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도시재생과 협치의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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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도시재생과 협치의 거버넌스
  • 강도윤
  • 승인 2021.09.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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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과 인천의 미래]
(4) 강도윤 / (사)인천도시재생연구원 원장
‘도시재생’이 화두가 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인천의 핵심 현안 중 하나다. 인천항 일대 재개발에서부터 원도심 근대산업유산의 보전, 부평 캠프마켓의 재생 등등이 그러하다. 도시재생은 물량 위주가 아닌, 인간의 삶의 공간으로서,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역사를 살려 증대된 문화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인천in은 인천의 도시재생의 과제와 비전을 제시하는 전문가 5분의 글을 10차례 걸쳐 연재한다. 

 

그 곳에 살지 않는 전문가들의 표준화되고 일방적 계획에 의해 도시가 실패하는 것들을 경험하며, 우리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거버넌스란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 방식을 말하며,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協治)’라고도 한다.

즉 공공과 전문가, 시민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의에 의해 도시를 이끌어간다는 참여형 도시계획의 주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살고 있는 주민의 의견이 도시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확대되고 있지만, 어떻게 정책의 참여주체가 될 수 있는지 그 방법과 대안에 대하여는 아직 서툴고 미흡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우리는 공공이나 전문가 중심의 일방적인 정책을 경험했고, 지역의 현실과 맞지 않는 모범답안지가 도시의 비전이 되는 시행착오 속에서 주민들은 성숙했다. 최근의 추세를 살펴보면 주민은 정책의 주체자로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커뮤니티들은 지역 간 이해관계로 갈등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적극적인 의사표명으로 정책에 대응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사회학자 암스테인(Sherry R. Amstein)은 시민참여의 단계를 8단계의 사다리로 표현하였는데, 사다리의 높은 단계로 갈수록 주민과의 협치를 통한 거버넌스가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스테인의 ‘참여형 사다리’를 통하여 초기 단계에서는 관 주도의 정책을 주민에게 설득하거나 홍보를 통해 지지를 얻고자 하는 피드백이 없는, 주민참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일방적 정보제공만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민협의나 참여의 단계에 이르면 단순한 정보 전달뿐 아니라 조사와 회의, 문의를 할 수 있는 의사소통 창구가 생겨나지만, 보다 적극적인 주민참여의 단계에서는 계획 및 의사결정의 책임을 시민과 행정이 함께 수반할 수 있는 파트너쉽에서 비롯됨을 강조하고 있다.

암스테인의 참여형 사다리
암스테인의 8단계 참여형 사다리

최근 도시재생에서 큰 화두는 어떻게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방법 도출이다. 도시들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수단이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서임을 인지하게 되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민들의 의견을 구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방안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재생의 현장은 신도시와 달리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참여와 책임을 통한 실천적 주체가 필요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거나, 이해관계자들의 다른 생각들에 의해 난관에 부닥치기도 한다. 그래서 주민참여와 주도는 전문가 주도의 도시계획보다 훨씬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주민은 능동적 참여자로서 역할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토부에서 실시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인식한 듯하다. 사업초기에는 주거환경 개선 등 도시계획이나 건축계획 중심이었다면, 해마다 거듭되는 실패와 반성 속에서 주민의 참여를 통한 마을계획 수립이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주민조직의 구성과 역할을 평가하는 지표가 비중을 늘리고 있음에서 알 수 있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떻게 주민참여를 이루어낼지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에 대하여는 시작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찬반을 논의하거나 인기투표처럼 만들어진 사안에 대하여 선호도를 표현하는 등의 수동적인 방법으로 주민의견 수렴이 진행되는 것이 고작이다. 형식적인 찬반투표나 공청회 같은 방법을 넘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주체적 주민참여를 이끌어나가 되기 위한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최근까지도 여러 곳의 도시재생뉴딜사업 선정을 위한 총괄코디네이터로 활동하였다. 올해 선정된 동구의 금창동에서는 마을 문제를 주민과 함께 발굴하여 해결방안을 구상하는 ‘리빙랩’을 진행하였다. 이 지역은 창영초교 구교사, 영화초교 본관, 기독교 사회복지관 기숙사 등 3개의 문화재가 있었고, 취업을 전제로 하는 인천정보고등학교 등 3개의 학교가 있다. 문화재는 대부분 학교 안에 위치했고, 주민들은 문화재로 인한 제한만 받을 뿐 아무런 관계도 맺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주민들의 불만은 높았고, 마을 안의 귀중한 자원인 학교와 문화재가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나 문화재 관련기관 등을 주민협의체에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초기의 논란도 있었지만, 이해관계자로서 조직에 포함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주민협의체에 포함하는 합의를 진행하였다. 학교에 요청하여 학교 안에 감춰져 있던 문화재를 주민들과 방문하였고, 이러한 최초의 만남을 통해 학교와 주민간의 적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또한 담 하나를 사이에 두었던 창영초교, 영화국제관광고, 인천정보산업고 교장선생님들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학교 간 의사소통의 기회가 마련되어 담장을 개방하는 방안까지 도출될 수 있었다. 주민들은 마을 안 문화재에 대한 긍지를 표명하였고, 이렇게 주민들과 학교 간의 협의체 구성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아 올해 뉴딜사업에 선정되었다.

(위)창영초교 교장선생님과 주민들(2020.10), (가운데)영화국제관광고를 방문한 주민들과 교장선생님(2020.10), (아래)인천정보산업고 간담회

정부가 엄청난 재정지원을 쏟아붓고도 변변한 성공사례조차 찾기 힘든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실패 원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의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은 주차장과 마을센터 건립 등 빠른 시간 안에 결과가 보여지는 사업에 치중했다. 오랜 도심의 낙후된 환경개선에만 치중하여 대부분의 사업들이 지역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이었고, 활용계획이나 관리주체도 없는 다소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전락하는 듯해보였다. 다행히 실패를 빠르게 경험하며 최근에는 주민참여에서 해답을 찾고자 정책을 전환하고 있으니 바람직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임기 내에 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주민참여를 통한 도시재생은 많은 기다림의 시간과 논의 과정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지도자로 인해 도시를 계획하고 만들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주민들은 마을의 가장 중심이 되는 전문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전문가와 공공이 함께 참여하여 도시의 목표를 공유해가며 정책을 운영해나가는 거버넌스는 지속가능한 실천방안을 찾아가는 도시재생의 중요한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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