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문성 없는 비공개 도시계획위원회 - 거수기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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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문성 없는 비공개 도시계획위원회 - 거수기 되지 않을까?
  • 박주희
  • 승인 2021.08.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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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주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247개. 인천의 각종 정책 또는 운영 방향에 대해 조정, 협의, 심의, 의결하는 위원회 개수다. 그 중 100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구성된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를 심의, 의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각종 도시기반시설 배치, 인프라와 편의시설 확충, 주거지역 조정 등을 통해 환경과 공간을 조성하고 이는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하지만 끊임없이 불투명성, 독립성 부족, 심의의 공정성 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에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서 굴포천 상류의 복원기회를 박탈하는 신촌 재개발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 변경안이 원안 가결되었다. 논의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관계부서에 회의록을 요청했으나 법률에 의해 30일 이후에 공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은 채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은 그대로 고시되었다. 최근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를 담은 화수화평재개발사업 변경안 의결로 도시계획위원회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소위원회를 꾸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현장 검증을 하기로 했으나 제대로 된 현장검증 없이 존치할 가치가 부족하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불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위원회 구성 과정과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신청서를 제출한 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선발되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회의가 공개될 경우 위원들이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워 심의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여전히 비공개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핵심적인 회의에 시민들의 참여는커녕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도쿄와 뉴욕의 도시계획위원회가 모두 회의를 공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뉴욕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하는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생중계된다고 전해진다.

때론 심의의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며 시 정부나 정치권의 거수기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인천은 행정부시장이 아닌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지적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정무부시장은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즉, 그 동안의 도시계획의 흐름과 원칙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울특별시와 경기도는 각각 행정부시장,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검토 없이 안건이 논의, 의결되는 경우도 태반이다. 현장실태를 면밀히 알지 못한다면 행정에서 제시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학위 중심의 전문성에서 벗어나 현장 전문성을 보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7월 국회입법조사처는‘지방도시계획위원회 운영현황과 개선과제’ 리포트 발간을 통해 위원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자체의 장기적인 도시계획 및 정책 방향은 물론 역할과 책임, 운영 및 심의 기준에 대해 이해하는 워크샵을 정례화 하는 방안, 주요 심의의 쟁점을 담은 사례집을 제작, 배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책임성 강화를 위해 사전검토의견서를 필수적으로 제출하고 위원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인천도시계획위원회는 10회 열렸으며 평균 안건수는 5.1건으로 서울과 세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원안가결률은 63.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인천의 장기 미래를 결정해야 할 사안을 한정된 시간 내에 충분히 검토, 논의하기란 쉽지 않다. 운영방안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정책, 도시계획을 검증하는 최종 의사결정기구로서 50년, 100년 미래 그림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성과 책임성, 공익성과 도시 방향성을 망각하는 순간 도시계획위원들은 민원인과 정치권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할 뿐이다. 전반적인 재정비를 통해 투명하고, 현장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인 위원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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