 경우 9월 시 예산 심의를 들어가야 해서 8월까지 보고 및 다음해 사업 선정 투표까지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내년도 예산을 세우고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년 초 전환을 시작한 많은 동들은 코로나로 자주 모이지도 못하고 회의도 진행이 어려웠으나 다음년도 사업진행을 위해 행정의 흐름에 등 떠밀리는 형편이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동들은 소수의 위원들이 대부분의 일을 하게 되는 형국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주민자치회로 전환이 되었지만 회의 형식이나 활동은 주민자치위원회와 동일하게 인식하고 진행하는 다수의 동들이 발생했다. 2021년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사업구상, 기획, 집행에 대한 사전정보가 부족한 주민자치회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8월까지 주민총회가 완료 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 사업의 적합도나 완성도를 고려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하여 주민총회 투표에 올리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자치위원들은 행정과 다양한 마찰이 발생하였다. 주민총회는 상향식 시스템이 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하향식의 절차로 진행되는 실정이다.

과거 주민자치위원회는 의결기구에 가까웠다. 행정복지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일들을 심의하여 진행여부를 결정하고 위원들의 회비를 모아 친목 및 복지활동을 진행했던 것이 전부였다면, 올해부터 진행되는 주민자치회는 기본적인 틀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다.

주민자치회는 행정 동마다 자치활동을 하는 자치단체 성향을 띄며 작게는 회비를 사용하여 나눔 활동, 지역 복지활동을 할 수 있으며, 보조금 사업, 수위탁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또 행정복지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에 의견을 제시하고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주민자치회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위원들의 시간과 노동력이 상당히 소요되지만 현재로서는 회의 정도만 자원봉사로 인정된다. 회의비로 월 5만원 구에서 지원 받는 것이 있지만 다수의 동들이 거기에 자비를 보태 월 회비를 걷고 있고 이렇게 모인 월회비로 노인잔치, 불우이웃 돕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다수의 위원들에게 자원봉사를 강요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 조례에 따라 각 동마다 유급 간사를 두었다. 그러나 유급 간사의 역할과 업무 등이 정확히 결정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뽑힌 간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업무를 담당하는 수준의 일들이 유급 간사라는 이름으로 모두 처리해야 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 활동, 일지 작성 등 다수의 일이 간사에게 몰리면서 업무가 과부화되었고 그로인해 간사 직을 그만두는 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민자치회……. 시작은 좋았다. 주민에게 권한을 넘겨주는 것, 결정권을 주는 것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해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데 결국 공무원들의 다수의 일이 주민들에게 넘어오기 시작하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민들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이 떠안았다. 하물며 어떤 동은 행정의 언어도 잘 모르는 간사에게 과하게 품의, 심의서 까지 요구해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주민자치회는 공론화 작업이 먼저 우선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주민들에게 주민자치회 전환을 알리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동기가 부여되고 비전 수립이 진행한 후에 예산이 마련되고 그것을 실행시켜 가야한다. 공동체 회복과 마을의 외적, 내적 변화를 실감하고 그로인해 함께 살아가는 것을 느끼고 실천하는 것. 또 행정복지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일들을 함께 논의하고 보다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 마을의 제도나 사업들이 마을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어 실행되는 것. 그래서 보다 살기 좋은 마을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을 현재 마을의 모든 어른들이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주민자치회가 아닐까.

누구를 위한 주민자치회 전환인지, 무엇을 위한 주민자치회 전환인지 묻고 싶어진다. 주민을 위한 주민자치회 전환이 되기 위해서 행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주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각 동마다 지금이라도 체계적 설계를 하고 제도화 하여 실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법령이 준비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주민자치회의 활동이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몇몇이 발의한 주민자치법이 아니라 주민의견 수렴을 충분히 반영하여 주민자치가 스위스처럼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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